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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군 Feb 16. 2018

영화 아이 토냐 후기

영화같은 현실. 현실같은 영화.

난 미국 여성 최초로 트리플 악셀을 한 여자니까요, 좋 까라 그래요.





바보랑 떡은 쳐도 결혼은 하는 게 아니야.





- 대체 저의 뭐가 문제에요? 오직 실력만으로 평가할 순 없나요?

- 당신은 우리가 원하는 이미지가 아니에요. 여긴 미국을 대표하는 사람을 뽑아야 하는 자리 잖아요. 우린 건전한 가족만 보여줘야 한다구요.

- 제게 건전한 가족이 없어요.





미국은 사랑할 사람을 필요로 하고 미워할 사람을 필요로 하죠.




여자에게 남자는 딱 두 종류야. 정원사, 아니면 꽃. 넌 어느쪽이야?






절 감옥에 보내주고 스케이트는 계속 타게 해 주세요.













영화같은 현실. 현실같은 영화.



미국판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2006)' 을 보는 듯한 느낌의 영화랄까. 물론 순수하게(?) 허구로 쓰여진 일본의 저 영화보다는 훨씬 현실에 입각한, 해당 등장인물들과의 인터뷰에 (편협한, 그리고 자기중심적인, 끝으로 객관적인 시선이 전혀 들어가지 않은) 입각한, 다큐멘터리 같은, 현실이지만 영화같은, 끝으로 영화같은 미국 피겨 스케이팅 스타, 토냐 하딩(마고 로비) 의 현실적인 영화다.



3살 때 부터 스케이트를 타고 4세 때 본격적인 피겨 스케이팅의 세계에 발을 들인 토냐 하딩. 어릴 적 부터 남다른 가정환경에서 자란 그녀는 엄마와 그녀의 네 번째 남편 사이에서 태어났다. '아이스 링크장은 금연입니다' 라는 말에 '조용히 담배 필게요' 라고 대답하는 안하무인에 하나밖에 없는 딸을 틈만나면 개 패듯이 패는 토냐의 엄마, '라보나 골든(앨리슨 제니)' 은 자신의 성공을 위해 파트 타임 세 개를 뛰며 오직 딸에게만 올인 하는 인물. 15세 때 만난 토냐의 남자친구, '제프 길롤리(세바스찬 스탠)' 와 함께 엄마의 그늘을 피해, 꿈에 그리던 대낮도주를 하는 그녀는 행복한 독립을 꿈꾸지만 엄마보다 더 폭력적인 제프의 주먹에 어느새 길들여진다. 낮에는 일을하고 밤에는 대회를 위해 스케이트를 타는 토냐. 꿈에 그리던 동계올림픽 출전권을 따내기 위해 제프의 손을 빌린(?) 일로 세간에서 소위 말하는 '낸시 캐리건 폭행사건' 에 휘말리게 되는데...



일단 영화 아이 토냐는 평생 그토록 스타가 되고싶어 하던 실존인물 토냐 하딩의 변명같은 영화다.


실제로 토냐 하딩은 낸시 캐리건 이라는 라이벌을 제거하기 위해 '협박편지' 정도의 약한(?) 위협을 고안해낸 제프의 말을 곧이 곧대로 믿고 '나는 그런 사실을 모른다', '제프의 절친, '션(폴 월터 하우저)' 혼자서 모두 꾸민 일이다', '나는 가정폭력과 불운한 가족사의 피해자일 뿐이다' 라는 말로 자기주장을 펼친다. 실제로 그녀가 낸시 캐리건의 착지하는 다리를 못쓰게 만드는 일을 사사했는지, 본 영화에 그려진 것 처럼 그저 방관자요, 피해자일 뿐인지에 대답은 토냐와 그 주변인물들만 알고있을 것이므로 절대 객관적일수가 없다.



사건의 실제 주인공인 토냐 하딩(왼쪽) 과 낸시 캐리건(오른쪽).




