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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군 Jul 09. 2018

영화 변산 후기

보여주고 싶은게 많은 이준익 감독.

염병할놈, 미경이는 한 번에 알아보네.





내 고향은 폐항. 내 고향은 가난해서 보여줄 게 노을밖에 없네.




넌 정면을 안봐.





- 야 김학수! 넌 개새끼여 씨벌놈아!!!

- 누구여!!!!!!!!!!!!!!!!!!!!!!!!!!!!!!!!!!!!!!!




- 나하고 사돈 안 할라유?

- 개 좋같은 소리허고 자빠졌네.













보여주고 싶은게 많은 이준익 감독.



'쇼미더머니' 6년 개근을 하며 랩퍼의 꿈을 이루기 위해 고향 변산을 떠나온 '학수(박정민)'. 그런 그가 어느날 고향에서 걸려온 전화 한통에 급히 변산으로 내려간다는 이야기.



이준익 감독은 욕심이 참 많은 사람이라는 걸 이 영화를 보고 느꼈다. 영화 변산엔 많은 이야기가 담겨있다. 현실을 이겨내며 어떻게든 서울에서 음악으로 성공하려는 청년, 고향에서 마주친 아버지에 대한 지옥같은 기억, 반가운 동창들도 있지만 잊고싶은 죄 같은 친구들, 도둑맞은 시 덕분에 자신과 인생이 완전히 바뀌어버린 교생선생, 첫사랑의 아련한 기억과 자신을 짝사랑하는 상대와의 기분좋지 않은 재회 등. 이 모든 걸 한 프레임에 담으려 노력하다 보니 한 번 쓰이고 버려지는 캐릭터도 많고 개연성없는 연결구조는 물론, 흐리멍덩해지는 전체적인 플롯이 지루함을 유발하는 영화다. 하지만 그 모든 걸 치환하는 건, 뜻밖에도 '욕' 으로 점철된 대사들이니 진중함을 어느정도 덜어내고 '청춘' 을 담기 시작한 이준익 감독의 역량이 약간은 의심되는 영화다.


기대했던(?) 랩퍼 선발대회는 크게 다뤄지지 않고, 학수가 뱉는 랩들은 그저 현재 그가 놓인 상황들을 풀어낸 장치로만 쓰인다. '노력형 천재' 로 일컬어지는 대세배우 박정민의 랩실력은 기성 랩퍼들과 비교해, 전혀 뒤쳐지는 실력이 아니긴 하지만 영화에 비중있게 다뤄지지는 않아서, 뭔가 자신의 능력을 너무 쉽게 사용한 느낌이 들었달까. 첫사랑에 대한 라이벌이자 자신의 시를 도둑질한 '원준(김준한)' 역시 꽤 중요한 인물임에도 중간부터 사라져서, 캐릭터 배치에 대한 의구심을 들게한다. 후반부에 뜬금없이 등장하는 학수의 새로운 연적, '용대(고준)' 는 애들 장난같은 내기 하나로 학수와 그의 아버지(장항선) 와의 엔딩으로 가는 갈등을 고조시키는 인물인데, 이야기의 핵심을 찌르기엔 구조 자체가 너무 너절하기 짝이 없달까. 그래서 신파극으로 치닫지 않은게 다행이긴 하지만 덕분에 너무 쓸모없는 캐릭터들이 많은 기묘한 영화가 됐다.



정말 볼만한 건, 실제 변산의 노을과 학수가 어릴 적 지었던 싯구절, 그리고 학수가 어린시절 짝사랑 했던 '미경(신현빈)' 정도다.





극장에서는 거의 처음 보는 얼굴이었는데 '선미(김고은)' 와의 연결보다 미경과의 엔딩을 더 기대했던 건 나 뿐?

(미경 역시 세 남자 사이에서 갈피를 대충 잡는, 이상한 캐릭터가 됐지만)



엔딩의 오그라드는 랩씬과 슬럼독 밀리어네어가 떠오르는 인도풍 춤사위 씬은 굳이 안 넣었어도 될법했던 어설픈 청춘영화다.






헐리웃 블록버스터나 스릴러, 범죄물에 찌든 한국 극장가에 요딴 영화 하나 정도 개봉해도 뭐, 애교로 봐줄 수 있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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