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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장장이 휴 May 04. 2021

22. 무슨 생각이 들었더라도, 괜찮다

거 그럴수도 있지, 우리 중에 완전무결한 사람이 어딨다고

 그 어떤 생각을 해도 괜찮다. 그 어떤 생각이 들었어도 괜찮다. 나와 여러분은, 이 문장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솔직해도 괜찮다.


    우리가 우리의 생각을 잘 파악하기 위해서는 진솔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이야기했었다. 그런데 진솔하기 위해서는, 우선 '진솔해도 괜찮다'는 마음을 먼저 가질 수 있어야 한다. '진솔해도 괜찮다'는 말의 의미는 무엇일까. 내가 날 것 그대로의 내 솔직한 생각을 순순히 인정하더라도 괜찮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게 괜찮을 수 있어야만, 우리는 비로소 조금씩 우리의 진짜 생각을 아주 조금이나마 보기 시작할 수 있다. 나는 그렇게 믿는다. 


더 읽지 않아도 좋다


    이쯤되면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은 본인과는 거리가 먼 주제의 글이니 넘겨도 좋겠다는 생각을 할지도 모르겠다. '날 것 그대로의 내 솔직한 생각'이 뭐 그렇게 추악하지도, 패륜적이지도, 끔찍하지도 않은 여러분 입장에서는 내가 저렇게 '진솔해도 괜찮다'는 생각을 강조하는 게 크게 와닿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다행이다. 이 글은 더 읽지 않아도 좋다. 분명 이 글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 건네는 글이기 때문이다. 나처럼, 아주 순간이었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마구 비난하고 미워해버린 적이 있는 사람들을 위한 글이다. 나처럼, 어떨 때는 정작 내게 잘못한 누군가에게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으면서, 아무 잘못이 없지만 내가 화풀이하기 편한 내 옆의 소중한 사람에게는 괜히 막무가내로 화를 내고 상처를 줘버리기도 한 적이 있는 사람들을 위한 글이다. 나처럼, 그래놓고 나중에 혼자 침대에 누워 내 비루하고 소심한 겁쟁이의 마음과, 정작 소중한 사람에게 함부로 하는 것 같은 끔찍한 죄책감이 되려 내 마음을 할퀴어서 눈물이 베개를 적신 적이 있는 사람들을 위한 글이다. 


그 어떤 생각을 했든, 괜찮다.


    그 어떤 생각을 했더라도, 그 어떤 생각이 들었더라도, 괜찮다. 차마 내가 그런 생각을 잠시라도 했었다는 자체를 도저히 인정할 수가 없어서 내 어떠한 모습과 내 삶의 어떤 부분을 칼로 도려내버리고 사는 사람들은, 이 말을 다시 한 번 곱씹어보아야 한다. 내가 품었던 어떤 생각이 너무나 추악하고 끔찍해서, 저 깊은 흙탕물 밑 진흙 속에 파묻혀 그 생각이 질식해 죽어버렸으면 좋겠다는 심정을 가졌던 분들은, 꼭 이 말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그 어떤 생각도, 괜찮다. 


그 생각을 한 건 우리가 맞다


    마음이 아프지만, 그 생각을 한 주체가 자신이 아니라고, 그건 나의 생각이 아니었다고, 행여나 그 끔찍한 생각이 들었더라도 그 생각을 떠올린 주체는 '나'라는 존재가 아니었다고 부정하는 일은 우리의 삶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 내용이 무엇이든)생각은, 나와 여러분이 주체가 되어 떠올리는 것이다. 우리가 그 '생각'을 한 주체라는 건 사실이다. 우리가 받아들여야 하는 것은, 도저히 인정할 수 없는 그 어떤 '생각'이 아니라, 그런 생각을 어떤 상황에서, 어떤 순간에 '내가 했다는 사실'이고, 그 생각을 떠올린 '나 자신'이다. 


