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바구길’에서

-유치환의 시 [ 행복 ] 을 만나다

by 조현수

눈 부신 겨울 어느 날

친구들과 이바구길 버스를 탔다

경상도 사투리로 ‘이야기’라는 뜻의 ‘이바구’길

코스를 따라 이동하다가

시인 유치환을 기념하는 건물에 발이 머문다

‘그리움이 있는 우체통’ 앞에서

일년 뒤 받아 볼 수취인을 생각하며

설레임으로 편지를 쓴다


“ 에메랄드 빛 하늘이 환히 내다 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유치환 시인의 이 시 구절 때문에

우체국은 우리들에게 오랫동안 환상적인 공간이었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그가 쓴 시「행복」을 읽으며

어린 우리들은 수줍게 행복을 꿈꾸었다


시인의 사랑이 그토록 슬프고 아픈 이야기인지

좋아하던 시인이 친일 논란이 있는 줄

소녀시절 우리들은 잘 알지 못했다


우체국에 와서 연인에게 편지를 쓰는

에메랄드 빛 풍경과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

시인의 애절한 독백으로 인해

지금도 우리들은 「행복」이라는 시를

아름답게 기억하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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