아이 토냐는 토냐 하딩이 '낸시 캐리건 폭행사건' 의 피해자, 방관자라는 시점으로 결론을 내린다. 그래서 토냐가 불우한 가정사에도 불구하고 성공을 위해 실력을 갈고 닦았건만 왜 그렇게 억울한 누명을 쓴 채, 비운의 스포츠 스타로 낙인찍혀 세간의 웃음거리가 됐는지 설파한다. 영화는 토냐 하딩의 어린시절 부터 최근에 이르기까지 구구절절 그녀의 인생을 싹- 훑고 지나가는 터에 그녀를 잘 모르는 사람들에겐 제작진 측에서 전하는 '억울한 토냐, 희생양 토냐' 를 정말이지 거짓말 처럼 잘 전달한다. 마치 토냐 하딩의 못 다한 꿈을 영화에서라도 이뤄주려는 것 마냥.



내가 생각하기엔 실제 사건의 흐름이 어떻게 흘러갔건 간에(낸시 캐리건의 다리를 부러뜨리라고 주문했든, 영화처럼 오직 제프의 생각이었든, 혹은 션의 급진적인 망상의 결과였든), 토냐 하딩에게도 어느정도의 책임은 있다고 본다. 자신의 꿈을 위해 타인의 꿈을 짓밟으려 노력하는 이는 어떤 방식으로든 처벌을 받는게 마땅하니까.








영화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본작에서 토냐 하딩을 연기한 마고 로비는 그야말로 역대급의 연기력을 보여준다. 거의 홀로 극 전체를 끌고 가는 입장이기에 정말이지 혼신의 연기를 보여주는데 피겨 씬은 물론 매 시퀀스가 낭비되는 것 없이 압도적이다.











컴퓨터 그래픽으로 처리했든 실제 마고 로비가 피겨 스케이팅 연기를 했든 영화 내에선 이질감 없이 잘 흘러간다. 주인공 보다 꽤 많은 나이(마고 로비는 15세 때의 토냐 부터 연기했는데 그 때 이미 너무 늙어 보이...) 의 그녀지만 실제 토냐 하딩은 마고 로비 보다는 에이미 아담스를 더 닮은 듯. 뭐 어쨌든 악독하고 악에 받친 토냐의 감정선을 아주 잘 살린 최적의 캐스팅이다.



에이미 아담스와 거의 친자매 급으로 닮은 토냐 하딩.


(에이미 아담스를 토냐 역에 앉히려고 했지만 뭔가 틀어져서 마고 로비가 된 듯. 참고로 마고 로비는 스물 아홉, 에이미 아담스는 45...)




그리고 토냐의 곁을 언제나 지키던 두 사람, 바로 토냐의 엄마와 그의 남편역을 각각 맡은 앨리슨 제니와 세바스찬 스탠.









토냐의 성장기부터 엔딩까지 악몽에 가까운 가정환경을 선사하는 두 인물은 가정폭력이라는 이름의 사랑(???) 으로 정말이지 토냐를 지극 정성으로 돌본다. 미래의 사위에게 '너는 꽃이냐 정원사냐' 라고 묻는 엄마와 사랑한다며 쉴새없이 폭력을 휘두르는 남편. 어느새 토냐도 이 두 사람에게 길들여져 때리면 맞는게 당연한게 된다. 동반자들 같지만 악당과 진배없는 두 배우의 열연은 주인공인 토냐를 더욱 빛내게 해주는 아주 좋은 감초들이었다(션도 포함).



영화에 등장하는 심사위원의 대사(차 안에서 '건전한 가족' 운운하는 대목) 만 아니었으면 누구나 토냐에게 속기 쉬운 그녀의 변명같은 영화지만 연기자들이 연기를 기가막히게 잘했고 연출 또한 훌륭하며 개그 코드도 찰져서 거의 완벽에 가까운 영화다. 토냐의 엄마를 연기한 앨리슨 제니는 본작으로 제 75회 골든 글로브에서 여우조연상을 차지했다.





우리는 김연아느님 덕분에 피겨와 친숙해 졌지만 트리플 악셀이 그토록 어려운 거였다는 걸 새삼 깨닫게 해주는 영화.
















+


영화 아이, 토냐는 정식 개봉일이 아직 20일이나 더 남았지만 우리들의 무비 양아치, cgv 덕분에 변칙 개봉을 해, 오늘 감상할 수 있었다.







본작을 기다리던 관객들이 꽤 많았는지, 설날 특수를 노리고 개봉한 골든 슬럼버와 블랙팬서만큼의 관객들이 상영관에 들어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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