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록펠러 Feb 16. 2017

뜻 밖의 추억들 안달루시아, 스페인(2)

다섯개 도시, 다섯개 매력 von3.29 bis4.06

"카탈루냐의 심장, 바르셀로나" 포스팅에서 글의 말미에 바르셀로나에서 웃지 못할 에피소드가 있었다고 소개했었다. 사실 이 때문에 그라나다가 나에게 더 특별해지기도 한 것인데, 비행기 출발 시간을 잘못 보게 되면서 그라나다로 이동해야 할 비행기를 놓친 일이 있었다 :) 나는 최대한 침착하게 행동해보기로 했고, 열심히 공항으로 이동하던 전철에서 내린 뒤 핸드폰 핫스팟을 이용해 랩탑에 인터넷을 연결해 당일 그라나다로 이동할 수 있는 가장 싼 교통편을 찾기 시작했다. 사실 이 때 내 스스로도 좀 침착해서 놀랐다, 여행을 처음하는 분들이라면 여행하다가 예상치 못한 데서 작은(?) 실수가 일어날 수 있음을 꼭 기억하시길 바랍니다 그래야 저처럼 그렇구나.. 하고 넘어간답니! 그렇게 찾게 된 방법은 야간 버스를 타고 그라나다까지 이동하는 것이었다! 숙소비까지 아끼면서 다음날 오후면 그라나다에 도착할 수 있었다. 물론 버스를 13시간동안 타야하는 고역이 있었지만, 실수했으면 그 정도 벌은 받아야겠다 싶어 이 방법으로 정했다 :) 그런데, 사실 나는 이 실수 덕분에 평생 잊지 못할 재미있는 추억이 생겼다. 바로 이 루마니아인을 만난 것이다, 이름도 모르고 지금 어디서 뭘 하는지도 모르지만 유럽 여행을 막 시작한 나에게 정말 재미있는 추억을 주었다!


여행 중 하는 실수는 추억의 어머니

바르셀로나에서 기분 좋게 야간산책을 마치고 버스정류장에 시간을 맞춰 잘 도착했다. 버스를 탈 시간이 되었고 나는 내 표에 쓰인대로 맨 뒷자리로 갔다. 예약할 때, 혼자서 편하게 타고가려고 옆 자리에 아무도 없는 곳으로 예약했었는데, 막상 버스를 타니 옆에 굉장히 건들건들하게 생긴 100%흑형은아니고 60%흑형 중도되는 어떤 사람이 앉았다. 나한테 친근하게 "니하오"하고 인사를 건냈다. 유럽에 살다보면 종종 니하오라는 기분이 좋지만은 않은 인사를 듣게 되곤하는데ㅎㅎ 이 니하오가 내 유럽생활에서 처음 들었던 니하오였다. 한국인이라고 말해주고 넌 어디서왔냐니까 루마니아에서 왔다고 했다. 그 루마니아인은 나에게 호기심이 많은지 계속 뭔가 말하려고 했지만 영어는 잘 못하고 스페인어만 할 줄 알았기 때문에 제대로 의사소통하기는 어려웠다. 바디랭귀지와 미소로 적당한 대화를 마치고 새벽 버스에서 잠을 청했다. 새벽 6시 7시쯤 되었을 때였다. 저녁도 제대로 먹지 않았던 탓에 슬슬 배가 고파왔다. 내 인기척에 같이 깼는지 옆에 앉은 루마니아인도 같이 일어났다. 내 뱃속에서 나는 고동소리를 들었는지 자신의 가방에서 주섬주섬 뭘 꺼내더니 샌드위치와 레드불을 나에게 주었다. "이걸 왜 주지?" 한국에서도 길가다가 아무나가 주는 음식은 먹지 말라고 하는데, 심지어 외국인이 주니 더 경계되었다. 그래도 난 배고팠으니까 먹기로 하고 맛있게 헤치우고는 다시 꿀잠을 청했다. 13시간 정도 타는 버스여서 그런지, 중간에 12시쯤 점심시간을 주었다. 40분 정도 휴게실에서 쉬고 가자고 했다. 스페인에 휴게실이 있는 줄도 이 때 처음 알았다. 일단은 버스에서 좀 대기하고 있으려고 했는데 그 루마니아인이 같이 점심먹으러 가자고 했다. 배도 어느정도 고팠으니 그러자 하고 따라 나갔다, 그런데 이 사람이 마치 자기가 사줄 것인 양 먹을 것을 골라보라는 게 아닌가? 나야 뭐 비행기 값도 날려먹었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고맙긴 한데, 나한테 왜 잘해주지 여전히 경계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큰 문제 없으니 잘 얻어먹었다 ㅎㅎ. 나 여행끝나고 독일 가는데 너 나중에 독일오면 내가 밥사줄께 하고 번호를 교환하려고 했는데 핸드폰도 없다고 했었다. 그냥 뭔가 이상한 친구였다. 잘 먹고 있다가, 혹시 몰라 옆에 영어를 할 줄 아는 스페인 아이에게 잠깐 가서 어디서 내리냐고 물어본 뒤 그라나다에서 내린다고 하길래, 내릴 때 같이 내리자고 말하고 다시 테이블로 돌아왔다. 그랬더니 이 오지랖넓은 루마니아 친구는 가서 저 스페인 애도 데리고 오라고 했다, 그렇게 작은 글로벌한 3인 회담이 구성되었다. 둘이서 스페인어로 어느정도 대화를 나누더니, 담배를 피러 나간다고 했다. 담배는 피지 않지만, 같이 나갔다. 이 때부터가 좀 웃겼다. 루마니아 애가 옷 안주머니에서 풀떼기를 주섬주섬 꺼내는 게 아닌가? 그리고 툴툴 종이에 털더니 말아서 피기 시작했다. 이게 바로 대마초구나 :) 별로 호기심이 크지 않아 같이 펴보진 않았지만, 이 루마니아애가 왜 이렇게 잘해줬는지 알 수 있게 해주는 대목이었다. 아닐 수도 있지만 어찌됐든, 덕택에 비행기를 날려먹은 내 마음도 위로가 되었고 여행 에피소드도 늘려준 고마운 친구였다! 그립구나 루마니아인 ㅎㅎ


