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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얼워크 정강욱 Nov 22. 2021

사내강사를 통한 직무전문과정 개발하기

잘 전달하는 교육과정을 넘어 잘 배우게 하는 교육과정 만들기 

"교육과정 개발은 잘 되어있나요?"


사내강사양성을 의뢰하는 기업에 되물어 보는 질문이다. 이 질문을 하는 이유는 교육의 효과성은 사내강사 개인의 강의역량보다 교육과정개발에서 결정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강사가 세련되고 재미나게 말한다고 학습자가 잘 배우는 것은 아니다. 전달 방식도 중요하지만 전달되는 내용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이다. 


사내강사분들에게 스피치 방법과 파워포인트 스킬을 알려주는 것보다 직무전문가로서 그분들의 경험과 지식을 교육과정에 제대로 담아내는 것이 우선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기업의 HRD담당자는 '사내강사제도'를 도입하고 운영할 때 전달력 위주의 '사내강사양성'보다 사내강사를 통한 "교육과정개발'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사내강사를 통한 직무전문과정개발의 목적 


사내강사제도를 도입하는 기업의 제1의 목적은 직무전문가의 전문성이 조직 내에 전파되고 내재화되는 것이다. 기업에서 사내강사를 선발할 때 다년간의 직무경험을 통한 '현장에서 통하는 지식과 기술'을 검증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직무전문가들은 생생하게 살아서 움직이는 실전 지식과 기술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다. 하지만 본인이 잘한다고 잘 가르치는 것은 아니다. 아쉽게도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있게 돕는 것은 다른 영역이다. 그래서 직무전문가 개인에게는 체화되어 있지만 남에게 설명하기 어려운 암묵지(暗默知, tacit knowledge)를 형식지(明示知, explicit knowledge) 즉, 정리되어 설명할 수 있는 지식으로 전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간단히 말하자면 이 과정이 바로 직무전문과정개발과정이다. 


이런 시간을 통해 직무전문가들의 지식과 기술이 교안, 교재, 매뉴얼 형태로 정리되어 조직의 지적자산이 된다. 조직입장에서는 체계적인 지식의 전수와 유통을 위한 준비가 되는 것이다. 


또한 직무전문가 개인 측면에서는 암묵지를 형식지로 정리하는 과정에서 본인의 지식과 경험이 더욱 체계화되어 전문성이 더해지며, 누군가의 성장을 돕는 또 한 가지 방법(강의)을 체득하게 된다. 아이러니하게도 전문성이란 것이 나누는 과정에서 본인이 더 성장하는 속성이 있다. 더 잘 나누려고 더 잘 준비하면 더 많이 성장한다. 결국 직무전문과정개발이 조직과 개인의 윈-윈(win-win)을 이끌 수 있는 것이다. 




직무전문과정개발의 현실적 난관


조직과 개인의 윈-윈(win-win) , 참 아름다운 말이다. 누가 이렇게 안 하고 싶을까? 하지만 사내강사를 통한 직무과정개발에는 현실적인 두 가지 난관이 있다. 바로 시간과 방법이다. 


첫째, '시간'이 없다. 사내강사로 모셔야 하는 직무전문가분들이 바쁘다는 것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내 일인 듯 또 내 일 아닌 듯" 한 교육과정개발은 당장 밀려드는 협업에 치여 내일로 미뤄지기 쉽다. 특히 조직 내 최고의 직무전문가들의 노하우를 담은 교육과정을 개발하려면 더욱 그러하다. 결국, 직무전문성이 부족한 (하지만 시간은 좀 남는) 대타 구성원이 사내강사가 되거나, 대대로 내려오는 아웃데이트된 강의안을 띄워놓고 대충 말로 때우는 강의가 진행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둘째, '방법'을 모른다. 사내강사분들이 자신의 경험, 지식, 기술을 오롯이 녹여낸 교육과정개발을 하고 싶더라도 컴퓨터를 딱 켠 순간 막상 어떻게 할지 막막한 경우가 많다. 교육과정개발의 원리와 방법을 잘 모르는 것이다. 직무전문가이지 교육개발방법론 전문가가 아니기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러다 보면 이런저런 정보들로 빡빡하게 채워진 강의안을 띄워 놓고 하나하나 설명하는 직접적 강의(direct teaching)라는 교수법에 고착되기 십상이다. 이 것이 "이해하든 못하든 나는 진도를 나갑니다" 류의 사내강의를 만나게 되는 이유다. 

