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괜찮아, 아저씨 오늘 처음 죽어봐서 그래.
그래 자홍아. 내가 니 애미다.
지나간 일에 새로운 눈물을 낭비하지 말자.
이승에서도 이루지 못한 걸 저승에서 이루려 하는구나.
웹툰 작가인 (파괴왕)주호민의 동명의 만화를 스크린에 옮긴 영화.
몇 년 전, 주호민 작가의 '신과 함께' 를 영화화 한다는 소문이 돌았을 때, 망할 것 같다는 느낌이 짙었다. 그 뒤 주-조연급 배우들이 정해지고 크랭크인 소식이 들렸을 때에도 '굳이 왜 하정우가...?' 하면서 반신반의 하고 있었는데 지옥의 뚜껑이 열린 본작을 직접 본 결과, 내 예상을 여러 의미로 바꿔놓은 영화가 되었다.
영화 신과 함께의 주 스토리는 소방관으로 일하던 '김자홍(차태현)' 이 사고로 죽자, 그를 '귀인' 이라 떠받들며 나타난 저승의 3차사, '강림(하정우)', '덕춘(김향기)', '해원맥(주지훈)' 이 자홍의 환생을 위해 49일 동안 일곱 번의 재판을 변호한다는 이야기.
확실히 웹툰과는 많이 다르다. 특히 원작 팬들이 그렇게 아우성치던 가장 중요한 인물인 변호사 '진기한' 은 사라졌고, 일반 회사원이었던 김자홍은 소방관이 되어있었으며, 원작에는 없던 자홍의 동생 '김수홍(김동욱)' 이 등장해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그러니까 원작에서는 모티브만 따왔을 뿐, 완전히 다르지만 약간은 비슷한 영화인 셈이다.
영화의 감독인 김용화는 시나리오에 지극한 정성을 쏟았다고 한다. 30고에 가까운 수정 작업을 거쳐 최종적으로 시나리오 2고를 만들어낸 김용화 감독은 원작에서 쓰인 좋은 씬들은 무조건 가져다 쓴다는 걸 목표로 일곱개의 지옥과 일곱개의 재판을 만들어냈다.
무엇보다 영화 신과 함께를 가장 돋보이게 하는 건 한국식 블록버스터라는 점이다. 김용화 감독의 전작들을 살펴보면 '오! 브라더스(2003)' 로 입봉하며 김아중을 일약 스타로 만들어놓은 '미녀는 괴로워(2006)', 전형적인 한국 스포츠 영화였던 '국가대표(2009)', 그 뒤를 이어 국산 컴퓨터 그래픽에 심혈을 기울이다 못해 VFX 회사(덱스터 스튜디오) 까지 설립해 버린 '미스터 고(2013)' 를 볼 수 있다. 국가대표에서도 cg가 유독 많이 쓰였었는데 그 영화 때문에 여기까지 올 수 있지 않았나 라는 생각이다.
정말 거짓말 1도 안 보태고 전혀 이질적이지 않은 한국형 컴퓨터 그래픽을 볼 수 있다.
일곱개의 지옥도와 일곱번의 재판 장면은 물론이고 특히 강림이 원귀를 쫓으며 벌어지는 추격씬은 이전의 한국 영화에서는 볼 수 없었던 훌륭한 장면들이다.
(원래는 본작을 2017년 여름에 내놓을 심산이었는데 개봉 시기가 코앞으로 다가오자 일부 cg 작업을 외주로 돌렸다가 엉망진창인 결과물을 보고 연말에 개봉하는 걸로 바뀐 것)
본작은 시작부터 굉장히 빠른 템포로 관객을 지옥까지 실어나른다. 오프닝부터 눈물이 날 것 같은 김자홍의 이타심과 난생 처음 보게 되는 지옥의 풍경들, 그리고 김자홍의 비밀과 그게 풀어지는 하이라이트까지 두 시간 반 동안 쉴새없이 몰아치며 관객을 들었다 놨다 한다.
물론 이 영화에 허점이 없는 건 아니다.
거의 우리만의 종특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진물이 나는 신파는, 감독이 '이제 좀 울어 제발!!' 이라고 하는 것 같고 음향효과에 너무 치중한 탓인지 배우들의 대사가 잘 들리지 않는 것도 함정(특히 주지훈). 그리고 어이없는 웃음을 선사하는 한국 영화 특유의 감초 역할 배우들의 안일한 배치는 그 정도가 심하진 않지만 굳이 넣지 않아도 될 씬들이라 장면 낭비가 약간 있는 느낌이다.
그 외에는 거의 모든 것이 완벽한 영화다.
배우들의 연기 또한 일품인데 손과 발이 오그라들 줄 알았던 강림역의 하정우는 매트릭스(1999) 나 콘스탄틴(2005) 의 키아누 리브스를 보는 것 마냥 수트와 역할이 너무나 잘 어울렸고
어린 나이에 감정 연기를 기가막히게 잘하던 덕춘역의 김향기는 앞으로도 기대가 되는 몇 안되는 여배우다.
영화 신과 함께는 총 3부작의 구성으로 만들어 진다고 한다.
이번 저승편을 다룬 '신과 함께 - 죄와 벌' 이 1편, 이승과 신화편을 합친 '신과 함께 - 인과 연' 이 2편, 2편의 흥행 결과에 따라 진기한 변호사가 등장하게 될 3편의 제작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
웹툰은 참고로 저승편, 이승편, 신화편 3부작이다.
좋은 원작을 가져다 과감하게 바꾸며, 또 다른 새로운 이야기를 창조해낸 김용화 감독은 앞으로도 종종 눈여겨 봐야할 감독이 될 것이다.
나처럼 원작이 잘 기억이 나지 않는 사람도, 원작을 재미있게 본 사람도, 원작을 전혀 모르는 사람도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영화다.
네이버 웹툰 코너에서 영화 개봉에 발맞춰 원작을 재연재 하고 있으니 관심있는 분들은 가서 보도록 하자(나도 기억이 안나서 다시 보는 중).
+
이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들 중에 태산대왕 역으로 나온 김수안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어쩜 저렇게 딱 맞는 옷을 입었는지.
++
영화 신과 함께의 쿠키영상은 영화가 끝나고 곧바로 나온다.
아트박스 사장님이.
2편도 너무 기대가 되는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