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난 해결 위해 매입임대 검토하는 정부.. 또 헛발질

by 이승훈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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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정부를 욕하는 사람은 아닙니다. 솔직히 정치에 관심도 거의 없습니다. 투표는 매번 하지만 딱히 누가 되더라도 큰 상관은 없다 마인드입니다. 다만 집권한 정부는 국민을 위해 열심히 일해주셨으면 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정치인들은 표에만 관심이 있지 국민들 삶은 어떠하든 관심이 없는 것 같기도 합니다. 혹은 열심히 해보려는데 잘 안된 것 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또한 능력 부족이고 결과론적으로 실패한 정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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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다른 정책은 어떤 것이 있는지도 잘 모릅니다. 하지만 제 직업의 특성상 부동산 정책은 원문을 꼼꼼히 읽어보면서 향후 시장에 미칠 파장에 대해 고찰해봅니다. 5월경 슬금슬금 임대차 3법에 대한 얘기가 나오더니 8월 초에 매우 빠르게 국회를 통과하여 바로 입법 시행이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바뀐 법에 혼란스러워했습니다. 다른 것은 몰라도 부동산 임대차에 관한 것은 사실상 국민 모두에게 해당되는 매우 민감한 내용입니다. 이런 것을 자세한 사전 논의 없이 급하게 추진한 것은 결과를 떠나 잘못된 겁니다. 심지어 결과도 매우 좋지 못합니다. 임대인과 임차인의 갈등, 기존 임차인과 새 임차인의 갈등이 나날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뒤늦게 해설 자료를 배포하고, 분쟁 조정위원회를 설립하는 등 안정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쉽게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제 시작일 뿐이라는 겁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임대차 시장은 아비규환입니다. 그런데 아직 시작 단계이고 갈수록 문제가 심해질 수 있습니다. 정부도 부랴부랴 후속책을 고심하고 있습니다. 홍남기 부총리는 지난 10년간의 전세대책을 검토했지만 뚜렷한 답이 없다고 했습니다. 국토부와 임대차와 관련한 일선 공무원들은 국민의 질문에 명확한 대답을 내놓지 못하고 우왕좌왕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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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9일 자 기사에 전세난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매입 임대’를 고려하고 있다고 합니다. 제목을 보자마자 저는 한숨을 길게 내쉬었습니다. ‘정부가 또 헛발질을 하는구나’라는 생각과 함께요. 정말 외람된 표현이지만 현재 부동산 정책을 총괄하는 담당자들은 시장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것 같습니다. 저는 대단한 사람이 아닙니다. 단지 이쪽 업계에 10여 년 남짓 일을 한 사람입니다. 이런 저도 단번에 파악할 수 있는 내용을 도대체 우리나라 최고 엘리트 집단이 모였을 정부에서 왜 이렇게 바보 같은 정책만 내놓을까요?

매입 임대란 정부가 시중에 있는 다가구 등을 매입해서 임대로 내놓는 겁니다. 말 그대로 ‘매입 임대’입니다. 다른 방식으로는 ‘건설 임대’ 가 있습니다. 건설 임대는 건설해서 임대하는 거죠. 둘 중에 전세난을 해결할 수 있는 것은 건설 임대 뿐입니다. 건설은 말 그대로 새롭게 공급되는 것이므로 공급의 총량이 늘어납니다. 늘어난 만큼 수요를 줄일 수 있고 수요가 줄면 가격이 점차 안정화됩니다. 전세수요를 줄이는 것은 오직 공급하는 방법 외에는 없습니다. 전세를 사는 분들은 대부분 내 집 마련의 자금이 부족하기 때문일 겁니다. 그렇다고 이분들을 텐트 치고 살거나 동굴에 들어가 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니 전세수요를 줄이는 방법은 2가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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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내 집 마련을 하기 쉽도록 대출을 원활하게 해주는 겁니다. 이렇게 되면 전세수요가 매매수요로 돌아서게 되면서 매매가는 상승할지 몰라도 전세가는 점차 안정을 찾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 정부 정책은 대출 강화이니 이 방법은 안 됩니다.

둘째, 임대주택을 대량으로 건설하여 전세를 늘려주는 겁니다. 실질 전세물량이 많아지면 전세가격이 내려갑니다. 그리고 사실상 현재의 전세난을 풀 가장 좋은 해법입니다. 그러나 건설임대의 문제는 시간이 오래 소요된다는 점입니다. 그때까지는 전세난이 지속됩니다.

그렇다면 위의 2가지 정책을 꾸준히 시행하면서도 당장 전세난을 해소시킬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그것은 다주택자 혹은 주택임대 사업자(이하 주임사)에게 혜택을 주는 겁니다. 다주택자의 경우 혜택을 주지 않고 규제만 하지 않는 수준이기만 해도 됩니다. 실제 개인이 임대인이 된다는 것은 다주택자라는 뜻과 동의어입니다. 내가 거주할 집 외에 집을 추가로 구입해야 세를 놓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현재 다주택자는 투기꾼이라는 인식 때문에 개인이 세를 놓는 경우가 계속 줄어들고 있습니다. 주임사도 마찬가지입니다. 매우 좋은 제도로서 임대차 시장 안정화에 큰 기여를 하고 있음에도 혜택을 폐지하고 심지어 더 이상 주임사 등록을 받지 않겠다고 합니다. 이렇게 전 세 공급을 줄인 상황에서 계약 갱신청구권까지 통과시키니 사실 지금의 현상은 충분히 예견된 참사라고 해야겠습니다. 지금이라도 해결할 방법은 주임사 제도의 부활 및 혜택 증가, 다주택자 규제 완화입니다. 투기꾼으로 보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입에 거품을 물 발언이지만 지금의 전세난을 해결할 유일한 방법이라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하루 빨리 전세 문제가 해결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승훈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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