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rst Principles of Instruction
단순하지만 명쾌하게 수업설계의 원리를 알려주는 수업의 제1원리(First Principles of Instruction)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이 책의 저작인 데이비드 메릴(M. David Merrill) 교수는 문헌 분석을 통해 대부분의 교수설계 이론 및 모형에 공통적으로 포함되어 있는 기본교수원리를 추출했습니다. 그리고 이를 수업의 제1원리(First Principles of Instruction)라고 표현했지요.
이러한 원리들이 수업설계에 포함된 정도에 비례하여 수업의 효과성, 효율성, 학습자의 참여 정도가 촉진된다고 합니다. 이렇게 학습전이(Learning transfer)를 높일 수 있는 수업의 제1원리는 다섯 가지 원리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미지 출처: www.mybrainisopen.net
1. 문제 중심 원리(Problem-Centered Principle): 학습은 학습자가 실제 세상의 문제에 대한 맥락 속에서 지식과 기술을 습득하였을 때 촉진된다.
2. 활성화 원리(Activation Principle): 학습은 학습자가 이미 가지고 있는 지식과 기술이 활성화되어 새로운 지식의 기초로 활용될 때 촉진된다.
3. 시연 원리(Demonstration Principle): 학습은 새로운 지식과 기술이 학습자들에게 시연될 때 촉진된다.
4. 적용 원리(Application Principle): 학습은 학습자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새로 습득한 지식과 기술을 적용할 때 촉진된다.
5. 통합 원리(Integration Principle): 학습은 학습자가 새로 습득한 지식과 스킬에 대해서 성찰하고, 토론하고, 옹호할 때 촉진된다.
데이비드 메릴 교수는 가장 효과적인 학습은 문제 중심이어야 하고, 학습자는 나머지 4가지 단계에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사전 경험의 활성화, 시연, 적용, 통합의 단계이죠. 결국 이분의 핵심 주장도 학습자의 문제가 교육의 중심이자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중학교 시절 제 인생 처음으로 밤을 새우며 읽었던 책이 소설 동의보감이었습니다. 400만 부가 팔렸다는 소설답게 너무 재미가 있었죠. 그런데 놀랍게도 데이비드 메릴 교수의 이 책을 손에 넣은 날, 마치 중학교 그 시절처럼 밤을 꼬박 새우며 이 책을 읽었습니다. 무려 500페이지에 달하는 책인데 말입니다.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밑줄을 쳐가며 책장을 접어가며 너무 재미나게 읽었습니다. 대학 교재가 이렇게 술술 읽히다니 제 스스로가 생각해도 신기했습니다.
저는 왜 이렇게 책 읽기에 몰입했을까요? 그 이유를 이 원리 속에서 찾아낼 수 있었습니다. 우선, 제가 품은 문제 (어떻게 잘 배우게 할까?)를 해결할 지식이 이 책 속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수업의 원리 중 가장 중심이 되는 ‘문제 중심 원리’지요. 두 번째로, 지금까지 과정개발자, 강사 그리고 러닝퍼실리테이터로 일하면서 오랜 시간 고민하고 찾아온 나름의 지식과 기술들이 이 책을 통해 새롭게 발견되고 깊이 이해되었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바로 학습자가 이미 가지고 있는 지식이 활용되는 ‘활성화 원리’ 구나 싶었습니다. 수업의 원리가 그날 밤 저에게 작동한 것이죠.
강의는 ‘소설 동의보감’이 아닙니다. 강사의 스토리텔링이 재미와 감동을 줄 수 있지만 학습(Learning) 그리고 전이(Transfer)와는 전혀 무관할 수도 있습니다. 학습자들의 진짜 자신의 문제를 테이블에 올려놓고 함께 풀어가는 순간 본질적인 학습의 즐거움을 주도적으로 경험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