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전셋집을 구하기가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집주인이 실거주 하려고 퇴거 요청을 해도 새로운 전셋집을 구하기가 힘드니 만기일에 맞춰서 나가지 못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죠. 가까스로 집을 구했다 해도 만기일보다 늦어지는 경우가 많아 집주인에게 사정을 해야 합니다. 칼럼 제목처럼 “한 달만 더 살게요”를 외치는 거죠. 사실 1달 정도는 서로 협의하에 맞추면 됩니다. 우리는 수십 년간 그렇게 임대인과 임차인이 날짜를 협의해서 이사를 오고 가고 했습니다. 그런데 새삼 이런 것이 왜 문제가 되고 있는 걸까요? 왜 집주인은 불안해하는 걸까요? 오늘은 이 부분을 알아보도록 하죠. 먼저 기사 내용을 일부 발췌해 보겠습니다.
<20년 11월 25일 헤럴드경제>
“세입자가 한 달만 더 살고 싶다고 하는데 불안하네요. 가장 깔끔한 건 전세 만기일에 내보내는 것이지만 야박한 것 같고, 기존 계약서에 기한을 연장하고 퇴거 일을 지정해서 도장을 찍을까요? 아니면 한 달짜리 단기 계약서를 새로 쓰는 게 나을까요?” 집주인이 고민하는 방안은 두 가지. 우선 기존 전세 계약서에 3월 퇴거 일을 명시하고, 임차인이 ‘계약 갱신청구권을 청구하지 않겠다’고 쓰게 한 다음 임대인, 임차인, 중개사의 도장을 찍는 방법이다. 다른 방법은 1개월짜리 단기 월세 계약서를 새로 쓰는 것이다. 하지만 위 두 방법 모두 집주인에게는 위험 부담이 있다는 게 전문가 의견이다. 세입자가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른 최소 기간이나 갱신권을 주장하면 무효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사에서 보듯, 세입자가 새로 구한 집의 이사 날짜를 맞추기 위해 불과 1달만 더 살게 해달라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못해줄 이유는 없습니다. 그런데 계약 갱신청구권이 생기면서 1달을 더 살게 되더라도 연장이 되는 것이기에 1달 뒤 못 나가겠다고 하고 2년을 버틸 수도 있습니다. 또한 1달짜리 계약서를 써도 마찬가지. 2년 미만의 임대차는 2년을 최소 기간으로 보는 법 조항 때문에 역시 임차인이 2년의 기간 동안 거주한다고 주장해도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입니다. 이런 법은 모두 세입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 때문에 생겨난 것이지만 이런 부작용도 발생하는 겁니다.
또 다른 방법은 세입자에게 1달의 기간을 준 후, 반드시 그 날짜에 퇴거하도록 구두가 아닌 미리 문서로 받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확실할 것 같지만 역시 문제가 있습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10조(강행규정)는 ‘이 법에 위반된 약정으로서 임차인에게 불리한 것은 그 효력이 없다’라는 문구가 있습니다. 이 문구로 인해 세입자에게 불리하다고 판단하면 서로 합의하에 맺은 계약도 무효화 시킬 수 있습니다. 기사와 같은 사례에서는 법적으로 다퉈볼 만한 사항이라고 판단되지만 임대인 입장에서는 법의 최종 판단이 어찌 됐든 소송에 휘말리면 1달 뒤에 본인 집에 못 들어가는 마찬가지이므로 불안한 거죠. 때문에 세입자의 사정을 이해하고 봐주고 싶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는 상황이 돼버린 겁니다.
이러다 보니 임대인과 임차인의 분쟁은 날이 갈수록 많아지고 있습니다. 정부는 이를 감안해 임대차 분쟁 조정위원회를 열었지만 실제로 해결되는 비율은 20%도 채 안 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분쟁이 이제 불과 시작 단계라는 겁니다. 앞으로 더 많은 더 다양한 임대차 분쟁이 생길 텐데 도저히 감당이 안 될 것으로 판단됩니다. 무작정 사람을 늘리는 것도 한계가 있습니다. 특히 임대차 분쟁 조정위원회의 회원들의 2/3 이상은 법조인들입니다. 서로 간의 합의를 통한 원만한 해결을 위해서는 임대차 관련 전문가 혹은 해당 직업 종사자가 많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오히려 대다수를 법조인으로 채웠다는 것은 법률적인 문제로 해결하겠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법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다양한 사례가 있는 만큼 다양한 사람들로 구성되는 것이 맞는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부동산 기사를 보면 매일같이 전세에 대한 얘기가 빠지지 않습니다. 좋은 기사보다는 안 좋은 기사, 안 좋은 댓글만 가득합니다. 서로 싸우는 모습도 자주 있습니다. 어쩌다가 이렇게 됐나요? 임대인, 임차인, 유주택자, 무주택자 모두 편안하게 사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승훈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