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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장장이 휴 May 03. 2021

21. 우리가 우리의 생각을 알아가는 한 가지 방법

자기상담의 핵심, 글쓰기가 또다시 그 해답이 되어줄 수 있다

2021.04.28. 13:21


우리는 우리의 생각을 정말 알까?


  우리는 왜 우리의 생각을 읽어내지 못할까? 우리는 왜 우리의 생각을 알아차리지 못할까? 무슨 엉뚱한 소리냐고 물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의외로 우리는 우리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잘 모른다. 왜냐하면, 우리는 우리가 받아들이기에 불편하지 않은 생각들만을 우리의 생각으로 믿으려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우리는 그럴싸한 '생각'만을 우리가 가지는 '생각'으로 자각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우리의 보편적인 모습은 철학, 역사, 문학, 심리학을 위시한 사회과학 등 여러 학문분야에서 일관성있게 지적(?!)되어왔다. 나는 어릴 때 꽤 오랫동안 누군가와 둘이 있을 때 침묵이 유지되는 걸 굉장히 힘들어했다. 무언가 안절부절하지 못하겠는거다. 그래서 괜히 별로 궁금한 것도 없는데 말을 걸고 질문을 하고 시덥잖은 이야기들을 늘어놓곤 했다. 하지만 정확하게 내가 왜 그렇게 그런 상황에서의 침묵이 길어지는 것을 불편해하고 못견뎌했는지에 대해서는 별로 깊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아마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이라 짐작한다. 그런데 왜 우리는 그런 상황에서 불편함과 불안함을 느낄까. 생각해본 적 있는가. 그 당시 나는 그냥 '당연히 그런거 아니야?' 이런 생각을 언젠가 일기에 끄적였던 것 같다. 세상에 당연한 건 없고, 당연하다는 말은 아주 높은 확률로 '난 잘 모르겠다.'와 동의어다. 정말 자신의 관점과 시간을 가지고 어떤 주제에 대해 숙고하고 치열하게 고민한 사람들은 오히려 역설적으로 '당연하다'는 말을 절대 쓰지 않는다. 자신이 아무리 강한 확신을 가지더라도 말이다. 나는 내가 왜 그렇게 침묵을 불편해했는지 아주 많은 시간이 지난 후에야 알 수 있었는데, 거기에는 무의식적인 나의 어떤 '생각'이 자리잡고 있었다. 그 생각이 무엇이었는지는 이 글을 읽는 누군가의 흥미로운 생각거리로 남겨두기 위해 자세히 쓰진 않으려고 한다. 


또다시 '글쓰기'로, 사고기록지 작성


    우리 자신의 생각을 읽어내기 위해서, 우리는 우리의 행동과 감정을 타고 거슬러 올라가는 방식의 글쓰기 작업을 해야한다. 인지행동치료에서 사고기록지 작성이라고 하는 방법인데, 역시 혼자 자기상담을 진행하면서 우리가 스스로를 이해하기에 글쓰기만큼 효율적이고 탁월한 작업은 없는 것 같다. 생각은 가장 왜곡이 쉽다. 그 무엇보다도 말이다.(여기서 그 무엇이란, 생각 외의 감정, 신체반응, 행동 등을 의미한다.) 이는 우리 몸의 정직함, 위대함과 관련이 있는데, 사실 우리의 신체반응이나 행동, 감정은 모두 몸과 연관이 있다. 감정이 왜 몸과 관련이 되어있냐 반문할수도 있지만, 감정은 다분히 우리의 마음에 대한 몸의 반응이기도 하다. 생각만이 신체반응, 행동, 감정에 비해 가장 몸과 거리가 멀다. 몸은 만져지고 눈에 보인다. 이러한 몸과 가장 거리가 먼 '생각'은 가장 만져지지도 않고 눈에 보이지도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가장 왜곡하기도 쉽다. 우리가 '우리의 생각이 이러이러하다'라고 지각하고 주장할 때, 그러한 인식이 왜곡될 수 있다는 자각은 꽤나 중요하다. 그리고 그 왜곡을 가장 그나마 객관화해서 스스로 자기자신을 살펴보기에 글쓰기만한 것은 찾기 힘들지도 모른다. 글쓰기는 우리의 생각을 한발짝 떨어져서 보게 해주는 데 분명히 탁월한 효과가 있다. 우리의 생각을 눈에 보일 수 있고, 손에 만질 수 있도록, 한발짝 떨어질 수 있도록 어떤 공간에 현출해내놓는다는 것은, 우리가 우리 자신의 생각을 조금 더 명료하게 객관화하는 데 큰도움을 준다.


