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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장장이 휴 May 18. 2021

거친 운전 습관과 거친 삶의 습관

우리는 그럴 이유도 없는데 매일 매일 우리 건강을 갉아먹고 있을지도

만약 여러분이 운전을 하기 시작한 지 꽤 됐다면, 운전을 어떻게 하는지에 따라 자동차의 수명이 얼마나 오래 유지될 수 있는지, 혹은 반대로 얼마나 짧아질 수 있는지가 결정된다는 것을 아마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과격하고 잦은 감속과 가속의 반복, 갑작스러운 브레이킹과 예열없는 주행 등 운전을 거칠게 하는 사람들의 차는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보다 수명이 훨씬 더 짧다. 여러 가지 맥락에서 끊임없이 소모되고 닳고 고장이 쉽게 더 많이 생기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운전을 거칠게 하는 운전자가 지속적으로 그 습관을 유지하면, 그 습관이 자동차에 주는 충격과 부하는 꾸준히 차에 쌓여서 차가 금방 고장나게 만들어버린다.


  오늘 아침 나는 꽤 내 차의 수명을 단축시켰던 것 같다. 아침에 출근을 하는데, 마음을 자꾸 괴롭히고 성가시게 하는 일이 눈을 뜨자마자 내 머리에 맴돌았다. 출근길 운전대를 잡았는데, 엑셀과 브레이크를 평소보다 다소 과격하게 밟는 내가 느껴졌다. 마치 지각할 시각에 집에서 늦게 나온 직장인처럼 말이다. '아, 위험하다'는 생각과 함께 '다시 부드럽게 찬찬히 운전을 해야지' 하는 생각도 잠시, 또 금세 내 헝클어진 마음의 주파수를 따라 평소보다 과격하게 운전을 하는 내 모습이 다시 느껴졌다. 꽤 급작스러운 리듬으로 엑셀과 브레이크를 밟을 때마다, 차가 평소보다 훨씬 많이 소모된다는 게 자동차 진동과 기계소리에서 느껴진다. '아, 운전을 평소에도 과격하게 하는 사람들의 차는 아마도 정말 훨씬 빨리 닳아서 고장나버리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몸은 어떨까. 우리 몸도 차와 비슷하지 않을까. 우리가 평소에 예민하고 날카롭게 생활하면(우리 몸을 운전하면), 가장 다치고 수명이 줄어드는 것은 다름 아닌 우리 자신(우리의 몸)이다. 분노, 우울, 짜증, 혐오, 당황, 적개심, 억울함, 원망 등 많은 부정적인 감정들을 하루에도 수백번씩 더 빈번하고 강하게 느끼고 날카롭게 반응하며 사는 사람들은 훨씬 자신의 몸에 많은 부하와 스트레스를 지속적으로 주는 셈이다. 이는 마치 난폭하고 거친 운전자가 계속 자동차에 무리를 주는 것과 비슷하다. 우리가 분노하거나 긴장하게 되면, 우리의 자율신경계가 항진되면서 심박이 빨라지고 여러 가지 신체적 변화가 일어난다. 이러한 즉각적인 신체변화는 물리적으로 위험한 상황에 적절히 대처해서 생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오랜 기간 인간은 호랑이를 맞닥뜨리면 자율신경계가 극도로 항진(활성화)되어야만 그나마 생존할 확률이 조금이라도 더 올라가는 환경에서 살아왔다. 그 결과 우리는 놀라거나 화가 나거나 위험해서 방어해야 한다고 느끼는 등 여러 가지 상황에서 신속하게 생존에 유리하도록 자율신경계가 항진된다. 이러한 진화의 흔적은 세상이 많이 바뀌어서 길가다가 호랑이를 맞닥뜨릴 가능성이 거의 사라진 오늘날에도 그대로 우리 몸에 남아있다. 우리가 느끼는 다양한 부정적인 감정은 일종의 스위치다. 우리 몸을 비상경계태세로 바꾸는 스위치. 우리가 그 스위치를 자꾸 켜는 삶의 방식을 고수하면, 우리의 수명은 계속 짧아질 가능성이 크다. 난폭하고 거칠게 계속 자동차 엑셀과 브레이크를 밟는 운전자의 차가 훨씬 빨리 망가질 가능성이 큰 것처럼 말이다. 


  우리는 운전을 거칠게 하지 말아야 한다. 사고 위험도 크고, 자동차, 특히 차 엔진이 매우 빠르게 닳아서 차의 수명이 줄어드는 가장 큰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날카롭고 예민하게 굴며 살아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예민하고 날카롭게 살다보면 다른 사람과 크고 작은 사건에 휘말릴 확률도 크거니와, 우리의 건강과 수명을 갉아먹는 주된 요인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1950년대에 미국 심장전문의였던 Friedman과 Rosenman의 연구를 시작으로 오랫동안 실시된 여러 대규모 연구 결과들에 따르면, A형 성격 유형(Type A Personality)에 속하는 사람들은 유의미하게 심혈관계 질환 발생 확률이 높다. 여기서 A형 성격 유형에 속하는 사람들의 특징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과 매우 유사하다. 조바심을 쉽게 느끼고, 강렬한 성취욕과 높은 공격성을 가지며 시간적인 긴박감을 자주 느낀다. 그리고 인정을 받고자 하는 욕구가 강한 등 현대사회에서 은연 중에 요구하는 모습들을 더 많이 가진다. 

 

  나는 거친 운전자가 자동차 수명을 마구 단축시키듯이, 사는 내내 민감하고 예민하고 날카롭게 살면서 내 몸의 수명을 마구 단축시켜온 건 아닐까. 아침에 엑셀을 밟으니 자동차 rpm 올라가는 소리가 마치 건강을 믹서기에 갈아넣는 소리 같았던 것 같기도 하고... 흠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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