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임을 증명하는 방법은 끝없이 부서지는 것
근육은 찢어진 뒤에야 다시 붙고, 다시 붙을 때 이전보다 더 단단해진다. 작은 실패와 통제 불가능한 사건들은
우리를 망가뜨리기 위해 오는 것이 아니라, 다음 충격을 견딜 수 있는 지혜를 주기 위해 찾아온다.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는 이 역설적인 생존 방식을 안티프래질(Anti-Fragile)이라 불렀다. 부서지지 않는 것이 아니라, 부서짐을 통과한 뒤 더 강해지는 상태를 의미한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불안을 제거하는 법을 배운다. 넘어지지 않도록 조심하고, 다치지 않도록 선택을 줄이고, 확실하지 않은 도전은 애초에 포기한다. 불안을 줄이면 마음이 편해질 거라 믿고, 불안을 잘 관리하는 사람이
어른이라고 믿었다.
그래서 나는 안정적인 삶을 살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 말아야 할 말들을 정리하고, 피해야 할 선택들을 미리 제외했다. 실패하면 잘못될지도 모르는 상황들은 ‘나중에’로 미뤄두고, 안전하다고 믿는 반경 안에서만 움직였다. 그 안에 있으면 흔들리지 않고 평온한 삶을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불안을 잘 관리하려고 하면 할수록 삶은 점점 더 복잡해졌고 규칙들로 가득 찼다. 그리곤 내가 안전하다고 여겨지는 경계가 만들어졌다. 하지만 늘 그렇듯이 인생은 계획대로만 움직이지 않았다. 그 안전한 경계 안에서만 움직인다면, 나는 흔들림 없이 완벽한 삶을 살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나만의 규칙들이 많아질수록 오히려 조금만 규칙들이 어그러져도 나는 쉽게 흔들리고 부서졌다. 안정적으로 살기 위한 믿음들이 가장 예민하고 부서지기 쉬운 상태로 되어버린 것이다.
호수가 아니라 바다임을 증명하기 위해 끝없이 부서지는 파도처럼, 부서지는 순간들은 우리를 성장시켰다. 예상하지 못한 실패, 준비되지 않은 선택, 의도하지 않았던 삶의 방향들과 마주했을 땐, 그때마다 그 순간에는 모든 것이 끝난 것 같고 길을 잃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시간이 지나고 나면 그리 나쁘지만은 않았던 순간들로 기억되었다. 통제할 수 없었던 관계의 균열들은 나와 타인을 더 깊이 이해하게 만들었고, 어쩔 수 없이 떠밀리듯 선택했던 도전은 두려움으로 시작했지만 의외로 나와 잘 맞아 새로운 길을 열어주었다. 성장은 보호받는 상태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나의 경계는 지켜내는 것이 아니라, 계속 부서져서 확장함으로써 비로소 '나'라는 존재를 증명해 가는 것이었다.
세상은 점점 더 빠르게 변하고, 점점 더 복잡해진다. 오늘은 정답이지만 내일은 오답이 되기도 하고, 나보다 대단했던 누군가의 실패가 나의 실패를 의미하진 않는다. 이런 세상에서 '안전한 삶'이란 오히려 끊임없이 부서질 수 있는 삶이 아닐까 생각한다. 무수히 많은 도전들이 필요한 이유도 거기에 있다. 듣고 읽고 이해한 삶보다 경험한 삶은 건널 수 없는 깊이의 차이가 있다. 부서졌다고 생각되는 고통이 왔을 때 전혀 다른 시야와 생각의 깊이가 고통을 새로운 의미로 변환할 수 있는 힘을 주는 것이다. 넘어지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계속 넘어지고 일어서는 사람만이 넘어져도 일어날 자신을 믿기 때문에, 오히려 불안하지 않은 삶을 살 수 있게 되는 것 아닐까.
어쩌면 인생은 우리에게 끊임없이 묻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부서질 용기가 있는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