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n 11.01.17 bis 16.01.17// 지금 생각해도 벅차다
많은 여행객들에게 사랑받는, 필자가 아이슬란드에서 느꼈던 눈과 얼음을 주제로 아이슬란드의 세 번째 이야기를 이어가 보고자 한다.
아이슬란드 여행의 동선을 고려해 짠 일정과 장소, 그리고 그곳에서 특별히 할 수 있는 액티비티를 찾던 중 눈에 띄었던 것이 바로 이 "스카프타펠 국립공원 빙하 트래킹"이었다. 사실 이 곳에 직접 오기 전까지는 스카프타펠 국립공원이 '빙하공원'인 줄 몰랐었기 때문에 도착했을 때 굉장히 놀랐던 기억이 난다.
빙하공원으로 들어가기 전에 다 같이 집결했던 장소에서 본 트래킹 사진들 그리고 우리에게 채우던 안전 장비들 때문에 그 놀라움에 더해서 살짝의 무서움까지 생겼었다. 영화에서나 보던 그런 장비를 하체에 채웠었기 때문에! 하지만 실제로 빙하공원에 들어갔을 땐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경사도 완만했고 안전한 아이젠과 친절한 가이드 덕에 무리 없이 트래킹을 할 수 있었다.
여기가 얼음 행성인가? - 스카프타펠 국립공원
그때 찍은 사진을 보면서 당시를 회상해보면 지금도 숨이 턱 막힌다! 이 곳이 아니면 절대 볼 수 없을 장관이라는 말을 계속 되풀이했었다. 내 앞에 있던 게 전부 내 몸보다는 몇백 배는 큰 얼음이었던 그곳은 얼음 행성이었으니까.
가이드 없이는 들어올 수 없는 이 빙하 동굴, 저 깊숙이 들어가면 갯물이 흐르고 있는데 같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던 영국 아주머니는 너무 깊숙이까지 들어갔다가 온 몸이 홀딱 젖어가지고선 나왔다 :P
미국의 유명 시리즈물 GAME OF THRONE(왕좌의 게임) 촬영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던 것은 또 하나의 행운이었던 그곳은 나에게 인생 얼음이 되었다. 이제 스타벅스 아이스 아메리카노 안에 있는 얼음만 봐도 이때가 생각날까?
여기가 얼음 행성인가? - 요쿨살롱
수 천년에 걸쳐 빙하 산맥에서 굴러 떨어진 빙하가 호수에 그대로 박혀 만들어졌다고 하는 요쿨살롱, 꽝꽝 얼어붙은 호수에 엄청난 량의 빙하가 박혀있었다.
절대 깨지지 않을 것 같은 이 얼어붙은 호수 위를 뛰어보고 싶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위험한 행동이었는데, 그래도 지금 살아서 이렇게 자판을 칠 수 있는 걸 보면 진짜 내가 봤던 대로 엄청 꽝꽝 얼어있었나 보다. 쪼개진 얼음 조각이 바람을 타고 날아오는 것을 온몸에 맞으며 달렸던 그때의 그 시원함과 스릴감이 지금도 느껴지는 것 같다.
혼자였으면 못 들어갔을 텐데 늘 이런 궂은 행동에 동행해준 찬호형(같이 뛰고 있는 한국인)에게 정말 고맙게 생각한다!!! ;)
이 여행은 마무리도 좋았다
우리는 여행을 하는 동안, 그날그날 기상상황이나 일정에 따라 숙소를 정했다. 모든 숙소가 깔끔했고, 주인들도 친절했는데 마지막 이틀 동안 묵었던 숙소에서의 에피소드, 그곳의 주인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 모든 일정을 마치고 저녁이 돼서야 도착한 아이슬란드의 수도 케플라비크 근처에 위치해있던 이 아파트먼트, 부킹닷컴에서 '칼치기'해서 저렴하게 판매하는 것 중에 평이 9.8로 너무나도 좋은 것이 있길래 바로 예약해버렸다. 그리고 이 아파트먼트는 평점 값을 톡톡히 했다.
여기가 내 집이었으면 했다. 방도 너무 따뜻했고, 모든 것이 갖추어진 부엌, 푹신했던 침대와 쿠션 완벽했다! 여기에 우리의 빨래까지 개인 세탁기로 두 번이나 돌려주고 건조까지 해주었던 따뜻한 주인 아주머님 지금까지 감사하다.
여행에 음식이 빠지면 섭섭하다, 마지막 날 그 전까지도 요리 천재 찬호형과 거의 엄마급이었던 우리누나를 필두로 잘 먹어왔지만 마지막 날에 해 먹었던 치맥은 내 유럽에서 했던 치맥 중 최고였다. 그 자리에서 산 닭과 조금 있던 밀가루 정도를 가지고 어떻게 만든 건지.. 어떻게 만드셨나요 형?
아파트 안에 몇 개 있던 카드 세트는 해가 일찍 져서 넉넉했던 일정을 심심치 않게 만들어준 좋은 친구들이었다. 아이슬란드에서 처음 쳐봤던 포커, 돈을 걸 순 없으니 그곳에 있던 초콜릿 과자를 가지고 베팅을 해가며 놀았었는데 이 날 이 게임을 하면서 얼마나 웃었는지 모르겠다.
글이 정말 술술 써지는 것을 보니, 이 아파트에서 좋은 추억이 정말 많았던 것 같다. 이 아파트에서 당초 머물려고 했던 건 1월 14일, 1월 16일에 새벽 비행기를 타야 하는 일정이었기 때문에, 우리는 1월 15일에 공항에 가서 공항 노숙을 하려고 계획 중이었다. 막상 그 상황이 닥쳤을 때 다섯 명의 인원이 추운 아이슬란드에서 그 정도 짐을 가지고 공항 노숙을 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막막했다. 게다가 새벽 6시까지 기다려야 하는데 렌터카를 반납해야 하는 시간은 저녁 8시였으므로, 기다려야 하는 시간이 훨씬 길었다.
아이슬란드를 떠나는 비행기를 언제 타냐고 물어보고 우리의 이야기를 들었던 아주머님은 선뜻 이런 제안을 하셨다. "숙소 값을 반값만 받고, 다음날 공항까지 직접 태워 다 줄게" 물론 그 아파트가 그 날 부킹닷컴에서 안 팔려서일 수도 있겠지만, 굳이 숙소 값을 반만 받을 필요, 공항까지 이 많은 짐과 다섯 명이나 되는 사람들을 태워다 줄 필요까진 없는데 정말 따뜻한 주인분이셨다. 회의를 거친 우리는 너무 감사하다며 그 제안을 받아들였었다. 다음날 이른 새벽에 일어나 베이글까지 구워서 주셨던 주인 아주머님.. 여행을 많이 한 그리고 앞으로도 많이 할 나에게 있어 역대급 HOUSEHOLDER로 남아있을 것이다.
인생여행 최애 나라 아이슬란드
여행지를 생각하면서 "벅차다"라는 표현, 유럽을 여행하러 나온 것이 아니었던 꽤 오래 생활해서 웬만해선 감흥이 점점 덜해져 가는 나에게 그 표현이 아깝지 않았던 나라 지금도 벅차게 만드는 나라, 아이슬란드. 한국에서 나오기 쉬운 나라가 아니기 때문에 여기부터 가보세요!라고 얘기할 순 없지만, 유럽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나서 감흥이 덜해진 사람이라면 더더욱 이 매력적인 여행지를 추천하고 싶다.
아이슬란드는 나에게 "그냥 내가 사는 곳과는 다른 행성"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