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배려

-생각하는 보헤미안

by 조현수

그해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를 두 번 보았다. 직장 동료들과 영화를 본 날 하필 남편에게 전화가 왔다. 표를 예매했으니 함께 저녁 먹고 같이 영화 보자고......

조금 전 보고 온 영화를 또 본다고? 그래도 시치미를 떼고 즐거운 척했다.

내가 영화를 봤다고 말하면 남편은 이슈가 된 영화를 영화관에서 못 볼 것이고 오랜만에 하는 외식의 기쁨도 날아가 버릴 것이니까.

아무리 좋은 영화도 두 번 보기는 힘들다. 영화 전문가나 인생 영화인 경우에는 몇 번을 볼 수 있겠지만∼

북한군으로 나온 송강호가 “광석이는 왜 그렇게 빨리 죽었다니”하고 이등병의 편지를 듣다가 “오마니 생각난다. 야 우리 광석이를 위해서 딱 한 잔만 하자우”하고 술잔을 드는 장면이 인상적이었고, 배우들의 열연이 있어 두 번 봐도 좋은 영화여서 다행이었다.

〈공동경비구역 JSA〉뿐만 아니라 이런 경우가 몇 번 있었다. 내가 영화를 봤다고 말을 하기도 전에 남편이 내가 본 영화를 예매한 경우가.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건 부부니까 영화 성향도 비슷하기 때문일 것이다. 스포일러를 싫어하는 성격이지만 영화 도중에 남편이 이해하기 어려워하는 장면이 나오면 귀에 대고 살짝 해석해 주면 ‘어떻게 그렇게 잘 알아?’하고 신기해한다. 왜냐하면 ‘나는 한 번 봤으니까 ㅋㅋ’

알고 보면 남편도 나와 똑같은 경우가 있을 것이다.

나처럼 동료들과 본 영화를 아내가 보고 싶다고 하면 모른 척 가서 처음 보는 것처럼 시치미를 뚝 떼고 앉아 있었던 경우가.

살아가면서 조그만 배려가 필요할 때가 많다. 자기주장을 조금만 굽히고 상대를 배려하다 보면 분위기가 좋아지고 관계도 돈독해진다.

몸이 좀 아픈 직장 선배가 있었다. 회식을 가서 우리가 맛있게 먹을 때면 인상을 쓰면서 이게 무슨 맛이야? 무슨 맛으로 먹냐?”하면서 젓가락으로 휘휘 내젓곤 했다. 그러면 맛있게 먹던 우리들이 멋쩍어지면서 대화도 줄어들었다.

오래전에 〈1분의 배려〉라는 공익광고가 TV에서 많이 방영되었다.

신문을 대신 던져주고, 어르신과 함께 횡단보도를 건너고, 후배에게 커피를 타 주고, 버스 벨을 대신 눌러 주는 아름다운 일들이 하루 1분이면 충분하다는 내용의 광고였다.

이 광고가 방영되는 동안 패러디도 많았지만 사람들이 많이 친절했었다는 느낌은 나만의 생각일까?

자기 아이들에게는 깨끗하게 옷을 빨아 입히고 형편이 어려운 아이의 친구에게 몰래 예쁜 옷을 사주던 주부, 여행 간 옆집 현관 앞에 쌓이던 우편물을 보관해 주던 이웃, 누구에게나 인자한 얼굴로 먼저 인사하던 할아버지......

코로나로 인해서 모두가 심신이 힘들어진 요즘, 작은 배려가 날개를 단다면 그래도 조금은 숨을 쉬기 편해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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