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향기에 코끝이 간지러운 봄날. 거리를 쏘다니다 정훈희의 〈꽃밭에서〉를 듣는다. 이렇게 좋은 날 이렇게 좋은 날 그님이 오신다면 얼마나 좋을까? 노래 위로 하얗게 벚꽃이 날린다. 살아오면서 해마다 돌아오는 봄날이지만 그 빛깔이 자꾸만 더 좋아지는 건 왜일까?
햇살 속을 걸어 다니며 프리지어 장미꽃 냄새를 맡다 갑자기 가슴속으로 쏴-아하니 밀려드는 그리움이 있어 커피 향기 퍼져 나는 카페 문을 연다.
누군가는 노트북을 켜고 누군가는 메모를 하며 추억을 소환중이다. 벚꽃 날리는 아름다운 봄날은 누구나 시인이 되고 작가가 된다. 이렇게 좋은 날 이렇게 좋은 날......
집으로 돌아와 오랜만에 시집을 펼친다. 아찔한 현기증이 난다. 시를 배우려고 애를 켜던 젊은 시절, 기미가 끼고 쓰라린 위병을 참지 못하던 숱한 불면의 밤들......
컴퓨터를 켜고 자판을 두드린다. 완성되지 못한 채 숨어있던 미완성의 시들 위로 하염없이 벚꽃이 떨어지고 있다.
이렇게 좋은 날 이렇게 좋은 날. 눈물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