마지막 이슬람 왕조, 그라나다



이슬람 왕조가 스페인 내에서 마지막으로 쫓겨난 장소가 바로 그라나다이다. 세비야 대성당 안에 있는 콜럼버스의 묘에 같이 붙어있는 이자벨 여왕의 동상을 보면 그 칼이 석류(스페인어로 그라나다)에 꽂혀 있음을 볼 수 있는데, 그것이 바로 이 사실을 의미한다고 했다. 당시에 있던 궁인 이 알함브라 궁전은 그라나다에 아직까지 고스란히 남겨져 있었다.


인간이 계속해 자연을 파괴하고, 기술만을 개발하여 신의 범위에 범접하려 하자, 신은 그들에게서 창의성과 정교성을 빼앗았다고 한다. 그 말을 이 알함브라 궁전을 보며 체감했다. 수 백년 전, 어떤 기술과 도구를 가지고 이렇게 정교하게 똑 떨어지는 비율로 건축을 할 수 있었을지 지금도 믿겨지지가 않고 놀랍기만 하다. 예전 것이라고 해서 느껴지는 숭고함이라기 보다는 이 건축물 자체가 가지고 있는 멋이 느껴졌다. 궁전 안에 있는 각 방과 중정, 데코레이션 안에 스토리가 있었는데, 그것을 하나하나 찾아보며 궁전을 도는 것이 정말 재미있었던 기억이 난다.

그라나다 여행 중 하나 더 기억나는 것은 전망대로 걸어가는 길에 얼떨결에 보았던 이 버스킹이다. 페인트 통을 가지고 야무지게 연주하는 것이 정말 매력있어서 가던 길을 멈추고 가만히 보고 있었는데, 옆에 스페인 여자애들은 춤추면서 좋아하고 그런 걸 가만히 구경하는 것이 나름 재미있었다 :), 공연이 다 끝나고 처음으로 팁도 한번 줘 보고 페인트 통을 치던 그 사람과 눈이 마주쳤을 때 엄지 척해줫는데 "그라시아스(땡큐)" 해줬던 것이 생각나고, 그 때 이후로 버스킹이 정말 마음에 들면 팁을 주고 눈 마주치고 엄지척 한번씩 해주곤 했다. 엄지척


한 여름의 바다가 아니어도 좋았던, 말라가



말라가는 한국인들이 즐겨찾는 여행지는 아니다, 하지만 스페인 내에서 가장 한가롭고 여유로운 그리고 지중해 바닷가를 몇 개 끼고 있는 아름다운 휴양지이다. 절벽 다리가 장관인 론다와 가까운 거리에 있다는 것도 가기로 정한 이유 중 하나였다. 스페인 자체가 독일처럼 내륙에 있는 나라가 아니기 때문에, 주변에 바닷가가 많이 있다. 그래서 바르셀로나에서도 바닷가를 제대로 둘러보지 못했던 나에게 말라가에서 나는 반드시 바다는 섭렵하고 가기로 결정했다.