그럼, 우린 어떻게 이런 난관들을 헤쳐나갈 수 있을까?




내용전문가와 방법론전문가가 함께 하는 직무전문과정개발 워크숍


추천드리고 싶은 방법은 밀도 높은 '직무과정개발 워크숍'을 통해 빠르고 정확하게 교육과정을 개발하는 것이다. 시간의 이슈와 방법의 이슈를 해결하는 대안으로 직무내용전문가인 사내강사분들이 교육개발방법론 전문가의 가이드를 따라 직접 개발을 진행하는 방법이다. 개발 과정의 개수와 분량, 참고자료 유무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2~3일 안에 과정의 뼈대인 과정설계서가 도출되고 과정의 살이 되는 컨텐츠들이 채워진다. 



                                             <직무전문과정개발 워크숍 커리큘럼 샘플>

 



잘 배우게 돕는 직무전문과정개발 포인트들


워크숍을 통해 '잘 배울 수 있게 구성된 과정개발 결과물'(교안, 교재, 매뉴얼, 유인물 등)을 개발하기 위해 주의해야 할 3가지 포인트가 있다. 


첫째, 배운 것이 실천으로 옮겨지게 돕는 기업교육 과정개발의 원리 


기업교육은 무엇보다 학습자들에게 실제적인 도움이 되어야 한다. 실제적인 도움이 된다는 것은 강의장에서 배움이 일어나고 또 그 배움이 현업에 적용되는 것을 말한다. 그래서 교육과정을 개발하는 사내강사라면 다음 두 가지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내가 가르친다고 학습자들이 배우는 것일까? (학습여부) 
학습자들은 배운 것을 현장에서 실천할까? (전이여부)


 ‘이런 거 배워도 실전에선 소용없다’, ‘그건 우리 상황을 모르고 하는 이야기지’, ‘겨우 이거 하려고 바쁜 시간에 우리를 불렀나’ 강의 중 쉬는 시간에 학습자들이 모여 이런 이야기를 나눈다면 이미 실패한 강의다. 왜냐하면 강의 시간에 학습도, 강의 이후에 실천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배운 것이 실천으로 옮겨지는 학습전이(Learning Transfer)가 교육의 성공과 실패를 구분하는 기준이다. 그럼 배운 것이 실천으로 옮겨지려면 과정개발에 어떤 원리가 적용되어야 할까? 


먼저 생각할 것은 문제중심(Problem Centered) 과정개발 원리다. 과정 속에서 학습자가 겪는 현장의 경험과 고민이 충분히 다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참가자의 실제 고민이 풀리는 교육이 최고의 교육이다.  또 하나의 원리는 학습자중심(Learner-Centered) 과정개발 원리다. 참가자들을 듣고만 있는 수동적 청중으로 만들지 말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학습자가 될 수 있게 과정이 개발되어야 한다. 


피드백을 받고 요약하고 생각하고 질문하고 조사하고 부가정보를 얻어 다른 관점에서 보고 자신이 경험하고 있는 것을 처리할 많은 기회를 학습자에게 보장해 주는 것이 교수자의 핵심과제다. - Renate N. Caine


캘리포니아 주립대 Renate N. Caine 교수의 이야기는 귀담아들을 가치가 있다. 교수자가 '요약하고, 생각하고, 질문하고, 조사하고, 부가정보를 얻어서 내용을 잘 소화한 다음' 그것을 가르치려 말고 학습자들이 바로 '이 것'을 스스로 해볼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하라는 것이다. 


