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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군 Jul 02. 2018

영화 오 루시! 후기

이토록 극단적이고 기괴한 사랑 이야기.

잘 있어.





난 포옹을 좋아해요.





미국인은 소리가 크군. 동물같아.





- 여긴 왜 그래요?

- 옛날부터 있던 반점을 뺐어요.















이토록 극단적이고 기괴한 사랑 이야기.



친구도, 가족도, 사랑하는 사람도 없는 외로운 중년 여성 '세츠코(테라지마 시노부 / 미카)'. '조카(쿠츠나 시오리)' 에게 속아(!) 60만엔을 지불하며 수상한 영어학원에 등록한다. 바로 그 날, 그녀의 영어 강사인 '존(조쉬 하트넷)' 의 포옹에 뻑이 간 '루시(세츠코)' 는 어느날 갑자기 조카와 사라진 존을 찾아 미국에 간다는 이야기.



이 영화는 정말이지 기괴하다. 오프닝부터 세츠코의 뒤에서 노래를 흥얼거리다 돌연 '잘 있어.' 라는 말을 남기고 한 남자가 투신한다. 그리고 회사에서 그녀의 앞자리에 앉아 있는 여성직원이 정년이 되어 은퇴를 한다. 세상에 마음둘 곳 하나 없는 중년 여성에겐 이렇게 '죽음' 이라는 그림자가 항상 드리워져 있다. 언제든지 생을 끝내도 이상할 것 하나 없는, 슬퍼할 이 한 명 없을 그녀의 삶. 





조카가 60만엔을 얻고 내민 영어학원 강사의 딥 허그에, 순간 자신의 가슴이 다시 타오르는 걸 느끼고 존에게 애정공세를 할 심산으로 다음 날 영어학원을 찾지만 메이드 카페에서 여행경비를 모은다던 조카와 함께 야반도주를 하는 존을 발견한다. 







조카의 엄마, 그러니까 자신의 '언니(미나미 카호 / 아야코)' 를 찾아간 세츠코는 언니에게 조카에게서 온 반성문 같은 엽서를 보여주고, 대뜸 존과 조카를 찾으러 언니와 함께 미국행에 오른다.


언니와 세츠코의 사이엔 '형부' 라는 매개체가 존재한다. 언니의 남편은 예전 세츠코의 남자친구. 두 여자 사이엔 수십년간 메꿀 수 없는 골이 있다. 그런 상태에서 두 일본 중년 여성의 미국 여행은 순탄할리 없는 기묘한 여행기가 되고 불현듯 찾아낸 존의 거처에서 세츠코는 존의 실체를 목도하지만 사랑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대뜸 존에게 오럴섹스를 해대며 억지로 관계를 가진다. 이후 우연찮게 마주친 미카에게 존과의 관계를 뱉어버리는데 이 장면이 참 인상적이었다. 마치 조카의 엄마인 자신의 언니에게 빼앗긴 전 남자친구라는 존재에 대한 일종의 복수 같았달까. 하지만 이내 '내가 무슨 이모한테 질투를 해~' 라며 깔깔대던 조카가 세츠코의 말과 사실을 보자마자 절벽에서 뛰어내리는데 정말 어마무시하게 극단적인 설정이었다.






그리고 결국 일본으로 돌아온 세츠코. 언니와 조카와의 관계는 모조리 끊어져 버렸고 이제 죽을 날만 고르면 됐었는데 하필 그녀의 앞에 함께 존에게 영어수업을 받던 '톰(야쿠쇼 코지 / 타케시)' 이 나타난다. 그리고 이내 그의 품에 안기는 세츠코. 팔에 새긴 '사랑 애(愛)' 를 지운 상처를 보고 톰이 뭐냐고 묻자 다른 이야기를 한다. 이렇게 우리는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이유나 대상이 어찌돼었던 간에 품에 안길 사람을 그리워하게 된다는 이야기.





무슨 말을 하겠는지 잘 알겠는데, 너무 격하고 극단적으로 풀어낸 영화다. 타인의 체온에 의지하지 않고는 제대로 살아갈 수 없는 세상에서 옆에 있는 사람을 소중히 여기라는 당연하고도 뻔한 이야기이지만 지금 당장 옆에 누가 없어도 그런대로 잘 살아가고 있는 내가 보기엔 심히 일본스타일로 우겨넣은 스토리를 보여준다. 타인의 따스한 체온은 늘 중요하지. '언제고 불현듯 사라져버릴까' 라는 생각을 잠시나마 잊게 해 주니까. 누군가의 품이 어땠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 한 여름밤이다. 아마 나도 세츠코 쯤의 나이가 돼도 혼자라면 저런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될까 예전부터 늘 생각했다. 어느정도는 동의를 하지만 좀 심히 극단적으로 풀어낸 이야기라 집에서 다운 받아서 봤어도 됐을법한 영화를 나는 돈 주고 극장에서 혼자(나 말고 관객이 없었음) 봤지(내돈... ㅠㅠ).



















+

세츠코의 문제적 조카로 나온 쿠츠나 시오리는 살짝 낯이 익는다 했더니 데드풀 2(2018) 에 네가소닉과 레즈비언 커플로 나온 애였다.






"하이~ 유키오~~"

(이제와서 하는 얘기지만 네가소닉, 다이어트 너무 심하게 한 거 아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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