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력이 언제나 운명을 이길 수 없지만, 그래도 노력해야 하는 이유
물리학에서 물체가 실제로 움직이는 방향은 가장 센 힘의 방향이 아니라,
모든 힘이 합쳐져 만들어낸 새로운 방향이다.
힘은 방향과 크기를 가진 벡터다. 따라서 두 개 이상의 힘이 동시에 작용할 때 단순히 힘의 크기만을 더하지 않는다. 각각의 방향을 고려해 하나의 결과적인 힘인 합력을 구하는데, 이 합력은 종종 어느 한 힘의 방향과도 같지 않다. 각각의 힘이 얼마나 세었는지, 어느 방향으로 작용했는지에 따라 전혀 새로운 방향이 만들어진다.
삶에도 늘 두 개의 힘이 동시에 작용한다. 노력과 운명.
사람들이 말하는 성공이란, 우리가 비로소 '원했던 것'을 얻는 상태일 것이다. 이런 순간은 운명의 힘을 이길 만큼 간절한 바람과 노력의 힘을 쏟아붓던가, 혹은 우연히도 운명이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과 나란히 섰을 때 찾아온다.
하지만 대부분의 삶은 그 지점에 도달하지 못한다. 이 두 힘은 거의 늘 같은 방향을 보지 않는다. 나는 앞으로 가고 싶은데, 삶은 때때로 나를 뒤로 끌어당긴다. 열심히 했지만 부족했고, 기다렸지만 기회는 오지 않았다. 그래서 우린 종종 온 힘을 다해 전진한 것 같지만, 전혀 다른 곳에 도착해 당황스러움에 한동안 멍하니 잠시 멈춰 설 때가 있다. 내가 왜 여기 있는지 이유조차 알 수가 없으니 말이다. 우리가 얻게 되는 결과는 노력의 총합도, 운명의 판결도 아니다. 그저 두 힘이 만나 만들어낸 삶의 합력일 뿐이다. 그래서 인생은 때때로 우리를 설명할 수 없는 방향으로 데려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노력이 언제나 운명을 이길 수 없음을 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노력해야 한다.
어차피 대부분의 결과가 내가 원한 것일 수 없는데, 이럴 거면 왜 그렇게 애를 쓰며 살아야 할까?
노력과 운명의 합력의 방향은 맞닥뜨린 순간에는 의미가 없을지도 모른다. 그 방향이 실패인지, 또 다른 시작인지는 시간이 지나야 만 알 수 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어떤 노력도 없이 운명에 떠밀려 표류하는 삶은 나에게 아무런 질문도 남기지 못하고 어떤 의미도 부여하지 못한다. 운명을 이길 수 있을지 확신이 없어도, 나의 의지가 개입된 삶의 방향은 내가 만들어낸 궤적이 된다. 도착지는 틀렸을지 몰라도 최소한 방향은 내가 선택한 것이다. 그래서 이건 실패라기보다 나의 에너지가 남아있는 새로운 방향이 된다.
삶은 정답에 도착하기 위해 사는 것보다 방향을 잃지 않기 위해 사는 거라고 생각한다.
운명 위에서 무의미하게 흘러가는 것보다는 방향을 가진 채 조금 비껴간 삶이 더 인간답다. 그 순간에 빗겨나간 인생이라는 생각이 들지 몰라도, 시간이 흘러 돌아보면 나를 새로운 삶의 시작점으로 데려다 놓았다는 사실을 결국 알게 될 거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