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승훈소장 Dec 31. 2020

30대 영끌. 안타깝...나?


다주택자와 법인이 쏟아낸 매물 30대로 영끌로 받아...안타깝...나?



최근의 기사 중에 다주택자와 법인이 쏟아내는 매물을 30대가 영끌로 받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하는 국토부장관의 발언이 있었습니다. 안타깝다고 표현하신 것은 왜일까요? 아마도 가격이 더 내려갈 수 있는데 비싸게 구입하고 있는 상황을 마음 아프게 생각하신 듯 합니다.



제 얘기를 잠깐 해볼게요. 저는 십수년간 부동산업에 종사하면서 많은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제가 부동산을 하기 전에는 어땠을까요? 가끔 영상 혹은 글에서 밝힌 바가 있는데 저는 투자라고는 전혀 생각도 못했던 사람입니다. 돈도 없었거니와 그나마 찔끔 질끔 모은 돈도 적금에 처박아 두고 있었죠. 반면 주변의 지인 중에선 적극적인 투자를 하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일부는 크게 투자에 성공한 분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대체로 제가 그들을 봤던 시각은 '왜 저렇게 위험한 걸 하지?' '이자를 내면서 왜 집을 사지?' 였습니다. 그들이 한 것은 단지 대출을 받아 아파트를 구입한 것입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고, 위험성도 다른 투자에 비해 매우 낮았습니다. 그럼에도 모르면 무식하다고 그냥 위험하다고 막연히 생각했습니다. 공부를 해볼 생각도 못했고요. 그 때가 저의 20대 중반경입니다. 이후 감사하게도 저는 20대 중후반부터 남들보다 빠르게 부동산에 발을 들였습니다. 고백하자면 좋은 대학, 좋은 학점을 갖지 못했기 때문에 전문자격증을 따야겠다 생각했고 당시 한참 인기가 많았던 공인중개사를 선택하여 운 좋게 공인중개사가 되었고 이후 부동산의 길을 걷게 됩니다.



처음에는 중개를 열심히 했습니다. 주변의 선배님들께 많이 배웠고, 중개사로 만족하지 않고 꾸준히 부동산 관련 공부를 했습니다. 부동산을 시작할 때 저는 돈도 하나도 없었습니다. 믿을 것은 젊은 패기와 열정 뿐이었죠. 제가 처음 근무했던 곳은 도곡동의 동부센트레빌 단지의 부동산입니다. 여러분, 대치동의 동부센트레빌이 얼마나 비싼 아파트인지 아시죠? 기억은 살짝 가물가물하지만 그 당시 (05~06년경) 에도 18억~36억원 정도를 호가했습니다. 이런 아파트를 구입하러 온 분들은 또 얼마나 부동산에 대해 나름의 지식을 가지고 있겠고, 산전수전 겪은 분들이겠습니까. 저 같은 애송이가 상대하기가 힘들었죠. 실제로 전 6개월 정도를 거의 계약서를 쓰지 못했습니다. 내 길이 아니라고 생각도 들었지만 (그러나 딱히 다른 걸 할 것도 없었고) 주변 사람들께서 (그분들이 볼 때) 어리고 귀여운 녀석이 열심히 하는 것이 기특해서인지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습니다. 도움도 많이 주셨구요. 한 사장님께서는 처음 부동산 배울 때는 누구나 그렇다며 부동산에 발 들여놓고 1~2년 못 버티고 나가는 사람이 85%는 된다고 하시더군요. 그러니 힘들겠지만 3년만 버티면 그래도 뭔가 보일거라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저는 그렇게 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그래, 안될 때 안되더라도 3년을 채워보자' 이 심정으로 다시 열심히 일했습니다. 그 사이 역삼동으로 자리를 옮기고 많은 업계 선배님들께 열심히 배우면서 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했습니다. 

월급같은 월급을 받아본 것은 아마 부동산에 입문하고 1년 반쯤 후입니다. 그래봤자 200만원도 채 안되었지만 뭐 그전에는 100만원을 넘겨본 적이 없어서 ^ ^

 어쨌든 당장 금액의 대소보다 중요한 것은 조금씩 부동산을 알아가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서서히 자리를 잡아갔습니다. 저는 나이가 어려서 신뢰감이 떨어지므로 공부를 더 열심히 해야 했고, 일도 더 많이 해야 했습니다. 힘들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결과적으로 그 때의 노력이 빛을 발하고 있는 겁니다. 이후 돈이 모이면서 결혼도 하고, 아기도 생기고, 집도 생기고, 투자도 하고, 돈도 불려가고 더 큰 집으로 이사도 가고 뭐 그렇게 살고 있습니다. 그 과정은 나중에 별도로 기회가 되면 말씀드리도록 할게요.

