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 히어로즈의 절체절명.
넌 절대로 신이 될 수 없어.
호크아이는 어디있어?
사람들을 죽이고 고문하는 걸 당신은 자비라고 부르지.
우주가 당신을 꿰뚫었어.
- 우주의 절반을 날린 후엔 뭘 할거지?
- 쉬는거지. 우주에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면서.
- 14,000,605 가지의 미래를 봤어.
- 우리가 이길 가능성은?
- 단 하나.
신이시여...
어머니...
마블 히어로즈의 절체절명.
마침내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 페이즈 3'의 대미를 장식할 한 쪽 짜리 영화가 공개됐다. 애당초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는 단 한 편만 제작될 예정이었는데, 한 편 더 제작하기로 결정하며 2019년 '어벤져스4(정식 제목 미정)' 를 개봉하기로 계획한 바 있다. 이 결정은 신의 한 수라 할 수 있을정도로 이번 어벤져스 인피니티워는 압도적이고 그 파괴력이 굉장히 크다.
MCU 속에서 최고이자 끝판왕인 빌런, '타노스(조슈 브롤린)' 는 우주의 질서를 위해 인피니티 스톤을 모으기로 하고 그 사실을 알게된 어벤져스 일원들이 그의 행진을 막아선다는 이야기.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는 기대한 것 이상의 모든 걸 보여준다. 페이즈 3의 한 부분이 닫히는 본작은 지금까지 마블 스튜디오가 흩뿌려놓은 모든 걸 정리하고 가는 느낌의 영화라 '아이언맨 1편(2008)' 으로 시작점을 알렸던 마블의 시네마틱 유니버스부터 캡틴 아메리카의 어벤져스를 향한, 어설펐지만 진중한 서곡이었던 '캡틴 아메리카: 퍼스트 어벤져(2011)', 그 외 나머지 어벤져스 시리즈(와 거의 모든 마블의 영화들)를 모두 아우르는 영화가 바로 어벤져스 인피니티워다.
히어로 역사의 종착역 느낌이 짙은 본작은 그만큼 굉장히 많은 히어로들이 타노스와 그 수하의 손에 죽거나 사라지며 결말 부분에 가서는 정말 어안이 벙벙해질 정도로 충격적인 전개를 보여준다. 세월이 흐르면서 좋은 배우와 훌륭한 감독들 덕분에 대충 싸질러 놓아도 기본 이상은 하는 마블이 됐는데 좀 너무 가혹하다 싶을 정도로 타노스를 부각시키며 이야기를 진행해 간다.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의 주인공은 누가뭐래도 타노스다. 그가 어떤 신념으로 우주를 지배하고 싶어하는지, 왜 인피니티 스톤을 그토록 갖고 싶어하는지 충분하진 않아도 어느정도 이해가 갈 정도로 설명을 하는 통에 아주 약간 루즈해지는 부분도 있긴 하지만 워낙 등장하는 히어로가 많다보니 한시라도 지루할 틈이 없다. 왜냐하면 우리가 10여년 동안 사랑해온 마블의 히어로들이 적재적소에 나타나고 사라지길 반복하며 타노스에 대항하기 때문. 본인에게 덤벼드는 히어로들을 바라보며 그저 비웃음과 연민, 분노를 쏟아내는 거대한 변종 보라돌이 타노스는 DC유니버스의 조커에 버금갈 정도로 매력적으로 그려진다. 정말이지 버릴 씬이라곤 1도 없는(딱 하나 있다면 드랙스의 느리게 움직여서 전혀 움직이는 것 같지 않다는 개그), 최고의 오락영화이자 SF 히어로물의 끝이다.
영화는 '토르: 라그나로크(2017)' 직후의 이야기와 '캡틴 아메리카: 시빌워(2016)' 의 시점으로부터 2년이 지난 후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로키(톰 히들스턴)' 와 함께 아스가르드인들을 태운 방주로 이민을 계획하던 '토르(크리스 햄스워스)'. 그리고 같은 우주선에 타고 있던 '헐크(마크 러팔로 / 브루스 배너)'. 시빌워 때 자신의 사이드에 섰던 '블랙 위도우(스칼렛 요한슨 / 나타샤 로마노프)', '팔콘(안소니 마키 / 샘 윌슨)' 과 함께 은밀히 행동중인 '캡틴 아메리카(크리스 에반스 / 스티브 로저스)' 에게 앙금이 풀리지 않은 채의 '아이언맨(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 토니 스타크)'. '블랙팬서(채드윅 보스만 / 티 찰라)' 가 국왕으로 군림하고 있는 와칸다에서 요양중인(!) '윈터 솔져(세바스찬 스탠 / 버키 반즈)'. '비전(폴 베타니)' 과 함께 행동하고 있는 '스칼렛 위치(엘리자베스 올슨 / 완다 막시모프)'. 시빌 워에 이어 아이언맨을 사이드 킥 처럼 끝까지 따라다니게 되는 '스파이더맨(톰 홀랜드 / 피터 파커)'. 그리고 아이언맨의 오리지널 사이드 킥인 '워 머신(돈 치들 / 제임스 로즈)'. 타노스의 소식을 지구에서 거의 처음 접하게 되는 '닥터 스트레인지(베네딕트 컴버배치 / 스티븐 스트레인지)' 와 '웡(베네딕 웡)'. 우주에서 조난 신호를 받고 날아가는 '스타로드(크리스 프랫 / 피터 퀼)', '가모라(조 샐다나)', '드랙스(데이브 바티스타 / 아서 더글라스)', '로켓(브래들리 쿠퍼)', '그루트(빈 디젤)', '맨티스(폼 클레멘티에프)' 까지. 블랙팬서의 사이드 킥인 '오코예(다나이 구리라)' 와 가모라의 동생, '네뷸라(카렌 길런)' 까지 합하면 딱 23명이다.
