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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현수 Nov 11. 2020

옥타비오 파스의 새벽

-오늘의 시

우리가 작품을 대할 때, 작품과 작가의 관계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청소년 시절, 좋은 시를 발견하고 자기의 인생 시가 되었는데, 나중에 그 시를 쓴 시인이 지독한 친일파라면?

시의 내용이 휴머니즘으로 가슴을 울려 감동을 받고 팬이 되었는데, 나중에 작가가 불륜 또는 사기나 횡령을 한 사람이라면...... 충격을 받을게 틀림없다.

내가 좋아하던 작품을 버리고, 그 시절의 빛나던 감성을 버려야 하나?

그 시에 매혹되어 빠져들어, 행복했었던 시간들은 어디로 가야 하나?

    

작가의 인생이 사람들에게 입에 오르내릴 만큼 하자가 있어도, 작품만 좋으면 교과서에 실리고 베스트셀러가 되어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지?

사회와 개인의 도덕성에 문제가 있어도, 그 순간 나의 감정에 충실해서 빠져든 문학 작품이기에 계속 가슴에 품은 채 사랑하며 살아야 하는지.......

생각할수록 쉬운 문제가 아니다.

그래서 좋은 작품을 누군가에게 추천하기가 힘든다.

    

나는 나만의 시를 읽는 방법이 있다.(소설도 마찬가지)

첫째, 시를 쓴 시인을 알고 시를 읽기

둘째, 시를 읽고 시가 좋아져서 시인을 알아보고 작품 연구하기

셋째, 시를 읽고 그냥 그 자체로 시를 좋아하기  

   

옥타비오 파스[ Octavio Paz ]의 「새벽」은 ‘나만의 시를 읽는 방법’ 중에서 셋째, 시를 읽고 그냥 그 자체로 시를 좋아하기에 해당되는 시다.

대학시절 어느 날, 이 시를 읽고 그냥 좋았다.

(그때는 시인과 시인의 나라인 멕시코의 역사와 사회현상에 대해 잘 알지 못했음.)      


새벽 / 옥타비오 파스   

   

차갑고 날쌘 손길이

하나씩 하나씩

어둠의 껍질을 벗긴다

눈을 뜬다

아직

난 살아 있다

한가운데

아직 생생한 상처의 한가운데.    

 

힘들고 어려운 순간에, 이 시의 이미지가 선명하게 느껴지면서 많은 힘을 얻었다.

차갑고 날쌘 손길 / 눈을 뜬다 / 난 살아 있다 / 한가운데 / 아직 생생한 상처의 한가운데     

짧은 시지만 이 한 편의 시에 인생이 다 들어 있는 듯 느껴졌다.


"아직 생생한 상처의 한가운데"는 살아갈 의지를 느끼게 한다.

차갑고 날쌘 손길을 느끼는 새벽, 상처투성이 삶이지만 난 살아있다. 그것도 아직 생생한 상처의 한가운데!!!


이 시를 읽으면 역설적으로 아픈 청춘도, 힘든 현실도 이겨낼 듯한 힘이 생기고 정신이 맑아졌었다.

사회생활이 힘들고 도전과 모험이 두려울 때, 옥타비오 파스의 「새벽」을 읽고, 뜨거운 삶의 에너지를 얻게 되기를 소망한다.     


옥타비오 파스 [Octavio Paz]

멕시코의 시인이자 비평가. 외교관으로 세계 각지를 다니며 시작(詩作)에 열중하였고 파리에서 쉬르리얼리즘 운동에 참여하기도 하였다.
소년 시절부터 시를 썼으며, 1930년대에는 《아틀리에》지(誌)에 의한 시인들의 중심적인 존재가 되었다. 에스파냐 내란에서는 공화파의 전열에 참가하였고, 1946~1968년 동안 외교관으로 세계 각지를 다니며 시작(詩作)에 열중하였다. 제2차 세계대전 후에는 외교관으로 수년간 파리에 체재하면서 쉬르리얼리즘 운동에 적극 참여하였다.
시집에 《격렬한 계절 La estación violenta》(1958) 《언어상(言語上)의 자유 Libertad bajo palabra》(1960) 《동사면(東斜面) Ladera este》(1968) 등이 있으며, 1963년 벨기에에서 국제 시 대상을 수상하였다. 이어 남아메리카 인디언 문명, 에스파냐 정복시대, 서구 리얼리즘 등 표현하기 힘든 인류문화들이 잘 융해되어 있고, 민족의 뿌리를 찾아 잃어가는 인간성 회복을 주장한 문학으로 1990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하였다.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옥타비오 파스 [Octavio Paz] (두산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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