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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얼워크 정강욱 May 04. 2020

가르친다고 배울까?
배운다고 실천할까?

러닝퍼실리테이션의 초점, 학습과 전이

가르친다고 배울까? 배운다고 실천할까? 


저는 직업생활의 대부분을 기업교육이라는 영역에 있었습니다. 기업에서 교육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HRD담당자로, 교육컨설팅회사에서 교육프로그램을 설계하고 세일즈하는 컨설턴트로, 산업인력개발을 전공하는 대학원생으로, 작은 교육컨설팅회사 대표로 지내왔고 현재는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강의하는 강사이자 퍼실리테이터로 지내고 있습니다. 


기업교육이라는 영역 안에서 다양한 역할들을 수행하면서 자연스럽게 성인교육에 대한 여러 가지 고민들을 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강사로서 학습자들을 대면하는 기회가 잦아지면서 ‘어떻게 하면 잘 가르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답을 찾으려 꽤나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잘 가르친다는 유명강사의 수업을 따라다니며 청강하기도 하고, 교수법을 가르치는 이름난 수업에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국내외 교수법 관련 서적들은 절판된 책까지 찾아가며 읽었습니다. 


고백하자면 처음에는 생존을 위한 공부였습니다. 강사로서 좋은 피드백을 얻어 업계에서 살아남기 위한 공부였죠. 사업하다 진 빚을 갚기 위해 주어진 강의를 닥치는 대로 하던 때였습니다. 다행히도 강의평이 나쁘지는 않아 기업교육 업계에 조금씩 자리를 잡아갔습니다.  


그런데 강의 경험이 쌓여가면서 이런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동안 내가 품은 질문은 ‘어떻게 하면 잘 가르칠 수 있을까?’ 였다고 생각했는데, 현실적으로는 ‘어떻게 하면 강의평가를 잘 받을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더 큰 방점이 찍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 두 가지는 완전 다른 질문이죠. 훌륭한 강의는 평가가 좋지만, 평가가 좋은 강의라고 훌륭한 강의인 것은 아니니까요. 그때부터 더 실제적이고 더 본질적인 질문에 관심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이 질문입니다.  


내가 하는 강의가 정말 도움이 될까?


2015년 3월, 모기업 연수원 복도에서 우연히 첫 직장 입사동기를 만났습니다. 본인은 교육받으러 왔다고 해서 저는 강의하러 왔다고 했죠. 그랬더니 반가운 얼굴로 “그렇구나, 사기 친다고 수고 많다”라고 진솔한(?) 인사를 하더군요. 친구의 표정을 보아하니 악의를 담은 인사는 아니었습니다. 지금까지 경험한 기업교육이 딱 그 수준이었던 것입니다. 강의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그날 받은 인사를 곱씹어보았습니다. 어쩌면 이 것이 우리나라 기업교육의 현주소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하는 강의가 정말 도움이 될까? 누군가를 가르치는 사람이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한다면 속된 말로 약장수가 되겠다 싶었습니다. 내가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았든 정말 사기치고 다니는 것일 수 있겠다 싶었지요. 

그럼 도움이 된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학습자는 무언가를 배워야 하고 또 그 배움이 현업에 적용될 때 도움이 된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누군가를 가르치는 사람은 다음 두 가지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첫째, 내가 가르친다고 학습자들이 배우는 것일까? (학습여부) 
둘째, 학습자들은 배운 것을 현장에서 실천할까? (전이여부)


 ‘이런 거 배워도 실전에선 소용없다’, ‘그건 우리 상황을 모르고 하는 이야기지’, ‘겨우 이거 하려고 바쁜 시간에 우리를 불렀나’ 강의 중 쉬는 시간에 학습자들이 모여 이런 이야기를 나눈다면 이미 실패한 강의입니다. 왜냐하면 강의 시간에 학습도, 강의 이후에 실천도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강의의 성공과 실패를 구분하는 기준점, 학습전이


학습전이(,學習轉移,Learning Transfer)라는 교육학 용어가 있습니다. 학습전이의 사전적인 뜻은 다음과 같습니다.

교육을 전달받고, 학습내용을 유지하고, 현업으로 돌아가서 학습한 내용을 실행에 옮기는 일련의 과정을 의미한다. 하나의 맥락(context)에서 이루어진 학습이 그 후 다른 맥락에서의 학습 효과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앞에 실시했던 학습이 뒤에 실시할 학습에 영향을 주는 것을 의미한다.


간단하게 이야기하면 배운 것이 실천으로 옮겨진다는 뜻입니다. 저는 성공한 강의와 실패한 강의를 구분하는 확실한 기준점을 바로 ‘학습전이’로 봅니다. 교육의 최우선 목적은 효과적인 ‘학습전이’입니다. 


그럼 학습전이를 높이는 교육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러닝퍼실리테이션(Learning Facilitaion)이 이 질문에 대한 하나의 답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럼 다음 글에서 러닝퍼실리테이션이 무엇인지 설명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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