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 부지가 자리한 곳은 주위가 산으로 둘러싸인 호리병 모양의 지형인데 안쪽에 다섯 집 정도가 사는 작은 마을로 들어가는 길 어귀에 이웃들과는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어 호젓한 감이 있다.
부푼 꿈을 안고 귀농귀촌을 한 사람 가운데 텃세를 부리는 원주민과 마찰로 적응하지 못하고 그 마을을 떠나는 경우가 심심찮게 있다.
원주민의 관점에서 보면 귀농인이 신주민이지만 원래 그곳에 있어왔던 자연산하의 관점에서 보면 원주민도 신주민일 뿐이다.
정원 부지 앞 마을길 바로 건너편에 연꽃 군락지가 있어 벌써부터 내년 여름이 기다려진다.
주변의 숲에 다양한 수종의 나무들과 그 속에 사는 산짐승들은 다시 올 봄을 위해 천천히 겨울을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늘 그 자리에 있었던 자연은 사람들에게 주인으로 행세하거나 텃세를 부리지 않고 항상 어머니의 품처럼 포용하려는데 사람들이 심술을 부린다.
사람들은 저 푸른 하늘과 푸른 산은 경계 지우려 하지 않으면서 바로 눈앞에 땅과 땅은 칼처럼 나누려고 으르렁댄다.
자연은 늘 우리 보고 경계 없는 삶을 살라고 말하는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