구체적인 사고기록지 작성 방법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면 우리가 우리의 생각을 찬찬히 이해해나갈 수 있을까. 다음과 같은 과정을 따라 가보길 추천한다.

    1. 내가 가지는 생각과 연관된 상황에 대해 가급적 상세하게, 구체적으로 적는다. 빈 종이에다가 그냥 쓰자.

    2. 이러한 상황 속에서 내가 보인 신체반응행동에 대해 최대한 상세하게 적는다.

    3. 그 때의 감정에 대해 하나도 빠짐없이 나열하고, 그 나열된 감정들의 강도를 점수화하여 100점 만점에 몇점인지 적어내려간다.

    4. 가장 강한 강도(점수)를 가진 감정을 하나(혹은 두개 정도일수도 있다.) 선택하고, 그 감정과 관련이 있다고 판단되는 생각들을 모두 적는다. 하나도 빠짐없이 적는다.

    5. 그 중에서 가장 감정을 강하게 촉발하는, 가장 밀접하게 감정과 연관된 것이라 판단되는 '생각'을 하나 선정한다.(이상형 월드컵 하듯이 소거해나가도 좋다.) 

    6. 그 생각의 기저에 깔린 암묵적 전제, 더 깊이 깔려있는 대전제에 대해 생각해보며 써내려간다.


또 하나 갖춰져야 하는 무기


  위의 절차를 따라가보는 것은, 의외로 간단하다고 느낄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다. 의외로 절차는 간단하다. 이제부터 나와 이 글을 읽는 독자 여러분이 갈고닦을 매우 중요한 부분은, 가급적 진솔해지는 것이다. 우리가 하고 있는 생각, 우리가 가진 생각을 파악하는 일은 사실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단 하나의 전제가 붙는다면 말이다. 그 전제는 바로 '진솔함'이다. 진솔함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매우 크고 담대한 용기를 필요로 한다. 그리고 그 용기를 디딤돌 삼아 내리는 어떤 결단을 필요로 한다. 사실 이 진솔함은 우리의 '생각'에 대해서만 필요한 게 아니라, 그 이전에 사고기록지에 작성해나가는 '신체반응', '행동', '감정'에 대해서도 필요하다. 가령 우리가 어떤 상황에 대해 느끼는 감정을 왜곡해서 인식한다면, 이 감정에 주요한 영향을 미치는 생각이 무엇인지 제대로 파악해나갈 수 있을 리 만무하다. 그래서 우리는 사고기록지를 작성할 때, 주위에 그 누구도 없는 환경에서 작성을 해야 한다. 왜냐하면, 우리가 스스로에게조차 진솔하기 어려워하는 이유 중 대부분은 '타인'의 존재이기 때문이다.(이 주제에 대해서는 기회가 될 때 상세히 써볼 생각이다.) 그리고 그 종이는 찬찬히 읽어본 후에 보관하지 말고 어디 찢어버려도 좋다. 파쇄기에 넣어서 아무도 절대 볼 수 없도록 하는 것이 마음이 편안하다면, 그리 하길 추천한다. 일련의 이런 활동들은, 모두 오직 한 가지, 우리의 진솔함을 담보하기 위해 하는 활동들이다. 어떻게 해서든 조금이라도 더 투명한 진솔함을 확보해서, 차분하게 빈 종이에 우리 스스로에 대해 적어내려가보자. 꾸준히 노력하고 연습한다면, 분명 소기의 성과가 있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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