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매물은 단속하여 없애는 것이 맞습니다. 소비자에게 혼동을 주고 거래투명성에도 방해가 되니까요. 서울에 허위매물 단속이 시작(8월 21일)되자 전세 1만건이 순삭(!) 됐습니다. 이로서 허위매물이 있다는 것은 확인됐는데 사실 이건 공공연히 다 알던 내용이라 특별하진 않습니다. 헤드라인은 전세 1만건 사라졌다이지만 매매, 전세, 월세가 모두 큰 폭으로 감소했습니다. 현장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시나리오를 통해 알아보겠습니다.
A아파트 단지에 1000세대가 있는데 단속 전에는 매물이 100건이 올라와 있었습니다. 소비자들 즉 잠재적 매수자들은 이 자료를 토대로 이 아파트에 100개의 매물이 있다고 판단합니다. 그런데 그 중 70건 정도가 허위매물이었습니다. (실제 감소매물은 이보다 더할 겁니다). 이제 남은건 30건입니다. 그래도 30건이 있으니 부동산에 전화를 해봤는데 희한하게 별로 없습니다. 왜일까요? 올라온 30건은 허위매물이 아닐텐데요. 네 허위매물은 아닙니다. 하지만 중복매물입니다. 여러분이 집을 팔 때 주변 부동산에 의뢰를 합니다. 우리집을 팔아달라고. 그런데 1군데 의뢰를 하는 것보다 10군데 의뢰를 하는 것이 집 팔기가 더 수월합니다. 당연하겠죠? 이걸 굳이 설명할 필요는 없겠죠. 그래서 평균 5곳의 중개소에 의뢰를 하는 것이 집 팔기가 더 수월합니다. 당연하겠죠? 이걸 굳이 설명할 필요는 없겠죠. 그래서 평균 5곳의 중개소에 의뢰를 했다고 해보죠. 그럼 의뢰받은 중개소는 거의 100%의 확률로 매물사이트에 등재합니다. 즉 실제로는 1개의 물건이지만 사이트에는 5개로 등록됩니다. 결국 30건의 매물은 실제로는 6개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나는 20평의 아파트를 원하는 매수자입니다. A아파트는 20~40대까지 있는데 총 매물 6개입니다. 그 중 내가 찾는 20평대는 달랑 2개입니다. 그리고 30평대 2개, 40평대 2개의 매물이 있습니다. 2채 중 하나는 저층이라 싫고 하나는 앞동에 가려서 싫습니다. 결국 내가 원하는 집이 없습니다. A아파트보다는 마음에 들지 않지만 옆의 B아파트를 갔습니다. 비슷합니다. 내가 원하는 평수는 2~3채 정도. 그 중 그나마 중층의 남향이 딱 1개 있습니다. 집을 봤더니 다행히 마음에 듭니다. 가격은? 터무니 없습니다. 가진 예산으로는 부족해서 포기합니다. 왜 이렇게 비쌀까요? 매도자도 알거든요. 그나마 괜찮은 집은 자기집 뿐이라는걸.
결국은 나보다 좀 더 여유있는 매수자가 나타나 매도자가 원하는 금액에 거래를 체결합니다. 나는 집이 싸지길 기다렸지만 그런 일은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아니, 오히려 더 올랐습니다. A보다 마음에 안드는 B에서조차 집을 찾지 못해서 더 안 좋은 C아파트를 가야 할지 지역을 옮겨야 할지 고민입니다...
이런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사실 30건이건 100건이건 그 매물을 그대로 믿는 분은 (집을 구해본 분들이라면) 아무도 없을 겁니다. 부동산에 전화해서 확인한 후 현장으로 가보시겠죠. 물론 부동산 현황에 대해 전혀 모르고 탁상에서 데이터 가지고 장난질하며 가격이 떨어지길 기도하는 일부 하락유튜버들은 네이버부동산을 보면 매물이 많다던데 공급이 왜 부족하다는 말이 나오는지 모르겠다는 얘기나 하고 있습니다. 에휴~~
이번 단속은 해야 하는 일이므로 정부의 정책에 지지를 보냅니다. 해야 할 것은 하는 것이 맞죠. 하지만 실제로 매물이 매우 부족하다는 것이 드러나면서 매도자들의 보유심리 및 매도호가의 상승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는 지적도 정확합니다. 실제로 그런 현상이 보이고 있구요. 시나리오에서 보셨듯 공급이 부족하다는 것이 확실해지면 매도자들은 희소성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여 더 비싼 금액에 매도하거나 매도 자체를 거둘 가능성이 높아짐으로써 시중의 공급부족은 심화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아무쪼록 부동산 시장의 안정화가 하루빨리 오기를 간절히 바래봅니다.
이승훈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