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me Cystal (시간 결정)

by 유시환


과학자들은 최근, 시간이 흐르는데도 그 흐름에 완전히 따르지 않는 물질을 발견했다.

시간은 언제나 같은 속도로 흐르지만, 어떤 물질은 그 시간에 같은 방식으로 반응하지 않는다.

외부의 시간 흐름과 무관하게, 스스로의 주기로 변화를 반복하는 구조.

공간이 아니라 시간 속에서 결정처럼 질서를 이루는 물질. 시간이 흘러도 그 안에 어떤 리듬이 있어, 그 리듬이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이것을 ‘타임 크리스털(Time Crystal)’이라 이름 붙였다.


시간은 언제나 같은 속도로 흘러간다고 믿어왔다.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 24시간이라는 하루가 주어지고, 초침은 같은 간격으로 앞으로 나아가서 시간을 만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우리는 종종, 우리가 느끼는 시간의 길이가 실제로 측정하는 시간과는 다르다는 걸 안다. 심지어 사람마다 다르다.


시간이 사람마다 다르게 흐른다는 걸 알고 있지만, 언제나 같은 시간의 잣대로 상대와 나의 길이를 재곤 한다. 그리고는 저 사람은 벌써 저만큼 갔는데, 나는 아직 여기라는 생각에 마음이 조급해진다. 다른 이들의 발걸음은 나보다 빨라 보여서, 어떻게든 그 보폭을 맞추려고 애쓰다 지쳐버리기 일쑤다. 지쳐버린 내가 세상의 시간 속에서 왠지 패배자가 된 것 같은 기분에 마음은 자연스럽게 흔들리게 된다. 가만히 멈추고 생각해 보면, 타인과의 비교는 언제나 '그와 같은 속도로 가야 한다'는 전제에서 태어난다. 그 사람이 이겨낸 시간은 상상하지 않고, 나와의 결과 차이로만 비교하곤 우리는 또 아무 의심 없이 '결과가 그러므로' 스스로를 느리다고 판단해 버리곤 불안해한다. 우리가 만나는 시기와 질투는 결국 이 불안으로부터 오는 것이리라.


정말 같은 속도로 살아가는 게 정답이고, 다른 사람들과 같은 리듬으로 움직여야 평범한 삶일까?

불안은 내가 뒤쳐진다는 사실 때문이 아니라, 느린 속도를 허락하지 않는 사회적 시계 때문일지도 모른다. 혹은 타인의 시계를 따라가야 한다는 나의 착각에서 비롯되는 건 아닐까.


외부의 에너지와 상관없이 흘러가는 시간을 무시한 채 자기만의 고유한 주기대로 움직이는 ‘타임 크리스털(Time Crystal)’처럼, 우리도 각자에게 맞는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속도를 만들어 내야 한다. 자신만의 'Time Crystal'이 필요하다.


모든 사람은 에너지가 차오르는 시간도, 생각이 깊어지는 속도도 다르다.

누군가는 빠르게 결과를 만들고, 누군가는 긴 침묵 속에서 방향을 다듬는다.

그 차이는 실패도, 결핍도 아니고 각자가 시간을 통과하는 방식과 시기가 다를 뿐이다.

그 차이를 우리는 너무 쉽게 '뒤처진다'라고 번역해 버리는 건 아닐까.


자기만의 속도를 인정하지 못하고 타인의 시계에 나의 인생도 맡겨버리면, 들의 시계대로 나아가는 이들을 시기하고 질투하면서 이유 없는 불안을 일상처럼 끌어안고 살게 된다. 몸과 마음은 분명 내 시간 안에 있는데, 판단은 언제나 남의 시계를 기준으로 내려지니, 나의 시간을 사는 게 아니라 타인의 시계에 끌려다니는 셈이다. 그리고 그런 삶에서는 아무리 애써도 늘 뒤처진 기분을 벗어나기 어렵다. 처음부터 내 시계에 맞춰서 살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만의 시계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면, 비교는 힘을 잃는다. 내가 가야 할 박자를 놓치지 않고 있다는 감각은, 비로소 나를 이해하는데서 시작되고, 그 이해는 불안을 조금씩 밀어낸다. 박수가 없어도, 어떤 순위에 들지 않아도 나를 인정하며 살아간 시간들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결국 중요한 건, 누가 얼마나 빨리 도착하느냐보다 내가 얼마나 나의 리듬으로 끝까지 살아가느냐이다.

사회의 시계는 언제나 속도를 바꾼다. 하지만 나의 시계는 계속 같은 박자로 나아가게 도와준다. 그 다름을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고 나의 속도를 증명할 필요도 없다. 그저 내가 조용히 지켜내야 할 나만의 질서일 뿐이다.


언제 쉬어도 되는지, 멈춰도 되는지, 다시 움직여야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 그래서 나만의 빛나는 ‘타임 크리스털(Time Crystal)’을 만들어 내야만 나의 시간을 오롯이 살아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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