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으로 부터 무언의 동조를 이끌어내는 영화.
죽을만큼의 고통이 나를 강하게 한다.
하느님, 제게 무슨 잘못이 있나요.
정말 미안하지만 그쪽을 보면 정체를 모르겠어요. 키메라 같아요.
관객으로 부터 무언의 동조를 이끌어내는 영화.
실제 트랜스젠더인 '다니엘라 베가(마리나)' 의 데뷔작(아마도...).
낮에는 웨이트리스로 일하고 밤에는 재즈바 가수로 활동하며 생계를 유지하는 마리나. 자신의 생일 날, 연인인 '오를란도(프란시스코 리예스)' 를 갑자기 잃게된다. 그 후 응급실에 있던 의사부터 오를란도의 유가족들에 이르기까지, 트랜스젠더라는 이유만으로 마리나의 슬픔조차 부정당한다는 우리 사회의 차별에 관한 이야기.
영화 판타스틱 우먼은 독특한 상황에 놓인 트랜스젠더를 논하는 영화다. 자신의 생일날 파트너이자 사랑하는 연인의 존재를 잃은 여자 마리나. 문제는 그녀의 파트너가 아버지뻘 되는 나이의 연상이고 그의 죽음 역시 석연치 않다는 것. 영화에서 보여주는 오를란도의 사인은 단순한(?) 심장마비인데, 응급실로 가는 승용차에 그를 옮기는 와중에 계단에서 한 번 굴러 떨어져, 여기저기 타박상과 머리에 큰 상처가 생겼다. 내가 오를란도의 아들이라도 이런 상황이면 당연히 마리나를 의심할 터인데 거기에 한 가지 더 덧대어지는 건 그녀가 트랜스젠더라는 점. 덕분에 마리나는 빼도박도 못한 용의자 신세가 된다.
마리나가 '일반적인 여성' 이었어도 경찰이나 의사, 유가족들이 그녀를 이정도로 의심할 수 있을까 하는 부분. 여기에서 우리의 가슴속에 잠재되어 있는 '편견' 에 대한 질문이 고개를 든다. 마리나를 둘러싼 등장인물들이 그녀를 '너무 가혹하지 않게 차별을 하는 게 아닐까' 싶은 영화적 내용들이 마음 한 켠에 남는다. 평범한 여성이었다면 이정도도 차별을 받지 않았을 것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영화에서 보여지는 마리나에 대한 시선들은 그녀의 존재 자체를 '없던 것' 으로 여기고픈 사람들이 즐비하다.
관객의 입장에서 보는 객관적 시선과 영화 속에서 마리나에게 차별을 하는 등장인물들 간의 간극은 얼마나 될까.
응급실에서 오를란도를 데려온 마리나를 의심하는 의사, 마리나에게 별명 말고 실제 이름(다니엘)을 말하라며 그녀를 살해혐의 용의자로 지목하고 그래도 겉모습은 '일단' 여자니까 여자 형사를 붙여준 경찰, 여형사 '소니아(아린네 쿠펜헤임)' 가 절차라며 마리나의 온 몸 구석구석을 검사하고 사진을 찍어두는 장면, 트랜스젠더 정부라는 이유로 마리나에게 서슴치 않는 언어적, 물리적 폭력을 행사하는 오를란도의 전부인, 아들, 일가친족들. 오를란도의 죽음 이후 마리나에게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의 흐름을 보며 '조금 약한데?' 라는 생각을 갖게되는 건 마리나를 제외한 거의 모든 등장인물들에게 동조하게 되는 것일까.
어찌보면 꽤나 신사적(?) 으로도 보일 수 있는 성소수자들에 대한 차별로 관객에게 여러 질문을 던지는 영화다.
사랑하는 늙은 연인과 떠나고팠던 비행기 티켓은 온데간데 없고(사우나 사물함의 181번 키) 마리나는 그저 이 세상에 존재하고픈 기본적인 욕구마저 부정당하지만 그래도 가족들의 도움으로 꿋꿋이 살아나간다.
어떤 섹션에서 본작, 판타스틱 우먼을 '음악 영화' 라고 소개받은 기억이 어렴풋이 있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영화 판타스틱 우먼이 (그래도)대단한 이유 한가지는 우리가 익히 알고 세상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매체에서 접했던, '트랜스젠더' 하면 떠오르는 짙은 화장, 중성적인 목소리, 딱 봐도 남자 스러운 골격등, 어찌보면 다소 '뻔해진' 트랜스젠더의 고정된 시선은 이 영화에 전혀 없다는 점.
마리나는 일반적인 여성(?)처럼 옅은 화장을 하고 여성스러운 옷을 입고 등장한다. 그녀의 환상 속에서 우리가 익히 아는 트랜스젠더 스러운 화장이나 옷도 오히려 더욱 여성스러울 뿐, 마리나를 연기한 다니엘라 베가는 보통의 여성과 거의 차이없이 등장한다. 앞으로는 트랜스젠더 역할보다 평범한 보통의 여성으로 등장하길 기대해 본다.
영화의 포스터나 여러 장면에선 엠마 스톤과 너무 흡사하여 영화를 보기 전(과 주요 정보를 알기전)엔 엠마 스톤이 본작의 주인공 인 줄로만 알았다.
뒤집어 생각해 보면 영화 판타스틱 우먼은 트랜스젠더라는 소재를 다뤘기 때문에 마리나를 연기한 다니엘라 베가에게 더욱 역설적인 영화일 수도 있겠다.
+
이 영화는 2018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외국어 영화상' 을 수상했다.
(제목이 왜 '판타스틱' 인지는 감독과 시나리오 작가 밖에 모른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