앤트맨과 호크아이는 정말 등장하는지 등장하지 않는지 직접 극장에서 확인하길 바란다.
그야말로 등장인물이 심할 정도로 많아, 딱 봐도 정신없을 것 같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히어로들을 한 자리에 모아놨는데, 이정도로 심각하게 잘 뽑아낼 줄은 진심 몰랐다. 히어로들의 분량을 어쩜 저리 잘 분배해 놨는지 캐릭터 분배부터 먼저 하고 영화를 만든게 아닐까 싶을 정도. 더불어 영화적 집중도와 개그씬, 곳곳에 산재해 있는 소소한 액션씬, 타노스에 대한 스토리텔링, 와칸다에서의 전투씬, 마지막으로 타노스와 한 판 대결을 벌이는 어벤져스 전원의 싸움은 히어로 영화 역사에 아니, 영화 역사에 길이 남을정도로 인상적이고 압도적인 스케일을 자랑한다.
그동안 너무 쉽게 외계 무리들과 빌런들을 처리해 온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타노스에게 손쉽게(?) 무너져가는 히어로들을 보고있으면 마음이 짠해지지만 딱 내가 바래왔던 전개를 보여줘서 너무나 마음에 들었던 영화다. 타노스 하나로 이런 엔딩을 준비한 마블에게 존경과 함께 동시대에 이만한 감동과 전율을 느끼게 해줘서 참 고맙다고 말해주고 싶을 정도다.
항간엔 어벤져스 인피니티워가 어벤져스 4편으로 가기위한 하나의 커다란 떡밥이라고도 하는데,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언제나 기세좋게 승승장구 해오던 히어로들은 시빌워에서 부터 삐끗대며 서로의 약점들을 할퀴어댔고 본작에선 화해의 손길을 내밀 겨를도 없이 철저하게 부숴지고 죽음을 맞이한다. 어벤져스 4가 어떻게 진행되던 간에 나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에 충분한 만족을 했기 때문에 더 이상 바랄 게 없다. 그저 묵묵히 어벤져스 4를 1년여 동안 또 기다리면 될 뿐.
+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의 쿠키영상은 엔딩 롤이 다 올라간 뒤 딱 하나 나온다.
2019년, 어벤져스 4 개봉 전에 개봉이 예정되어 있는 캡틴 마블을 예고한 영상인데 그녀가 새로운 히어로로 등장한다고 해서 어벤져스 인피니티워의 엔딩이 얼마나 달라질까. 히어로들로 하여금 이미 완성형이 된 타노스에게 얼마나 대항할 수 있는 힘을 부여하게 될까 기대 반 걱정 반이다.
++
이번 어벤져스 인피니티워의 번역을 맡은 '박지훈' 이라는 번역가는 이번에도 역시 번역에다 똥을 싸지르며 오역을 해냈다.
쿠키영상의 'mother f.....' 을 '어머니...' 라고 발 번역 했고(진짜 이 때 좀 너무하다 싶었음), 닥터 스트레인지와 아이언맨의 아주 중요한 대사였던 'it's end game = 이게 최종단계야' 를 '이제 다 끝났어' 로 해석하며 관객으로 하여금 '와 ㅅㅂ 진짜 다 끝이구나' 하는 감상을 전달한다.
이쯤되면 좀 미친거 아닌가 싶은 번역이다. 물론 박지훈 번역가가 미쳤다는 말이 아니라 박지훈 번역가를 계속 돈주며 기용해서 쓰고 있는 국내의 수입사와 제작-배급사가 좀 미쳤다는 뜻임.
+++
아이맥스 3D 로 이번 주말에 예매를 해뒀지만 영화 언론 시사이후(2018년 4월 24일 저녁) 충격적인 엔딩이라는 기사에 너무 궁금해서 개봉일인 오늘 달려가서 봤는데 두 번 세 번 봐도 돈이 아깝지 않은 , 명실공히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최고의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