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et. 올라프의 겨울왕국 어드벤쳐
기회를 잡아라.
이승에서 기억해 주는 사람이 없으면 이 세계에서 완전히 사라져.
난 음악을 해야 행복한데 할머니는 그걸 뺏으려 하잖아요.
기회를 잡기 위해선 뭐든 다 해야돼. 넌 무슨 말인지 이해하잖아?
가족이라는 이름.
영화 코코는 예고편 하나와 북미에서 달성했다는 박스오피스의 흥행력만으로 고른 영화다. 딱 봐도 가족들이 반대하는 뮤지션의 길을 가고싶은 멕시코의 한 꼬맹이의 이야기같지만 굉장한(?) 반전이 숨어있다.
가족들이 반대하는 뮤지션을 꿈꾸는 소년, '미구엘(안소니 곤잘레스)' 이 자신의 먼 조상뻘인 전설의 멕시코 뮤지션 '에르네스토 델라 크루즈(벤자민 브랫)' 의 기타에 손을 댄 뒤 죽은자들의 세계에 발을 딛게 된다는 이야기.
영화는 내 예상의 범주를 철저하게 배신한다. 끽해야 죽은자들의 세상에 들러 조상의 음악성을 승계(혹은 응원) 받고 현실로 돌아와 멕시코의 멋진 뮤지션이 된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죽음으로 인해 갈라졌던 가족애를 다시 돌아보게 된다는 내용이다. 예상외의 반전도 숨어있고 생각치 못한 신파코드도 곳곳에 배치되어 눈물 콧물 다 빼게 만드는 영화다.
특히 멕시코의 전통 명절, '죽은 자들의 날' 을 차용하여 환상적인 저승의 모습을 아름답게 그려낸 점과 카메오로 등장하는 프리다 칼로 등이 본작의 킬링 포인트.
물론 단점이 아예 없는 영화는 아니다.
멕시코라는 배경적 설정 덕분에 당연히 흥겨울 거라는 리드미컬한 주제곡 들은 멕시코가 비영어권이라는 국가적 사정(?) 덕분에 감상을 방해하기 일쑤고, 메인 빌런이라고 할 게 없는 캐릭터들의 어중간함은 가족애로 치환되기엔 그 재미가 빈약하다.
하지만 디즈니가 픽사를 흡수한 이후로 내세우는 '가족애' 에 대한 정의는 굉장히 설득력이 있으며 '화해', '다독임', '포옹' 의 삼박자로 완결되는 디즈니 특유의 평화로움은 별로 슬픈 영화가 아닌데도 눈물을 쏟게 만든다.
미국에서 굉장한 흥행을 했다기에 국내에서도 잘 하면 터지겠구나 했는데 별로 그럴 것 같진 않다.
+
영화 코코의 쿠키영상은 없다.
시간대가 없어, 아이맥스관에서 봐서 그런지 관객이 굉장히 적었다.
++
영화 상영 전, 디즈니의 극장판 애니메이션에 꼭 들어가는 오프닝 단편 애니는 기존처럼 신예 감독들의 작품이 아닌, 겨울왕국의 '올라프의 겨울왕국 어드벤쳐(olaf's frozen adventure)' 가 등장한다.
겨울왕국 단편의 주 내용은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은 아렌델 왕국의 두 자매(엘사, 안나) 를 위해 올라프가 그녀들만의 크리스마스 전통을 만들어 준다는 이야기.
원체 나대기 좋아하고 흥이 많은 눈사람인지라 이번편에서도 온갖 민폐는 다 끼치며 두 자매를 괴롭(?)히지만 왜 난 애니메이션 캐릭터들의 낙담하는 모습을 보면 안쓰러워서 눈물이 나는걸까.
코코 시작도 전에 올라프의 표정을 보고 정말 눈물이 앞을 가렸다.
그것보다 가장 중요한 건 좀 더 성숙해진(!) 엘사의 모습♥︎
겨울왕국 1편 때 부터 안나보다는 엘사가 더 예뻤는데(문자 그대로 '얼음'공주라니!) 몇 년 새에 스타일이 완전 섹시해진 듯(어이)!
태생이 뮤지컬 애니메이션이라서 이번 편에도 뮤지컬을 하는데 노래도 꽤 좋다. 아마 겨울왕국 2편이 2019년에 개봉하면 국내에서도 1편에 버금가는 히트를 칠 듯.
올라프의 겨울왕국 어드벤쳐는 런닝타임도 길어서(20분) 코코 상영 전에 나오는 보너스 애니메이션이라기 보다는 겨울왕국 2편으로 가는 브릿지 형식의 단편이다.
아무튼 역시 기대할 수 밖에 없게 만드는 디즈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