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처럼 하늘이 푸르고
햇살은 찬란하다
밤새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흔들리는 창가에서 테이프 작업을 하던
고귀한 생명을 앗아가고
수많은 유리창을 박살내고
살아가는 터전을 날려 버리고
무수한 나무들을 뿌리째 뽑아 버리고
광란의 밤을 질주하던
태풍 마이삭은 어디로 갔는가?
바닷가에 사는 사람들은
태풍이 부는 날
두려움으로 온몸에 열꽃이 핀다
태풍 매미 때
하늘을 날아다니는 돌멩이를
바닷속에서 날아온 큰 바위를 본 뒤로
태풍 앞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기다림뿐이란 걸 알았기 때문일까?
수확을 앞둔 농부들은
자식처럼 아끼고 돌본
낙과와 쓰러진 벼이삭들과
허망한 이별을 해야 한다
집이 물에 잠긴 사람들과
산의 흙이 집을 밀고 들어온 사람들은
빛나는 태양 아래서
넋을 잃고 앉아있다
아파트 베란다 유리창이
박살난 많은 집들이
유리를 쓸어 모으는 소리만이
적막하게 들려오는 아침
마음이 무겁다
자연의 재앙 앞에서
태풍이 지나간 흔적의 상처 속에서
우리는 또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