받아들이지 못하면, 오히려 지배당한다


    살다보면, 지금 의식적으로 생각하기에는 도저히 입에 담기 힘든 수준이라고까지 느껴지는 어떠한 생각을 할 수도 있다. 그 생각을 했다고 해서, 나와 여러분이 그 생각대로 모든 것을 행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리고, 우리가 그 생각을 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 우리 스스로를 조금씩 더 이해해나갈 수 있다. 그래야만, 우리는 그런 생각까지 하게 만든 진짜 원인을 이해하고 우리의 의식적인 통제 하에 두어서, 그런 생각을 나도 모르는 새 다시 하지는 않을 수 있도록 우리 자신을 단련해나갈 수 있다. 비극적이게도, 그 끔찍한 어떤 생각을 해버린 자신을 용서하지 못해 평생 그런 자기자신의 일부 마음을 외면하고 왜곡하며 살아가는 사람은 셀 수 없이 많다. 이러한 사실이 비극적인 이유는, 그렇게 어둠에 가려진 채 우리가 외면해버린 우리의 모습들, 마음들, 생각들이 가장 강력하게 우리 삶을 끝없이 뒤흔들고 지배하기 때문이다. 


이미 정해진 '하지 말아야 할 생각'


    아니, 그리고 탁 까놓고 말해서 말이다. 세상에 뭐 하지 말아야 하는 생각 따로 있고, 해야 하는 생각이 따로 있는 건 아니지 않나. 아, 물론 안다. '현실세계'에서는 해야 하는 생각과 하지 말아야 하는 생각이 딱딱 정갈하게 정해져서 우리 목구멍 속으로 밀어넣어진다는 것을. 이 '해야 하고', '하지 말아야 하는' 기준과 당위의 근거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은 뭐 다음 기회로 미룬다 치자. 하지만 이렇게 우리에게 해야 하는 생각과 하지 말아야 하는 생각이 질서정연하게 결정되어 있는 탓에, 우리는 자꾸 미쳐간다. 분명 하지 말아야 하는 생각이라고 배우고 철썩같이 하지 말아야 하는 생각을 하는 인간은 소위 '죽어 마땅한' 인간이라고 배워왔는데, 내 머릿 속에 그 '하지 말아야 하는 생각'이 떠오르려고 할 때가 살다보면 한 번씩 생긴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절대 자신이 그런 '하지 말아야 할 생각'을 하는 족속이 되어서는 안 되고, 그러다보니 어떻게든 그런 '진짜 날 것의' 내 마음을 외면하든 도려내든 억압하든 뭐 어떻게든 해야만 한다. 이게 나와 여러분, 바로 우리의 모습이다. 근데, 이건 너무 우리를 우리로 있지 못하게 하는 거 아닌가.


무심결에 한 '생각'대로 살아가라는 게 아니다


  내가 추악하고 못났고 무가치하고 버러지같다고 생각하는 '쓰레기'들이나 할법한 '쓰레기같은 생각', 그 생각을 우리가 살다보면 한번쯤은 할 수도 있다는 걸 기억해주었으면 한다. 그리고, 그래도 괜찮다는 이야기를 다시 한 번 끄적인다. 그냥, 갑자기 이 말을 어딘가에 하고 싶었다. 끝없는 자기검열, 그 검열의 기준이 도대체 어디서 온건지 생각해본다면 우리는 어쩌면 그 검열기준 대신 진짜 우리 마음을 더 존중하기로 마음먹어버릴지도 모른다. 그러면 막 어마무시하게 큰 일이 벌어질 것 같겠지만, 그렇지 않다. 왜냐하면, 그 생각대로 행동하고 표출하고 살아라는 이야기가 아닐뿐더러, 그래서도 안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충분히 나와 여러분은 우리가 순간 순간 떠올린 생각대로 살고 있지는 않기 때문이다. 다만, 내 마음 속에 그런 생각이 들었다면, 일단 그 사실은 인정하고 받아들여야만 한다. 그래야 그걸 지지대 삼아 그 생각이 정말 괜찮은 건지, 아니라면 왜 그런 '끔찍한' 생각이 들었는지, 과연 나는 앞으로 어떻게 나아갈지에 대해 아주 옅게나마 생각해보기 시작할 것 아닌가. 


    나와 여러분 마음 속에, 그 어떤 생각이 들었더라도, 괜찮다. 인간이니까, 한 번쯤, 아니 몇 번쯤 그럴수도 있는거다. 


    P.S) 남을 해치고 법을 어기는 행위에 대한 욕망과 생각을 정당화하고 따르자는 것이 아님을 밝힌다. 다만, 그런 생각이 들어버린 나라는 존재 자체를 억압하고 외면하느라 삶을 송두리째 이상한 가면 속에 집어넣고 곪아터지게 만드는 짓을 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 글을 쓴다. 평생을 가면극을 하며 살아가는 것일지도 모르는 우리가, 우리 자신의 생각을 좀 더 잘 알아가는 데 필요한 것 중 하나가 바로 '괜찮다'는 생각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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