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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훈소장 Dec 31. 2020

허위매물 단속하자 서울 아파트 전세 1만건 사라졌다


허위매물은 단속하여 없애는 것이 맞습니다. 소비자에게 혼동을 주고 거래투명성에도 방해가 되니까요. 서울에 허위매물 단속이 시작(8월 21일)되자 전세 1만건이 순삭(!) 됐습니다. 이로서 허위매물이 있다는 것은 확인됐는데 사실 이건 공공연히 다 알던 내용이라 특별하진 않습니다. 헤드라인은 전세 1만건 사라졌다이지만 매매, 전세, 월세가 모두 큰 폭으로 감소했습니다. 현장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시나리오를 통해 알아보겠습니다.


A아파트 단지에 1000세대가 있는데 단속 전에는 매물이 100건이 올라와 있었습니다. 소비자들 즉 잠재적 매수자들은 이 자료를 토대로 이 아파트에 100개의 매물이 있다고 판단합니다. 그런데 그 중 70건 정도가 허위매물이었습니다. (실제 감소매물은 이보다 더할 겁니다). 이제 남은건 30건입니다. 그래도 30건이 있으니 부동산에 전화를 해봤는데 희한하게 별로 없습니다. 왜일까요? 올라온 30건은 허위매물이 아닐텐데요. 네 허위매물은 아닙니다. 하지만 중복매물입니다. 여러분이 집을 팔 때 주변 부동산에 의뢰를 합니다. 우리집을 팔아달라고. 그런데 1군데 의뢰를 하는 것보다 10군데 의뢰를 하는 것이 집 팔기가 더 수월합니다. 당연하겠죠? 이걸 굳이 설명할 필요는 없겠죠. 그래서 평균 5곳의 중개소에 의뢰를 하는 것이 집 팔기가 더 수월합니다. 당연하겠죠? 이걸 굳이 설명할 필요는 없겠죠. 그래서 평균 5곳의 중개소에 의뢰를 했다고 해보죠. 그럼 의뢰받은 중개소는 거의 100%의 확률로 매물사이트에 등재합니다. 즉 실제로는 1개의 물건이지만 사이트에는 5개로 등록됩니다. 결국 30건의 매물은 실제로는 6개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나는 20평의 아파트를 원하는 매수자입니다. A아파트는 20~40대까지 있는데 총 매물 6개입니다. 그 중 내가 찾는 20평대는 달랑 2개입니다. 그리고 30평대 2개, 40평대 2개의 매물이 있습니다. 2채 중 하나는 저층이라 싫고 하나는 앞동에 가려서 싫습니다. 결국 내가 원하는 집이 없습니다. A아파트보다는 마음에 들지 않지만 옆의 B아파트를 갔습니다. 비슷합니다. 내가 원하는 평수는 2~3채 정도. 그 중 그나마 중층의 남향이 딱 1개 있습니다. 집을 봤더니 다행히 마음에 듭니다. 가격은? 터무니 없습니다. 가진 예산으로는 부족해서 포기합니다. 왜 이렇게 비쌀까요? 매도자도 알거든요. 그나마 괜찮은 집은 자기집 뿐이라는걸. 

결국은 나보다 좀 더 여유있는 매수자가 나타나 매도자가 원하는 금액에 거래를 체결합니다. 나는 집이 싸지길 기다렸지만 그런 일은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아니, 오히려 더 올랐습니다. A보다 마음에 안드는 B에서조차 집을 찾지 못해서 더 안 좋은 C아파트를 가야 할지 지역을 옮겨야 할지 고민입니다...

이런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사실 30건이건 100건이건 그 매물을 그대로 믿는 분은 (집을 구해본 분들이라면) 아무도 없을 겁니다. 부동산에 전화해서 확인한 후 현장으로 가보시겠죠. 물론 부동산 현황에 대해 전혀 모르고 탁상에서 데이터 가지고 장난질하며 가격이 떨어지길 기도하는 일부 하락유튜버들은 네이버부동산을 보면 매물이 많다던데 공급이 왜 부족하다는 말이 나오는지 모르겠다는 얘기나 하고 있습니다. 에휴~~



이번 단속은 해야 하는 일이므로 정부의 정책에 지지를 보냅니다. 해야 할 것은 하는 것이 맞죠. 하지만 실제로 매물이 매우 부족하다는 것이 드러나면서 매도자들의 보유심리 및 매도호가의 상승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는 지적도 정확합니다. 실제로 그런 현상이 보이고 있구요. 시나리오에서 보셨듯 공급이 부족하다는 것이 확실해지면 매도자들은 희소성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여 더 비싼 금액에 매도하거나 매도 자체를 거둘 가능성이 높아짐으로써 시중의 공급부족은 심화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아무쪼록 부동산 시장의 안정화가 하루빨리 오기를 간절히 바래봅니다.


이승훈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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