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함에 안주하지 않는 용기

by 리얼팔

수영에는 ‘풀부이’라는 도구가 있습니다. 허벅지 사이에 끼워 하체가 가라앉는 것을 막아주고, 발차기에 신경 쓰지 않고 상체 스트로크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게 해주는 기구입니다.


처음에 저는 풀부이 대신 킥판을 허벅지 사이에 끼워 사용했습니다. 몸이 뒤뚱거리며 중심을 잡지 못해 웃음이 나올 정도였지만, 시간이 지나자 균형을 익히게 되었고, 덕분에 풀부이를 사용할 때도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풀부이를 끼우면 발차기를 하지 않으니 호흡은 한결 편안했고, 상체 스트로크에 힘을 집중할 수 있어 기록도 눈에 띄게 좋아졌습니다. 그렇게 풀부이를 사용하기 시작한 이후 , 몇년이라는 시간이 흘러버렸습니다


어느 날 함께 수영하던 분들 중 한분이 대회에 나가볼 생각이 없느냐고 물었습니다. 이를 계기로 풀부이를 착용하지 않고 수영을 하는 연습을 시작했습니다. 막상 풀부이를 빼고 수영하니 호흡이 너무 가빠져 다시 착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편안함 속에 다시 안주하게 되었고 대회참가는 요원한 일이 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다니던 수영장이 공사로 문을 닫으면서 더 먼 수영장을 다니게 되었습니다. 그곳에는 창원에서 온 수영 동호인들이 있었는데, 장거리 자유영과 인터벌, 피라미드 훈련을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어느 날 풀부이를 낀 저를 보던 한 분이 말했습니다.
“풀부이 왜 끼세요? 그거 끼면 스피드 안 나올 텐데요.”
제가 믿어온 생각과는 정반대의 말이었습니다. 이유를 묻자 그는 담담히 답했습니다.
“보통 상체 70%, 발차기 30%가 속도에 영향을 줍니다. 그런데 발차기를 하지 않으면 스피드가 안 나는 게 당연하지요.”
그 말에 일리가 있었습니다. 풀부이에 계속 의지한다면 발전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날부터 풀부이를 내려놓기로 했습니다.

처음에는 숨이 가빠 뒤처지기 일쑤였고, 매일 아침 수영장에 들어설 때마다 풀부이를 들고 가고 싶은 유혹을 눌러야 했습니다. 그러나 고통스러운 날들을 하나씩 견뎌냈습니다. 그렇게 한 달, 두 달이 흘렀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풀부이의 존재조차 잊었고, 오늘 아침에는 자연스럽게 2km를 완주한 뒤에야 깨달았습니다.
“이제 풀부이 없이도 2km를 수영할 수 있구나.”
스피드는 예전과 비슷하지만, 호흡은 훨씬 안정적입니다. 발차기가 더 개선된다면 속도도 나아질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이제 대회에 나가도 두려움이 없다는 사실입니다.

풀부이는 분명 유용한 도구입니다. 그러나 그것에 지나치게 의존하면 성장의 기회를 놓칠 수 있습니다. 때로는 힘들고 고통스럽더라도 안주의 틀을 깨고 나오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익숙한 도구를 내려놓았을 때 비로소 자신의 진짜 힘이 드러납니다.
수영뿐 아니라 삶도 마찬가지입니다. 편안함에 머물면 발전이 멈추지만, 불편함을 감내하며 한 걸음 내디딜 때 새로운 세계가 열립니다. 풀부이를 내려놓으며 배운 이 교훈은, 앞으로의 인생 길에서도 좋은 참고가 될 것입니다.

수, 토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