 지금 저는 40대이고, 부동산 시작은 20대였습니다. 30대에는 무식할 정도로 열심히 일했구요. 저는 머리가 좋은 천재형은 아니기 때문에 노력에 비해 성과가 작은 편입니다. 제 멘토이자 스승님은 저에게 '맨발의 기봉이'라는 별명을 주셨습니다. 왜냐하면 저라는 사람은 어떤 목적 없이, 효율성 없이 일단 열심히 하고 본대요. 기봉이가 앞뒤 가리지 않고 방향도 없이 그냥 무조건 뛰잖아요. 그게 꼭 저같다는 거에요. 제가 그 말을 인정하며 깔깔 웃은 적이 있거든요. 그래서 하는 노력에 비해 결과가 신통치 않아요. 근데 그런 저를 원망하지 않아요. 왜냐하면 비록 효율적이거나 센스있지는 않지만 남들보다 더 열심히 노력하는 성실함을 가졌거든요. 그건 엄청 감사한거니까!!

 그래도 솔직히 그 당시처럼 일하진 못해요. 아이들도 있고 그 외에도 뭔가 잡다하게 그러나 꼭 해야 할 일들이 되게 많아졌습니다. 하지만 저의 30대는 정말 열심히 일했다. 이런 자부심이 있죠. 당시엔 힘들었지만. 그래도 지금 노력의 댓가를 얻었으니까 다행스럽게도. 



그래서 제가 지금 30대는 아니지만 30대 친구들을 보면 정말 중요한 시기라는 걸 알려주고 싶어요. 20대 때는 좀 놀아도 돼요. 솔직히 우리나라에서 미취학 빼고 학교 들어가서 20살 되기까지 10대 시절을 온통 공부만 하잖아요. 그게 제대로 했건, 하는척 했건 어쨌든 그런 삶에 억매이잖아요. 그래서 20대에는 특히 초중반 때는 실컷 놀아라. 노는 것도 중요하다. 그 때 아니면 또 언제 놀아? 

 그런데 30대가 되면 이제 어엿한 사회인이에요. 그리고 자기 인생의 후반부를 준비하는 첫 걸음이에요. 매우 중요한 시기입니다. 그리고 그 때가 나와 너의 인생의 갈림길이에요. 준비를 잘 하는 사람은 순탄하게 가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아마도 평생 힘들 가능성이 높아요. 30대에 잘 안됐는데 40대, 50대 돼서 그거 회복하고 따라잡는다. 솔직히 쉽지 않다는 거 겪어보신 분들은 잘 아시죠? 그러니까 최근 결혼연령대가 30대 중반 이후이니 그때까지 혼자 있을 시기에 얼마나 자기계발하고 뭔가를 연마하기가 좋습니까? 그 나이에 뭔가를 할 때 부모님 허락을 받아야 돼요? 배우고 싶은 분야의 학원비 정도가 없어요? 그렇다고 시간이 빠듯해요? 아니거든요. 그러니까 그 때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남은 인생에 매우 큰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격차가 벌어지는거죠. 

 30대 영끌!! 사실 결과는 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저는 안타깝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그 반대죠. 영끌조차 못하신 분들이 안타깝습니다. 하지만 아직 기회는 있습니다. 정부의 정책여부에 따라 기회가 빨리 끊어질수도 길어질수도 있어요. 모든 행동의 결과는 본인에게 있습니다. 영끌을 한 사람이 잘한 결정일지, 안하고 기다린 분들이 잘한 결정일지는 향후 5년 정도의 시간이 지나면 명확해지겠죠. 그 시점이 되면 어느 그룹이 안도의 한숨을 쉬고, 어느 그룹이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쉴지가 결정됩니다. 기다려 보죠. 파이팅~~!! 


이승훈 소장. 









작가의 이전글 부동산 가격변동성을 생각해보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