말라가에서도 나름 이틀 삼일을 보냈지만, 다른 기억보다는 바닷가가 많이 기억난다. 그만큼 물과 모래의 색이 아름다웠고, 여름이 아니기 때문에 덜 북적이는 한적한 분위기여서 더 그랬던 것 같다.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말라게타 바닷가에서 보았던 다리가 불구인 한 스페인 아저씨가 생각난다. 말라가에서 머물던 마지막 날, 다른 특별한 일정없이 바닷가를 한 군데 더 들러보자고 생각하고, 친구가 추천해준 엘빨로라는 바다에 들러 가만히 앉아있던 중이었다. 한 아저씨가 강아지와 함께 바닷가 테두리를 느린 속도로 돌고 있었는데, 자세히보니 다리가 로봇으로 되어있었다. 실제로 로봇다리를 본 건 처음이었다. 정말 힘겹게 힘겹게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으시는데, 진부한 표현이지만 저게 인간승리인가 생각이 들었다, 얼마나 힘드실까 싶으면서도 자신의 애완견과 천천히 나름의 여유를 즐기면서 힘겹게나마 한걸음씩 내딛는 것이 꽤나 도전이 되었다.


절벽에 지은 다리 커피한잔 해보고싶었다, 론다


이 사진은 나의 인스타그램 친구가 스페인 여행할 때 올렸던 사진이다. 이 절벽다리, 누에보다리 하나로 론다의 모든 것이 설명된다. 이 사진을 보고서 나는 스페인에 가면 론다를 꼭 갈 것이고 다리를 보며 커피한잔을 하겠다는 버킷리스트를 세웠다. 그리고 그 버킷리스트를 이루었다.



론다에서 특별한 스토리는 없지만, 저 광경하나 만으로도 구시가지와 신시가지를 연결하는 그 다리를 멀찌감치서 보며 숭고함을 느겼던 그것만으로도 스페인 여행의 이미지 중 큰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스페인 자체를 담은 도시, 세비야


세비야는 스페인 여행지 중 바르셀로나와 함께 가장 아름다운 도시 중 하나로 꼽힌다. 정말 스페인스러운 분위기를 갖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 스페인의 느낌을 풍겨 준 몇 이미지를 소개하고 싶다.


살짝은 비가 오는 우중충한 날씨였는데, 세비야 시내에 들어서자마자 보인 세비야 성당의 분위기와 잘 어울렸다. 열정적이다 라고 생각했던 스페인 분위기와는 또 달랐던 진하다 라는 느낌, 비가와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세비야에서는 그런 감정을 느꼈다. 골목 골목 자전거를 타고 다니곤 했는데, 그 때도 마찬가지로 그랬으며!


스페인의 모든 도시에 스페인 광장은 거의 하나씩은 있다. 이건 여담이지만, 뜬금없이 로마에도 있는 것이 그 흔한 스페인 광장이다. 그 많은 같은 이름의 스페인 광장 중에 세비야 스페인 광장이 가장 아름답고 크다는 사실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 곳에서 꽤나 특별한 경험을 했다.


여행을 하다보면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데? 하는 사람을 다시 보게되는 경우가 있다. 실제로 작년 말에 다녀온 오스트리아 빈에서 보았던 일본에서 수학여행으로 유럽여행을 온 일본 여학생들을 프라하에서 또 만나기도 했었다. 스페인 광장을 돌던 중, 그라나다 알함브라 궁전에서 서로 사진을 찍어줬던 중국 여자아이들을 다시 만났다. 광장 안에 있는 작은 다리를 지나다가, 눈이 마주치고는 서로를 알아봤고 히히덕 거리며 웃고 대화를 이어갔다. 그 아이들로 말할 것 같으면, 영국에서 공부를 하고 있으며, 런닝맨, 샤이니 등의 열성팬이었다. 그래서 나보고 오빠라고 하는데 나름 신기하면서도 재밌었다. 그 때처럼 또 서로 사진을 찍어주기로 하고 어느정도 같이 걷다가 이후에 한번쯤 같이 식사를 하기로 약속하고 헤어졌다. 그렇게 또 여행 한 켠의 추억거리가 생겼다.


P.S 세비야에서 인상깊었던 투우를 추가로


나의 첫 스페인 여행은 바르셀로나와 안달루시아 지방 여행이었다. 한 나라지만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는

각각의 도시들이 인상깊었고, 지금까지도 스페인은 베스트국가에 꼽는다. 그렇지만 스페인을 더 진하게 기억하고 있는 이유는 그 곳에서 만났던 신기하기도 재밌기도했던 사람들과의 추억 때문은 아닐까?


당신의 여행, 정말 신기했던 인연. 실수했지만 그 뒤의 뜻 밖의 재밌는 일들이 있었는지 한번 쯤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요?
매거진의 이전글 낮과 밤이 달라도 너무 달랐던, 암스테르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