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전달 vs. 문제해결
사내강사 양성과정에서 던지는 첫 질문입니다. 핵심이 명확한 강의, 군더더기 없이 전달력이 좋은 강의, 유머가 있는 강의, 함께 참여하는 강의, 가슴에 무언가를 남겨주는 강의 등등 다양한 답변들이 쏟아지지요. 이런 것들이 좋은 강의를 구성하는 요소임에 분명합니다. 이어서 다음 질문이 이어집니다.
이 글을 읽는 독자분들에게도 같은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여러분이 하는 강의의 목적은 무엇인가요? 무엇이 달성되면 좋은 강의가 되는 것인가요?
강의의 목적은 내용전달이 아닙니다. 강사가 강의시간에 어떠한 주제를 다루었다는 것(covered)은 실상 큰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학생이 아닌 성인학습자에게는 더욱 그러합니다.
혹시 커뮤니케이션 강의를 수강한 직장인이 ‘나는 이번 교육을 통해서 소통의 정의를 알게 되어 너무 좋아’ 라고 이야기하는 것을 들어본 적이 있습니까? 리더십 강의를 수강한 현업팀장이 ‘이번 교육을 통해 리더십의 전반적 트렌드를 이해했어요. 참 보람 있는 시간이네요’ 라고 한다면 조금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지 않을까요?
강의의 목적은 문제해결이 되어야 합니다. 특히 교육의 최우선 목적이 효과적인 ‘학습전이(Learning Transfer)라는 것에 동의한다면 더욱 그러하지요. 강의의 목적은 강사가 어떠한 주제를 다루었다는 것(covered)이 아니라 학습자들이 자신의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밝혀내는(uncovered)하는 것이여야 마땅합니다.
강의는 강사가 내용을 다루는 것(covered)이 아니라
함께 문제의 답을 밝혀내는(uncovered) 과정입니다.
말이 안 통하는 옆자리 동료 때문에 답답한 직장인이 있습니다. 회사에서 열어준 커뮤니케이션 강의를 통해서 구체적인 해결방안 3가지를 얻고 돌아갔네요. 어떻게 팀성과를 관리할 것인지 고민이 많은 신임팀장이 있습니다. 팀장을 위한 성과관리 강의에 참여해 다른 선배 팀장들의 실질적 노하우를 알게 되었네요. 이 것이 정말 괜찮은 강의가 아닐까요?
가장 좋은 강의는 지식습득 수준을 넘어서 자기의 문제가 해결되는 강의라고 생각합니다. 왠만한 정보는 인터넷 검색하면 다 나옵니다. 관련 분야의 좋은 책 몇 권을 제대로 읽어내면 꽤나 탄탄한 지식도 얻을 수도 있지요. 학습자가 강의시간에 원하는 것은 정보와 지식의 나열이 아닙니다. 해당 정보와 지식을 통해 당면한 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가 핵심이죠.
T사의 조직개발 워크숍을 퍼실리테이션 할 때의 일입니다. 회사의 미래 전략과 방향을 설정하는 중요한 일이라 전 직원이 모였습니다. 워크숍 시작 전, 사전에 협의한 대로 대표님이 구성원들이 원하는 것이라면 어떠한 의견도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구성원들에게 진짜 문제를 풀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입니다.
이후 워크숍은 어떻게 진행되었을까요? 열정적인 토론이 그치지 않았습니다. 쉬는 시간도 거부하는 기이한 현상도 볼 수 있었습니다.
진짜 자신의 문제가 테이블 위에 올려지면 누구나 주도적으로 참여하게 됩니다. 강의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강의시간에 어떠한 주제를 다루는 것(covered)을 넘어 자신이 고민하는 문제를 함께 풀어가는(uncovered) 강의가 될 때 학습자의 주도성이 발현되는 것을 자주 경험합니다.
주도적인 학습이 이루어 지지 않는 것이 문제인가요? 학습자가 자기 문제를 인식하도록 도와줍시다. 그 문제를 함께 풀어가는 시간이 되게 강의를 설계합시다. 그러면 강사가 고민하는 학습자의 주도성의 문제도 스르르 풀릴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