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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군 Dec 17. 2017

영화 강철비 후기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인 대한민국과 북한만이 느낄 수 있는 감정.

우연이 차고 넘쳐도 이런 우연이 있어?




한국에서 전쟁 위협을 재거하는데 이렇게 최적의 기회가 있었어?




북폭하면 우리는 이렇게 신 냉전체제로 끌려들어가는 겁니다.




이런 말이 있지. 분단국가 국민들은 분단 자체가 아니라 분단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자들에 의해 더 고통받는다.




밖에선 전쟁난다고 난리들인데 안에선 한가하게 커피를 마시고 있네.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인 대한민국과 북한만이 느낄 수 있는 감정.



영화 강철비의 원작 만화의 제목은 스틸레인. 스틸레인은 영화 초반에 등장하는 MLRS이다. Multiple Luncher Roket System 의 약자로, 미국에서 개발한 다연장로켓의 이름이다. 걸프전 때 이 미사일을 수차례 맞은 이라크군이 하늘에서 자탄이 비처럼 쏟아진다는 묘사를 두고 요딴 별명이 생겼다. 영화의 제목이 왜 강철비일까 궁금했는데 그냥 무기의 애칭이었음.







영화의 줄거리는 북한에서 발생한 쿠테타로 인해 치명상을 입은 '북한 1호(김정은 / 최성환)' 를 '리태한(김갑수)' 에게 '박광동(이재용)' 암살 미션을 받아 현장(개성공단) 에 잠복하고 있던 '엄철우(정우성)' 가 데리고 남한으로 내려온다는 이야기.



영화 강철비는 그동안 우리가 봐온 남-북 공조영화였던 '의형제(2010)' 나 '공조(2016)' 와 비슷하지만 다른 방향으로 가는 작품이다. 고밀도의 긴장감을 완화시키려는 듯 집어넣은 우스갯소리로 지나가는 몇 장면들 말고는 계속 진지하다. 엄철우 역을 맡은 정우성은 이전에 그가 남긴, 어색하고 딜리버리가 심하게 안되던(역사적으로 흘러가듯, 가~아~~!!) 모든 필모그래피들을 이 작품 하나로 뒤집는다. 북한의 철우에게 자신과 이름이 같다며 우연에 우연이 겹친 캐릭터인 '곽철우(곽도원)' 는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연기로 작품 속에서 자신이 맡은 배역(남한 외교안보수석) 처럼 칠 땐 치고 빠질 땐 빠지며 뒷수습을 기가막히게 해낸다(물론 너무 나댈 땐 자신의 상관에게 욕도 얻어먹는다).



본작은 '쉬리(1998)' 다음으로 우리의 살갗에 파고드는 남북의 현실에 대한 공포를 아주 잘 보여준다. 실제로 충분히 있을 수도 있는 일을 영화로나마 직접 목도하는 건 언제고 반드시 벌어질 것만 같은 아득함과 '에이 설마' 하는 안일함을 동시에 안겨준다. 또한 앞으로 우리가 북한에 대응해 나아가야 할 방향, 고민해야 할 꺼리들을 던져준다.

(극 내에서 우리가 평소에 입버릇 처럼 하는, '북한에서 김정은에게 불만이 많은 사람들이 쿠데타를 일으켜, 북한은 곧 무너질거다' 라는 말을 눈으로 보는 느낌이란!)



강철비가 대단한 이유는 유치하기 그지없는 억지 눈물도 없고 대규모 환영인파나 송별식 따위도 없기 때문이다. 나라를 위해 네 몸을 아주 잘 던졌다며 대통령 훈장을 받는 이도 없고 그저 조용히, 첩보 영화를 방불케하는 정치적 이슈들과 군사적 상황들을 일목요연하게 쭉쭉 내뱉는다. 버릴만한 씬들은 (아마도)거의 없으며 영화의 중반부 부터 등장하지 않는 여성 캐릭터들의 안위쯤이야 그러려니 하고 넘기면 될 정도다. 영화 변호인(2013) 이후 두 번째로 연출-기획-각본 까지 맡은 양우석 감독의 아주 괜찮은 영화다.



오프닝에서 엄철우가 리태한에게 받은 지령은 딱 봐도 함정인게 너무 티가 난다. 그래서 우리가 주목해야할 건 북한 1호가 사망에 임박했을 때 미군과 우리의 관계, 그리고 일본, 중국 등 주변국들의 움직임이다. 영화는 그것들에 대한 일종의 '시뮬레이션' 으로, 대통령 임기가 곧 끝이나는 '김의성(이의성)' 과 차기 대통령으로 당선된 '김경영(이경영)' 이 대립하는 장면들이 눈에 많이 밟힌다. 그 사이에 마치 한국의 주인처럼 행세를 하는 게 미국이다. 이 쿠데타를 기점으로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핵과 군사시설을 무력화 할 심산인 '미국무장관(마이클돕스 / 론 도나치)' 의 의견에 강력히 동의하는 김의성("이번 전쟁은 내 임기 끝나기 전에 끝냅니다"). 한때 툭하면 빨갱이 소리를 들었던 '북한은 우리의 동포' 운운하며 전쟁은 결사 반대를 외치는 김경영. 당신이 두 사람중에 어느쪽 편을 들던, 북한에 대해 우리가 취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은 '정치적 인 색깔' 이 들어갈 수 밖에 없는 시대가 됐고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지는 세습기간 동안 북한은 우리에게 아주 미묘한 골칫거리가 되었다. 그동안 우리가 '햇볕정책' 으로 잘 타일러 오던(?) 북한은 우리의 정권이 바뀐 이후로 현재는 이도저도 아닌 색을 띄고있고, 자국민이 굶어 죽어가는 건 안중에도 없이 심심하면 미사일이나 쏴대며 자신의 힘을 과시하기 위해 우리에게 폭격을 일삼는 멍청한 돼지가 이끄는 불쌍한 나라가 되어가고 있다.



영화 강철비를 보고 느끼는 건 언제나 우리의 힘으로 우리를 지킬 수 있어야 한다는 것. 전시작전통제권을 아직 가지고 있는 미국은, 한국에게 '우방국' 이라는 허울좋은 명목하에 무기거래나 수출품을 종용하는 한편, 우리의 근처에 있는 중국과 일본에게 알랑방귀를 뀌거나 콧방귀를 뀌고있다. 그 틈바구니 속에서 우리만의 목소리를 제대로 낼 수 있는 시대는 과연 언제쯤 다시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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