문제중심과 학습자중심, 이 두 가지 원리는 효과적, 효율적, 참여적 교육과정개발을 관통하는 원리이다. 사내강사분들이 반복하여 기억하고 반영해야 할 기준이다. 


                                                      <직무전문과정개발 프로세스>


둘째, 내용의 질과 개발의 속도를 올리는 인터벤션


내용의 질과 개발의 속도를 동시에 올리기 위해 직무전문과정개발 프로세스 사이사이에 적절한 인터벤션이 필요하다. 


워크숍 전, 사전과제를 통해서 과정개발의 목적, 목표, 대상, 주요 내용을 정리한 후 워크숍에 결과물을 지참하게 한다. 와서 생각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늘어진다. 


워크숍 중에는 유사 과정개발 실사례와 과정개발 템플릿(교안, 교재, 매뉴얼, 질문 리스트, 참여활동 리스트 등)을 제공하여 개발의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사내강사인 직무전문가가 과정개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동일 직무의 지원인력과 함께 워크숍에 참여하게 하는 것도 추천하는 방법이다. 이때 지원인력은 필요한 자료를 찾거나, 파워포인트 제작 등의 역할을 분담해서 한다. 이 지원인력이 사내강사 예비후보군이라면 더욱 좋다.


워크숍 후에는 워크숍에서 개발된 결과물을 고도화할 수 있는 2~4주의 시간을 주는 것이 좋다. 이 기간 중 과정개발방법론 전문가와 1:1 코칭을 통해 세밀한 부분까지 완성도를 높이게 된다. 마지막으로 실제 개발된 직무전문교육과정을 시연하고 피드백을 받는 시간을 가진다. 개발한 내용이 강의 현장에서 어떻게 작동되는지 확인하고 수정하고 보완할 수 있는 매우 좋은 기회가 된다. 이 외에도 조직의 상황에 적합한 다양한 인터벤션을 찾아보길 추천한다. 


셋째, 사내강사제도를 성공시키는 HR의 역할


직무과정개발의 성공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사내강사다. 과정개발에 참여한 사내강사분들이 전문성과 열정을 가진 조직의 핵심인재라면 빠르게 학습하고 제대로 적용한다. 이렇게 될 수 있도록 선발의 과정을 세심하게 기획하고 운영해야 한다. 적어도 사내강사로 '재수 없게' 뽑힌 것은 절대 아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쉽지 않겠지만) 한 가지만 더 첨언한다면, 가능한 경영진의 강력한 스폰서십을 받을 수 있도록 해보자. 3년째 함께 직무전문과정을 개발하고 있는 한 중견기업이 있다. 정말 제대로 과정개발을 하고 있는 회사다. 이 회사는 사내강사의 시연과 피드백 세션에 대표이사님이 참여하셔서 함께 피드백을 주신다. 아주 세련되게 할 말을 하되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으면서 말이다. 게다가 시연이 끝나고 사내강사 임명장을 수여할 때 순금으로 만든 배지가 달린 새 사원증을 목에 걸어준다. 무려 반돈이다. 직무과정개발의 수준이 올라가지 않을 수가 없다. 


지금까지 사내강사를 통한 직무전문과정을 개발하는 프로세스를 살펴보았다. HRD가 모든 교육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형태에서 현업 주도의 교육으로 넘어가는 양상이 하나의 트렌드가 되어가고 있는 것은 거부할 수 없는 흐름이다. 사내강사제도가 '일한다고 바쁜데 급히 불려 가서 대충 아는 것 이야기하고 나오는 것'이 아니라 ‘조직에는 지적자산이 직무전문가에게는 역량의 깊이가 더해지는 소중한 시간’이 되도록 만들어가자.



진짜 문제를 함께 풀어가는 리얼워크 

대표 정강욱 

www.realwork.group     


*이 글은 HR insight 2021년 12월호에 기고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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