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나에 대한 오해'
열심히 달려 삶을 살아내다 잠시 멈춘 발걸음에서, 가끔 우리는 길을 잃을 때가 있다.
우리는 항상 정답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살아간다. 신중하게 고른 선택일수록 더 옳았기를 바라는 기대만큼이나, 나머지 다른 하나의 선택에 대한 아쉬움은 더 크게 남는다. 하지만 어떤 선택이 맞고 틀리는지는 아무도 알 수가 없다. 선택의 의미는 결국 그 결과를 받아들이는 사람의 태도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종종 나의 선택에 '실패'라는 이름을 붙여 자책하기도 한다. 그러다 급기야 스스로가 '나'이기를 원하지 않는 '절망'속에 빠져 버리는 때도 있다. 분명 나는 열심히 살았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에 끝도 없는 에너지를 쏟아부었건만, '지금의 내'가 '벗어나려 했던 나'와 조금도 달라지지 않은 이유 역시 '나'때문인 건 아닌지 의심하는 밤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
그럴 땐 가만히 멈춰 보자.
나는 왜 미로에 갇히게 된 걸까. 가만히 서서 돌아보자.
출구를 알 수없어 빙글빙글 돌고 있는 미로 속을 헤매는 게 아니라, 그저 내가 같은 방향으로만 계속 걸었던 건 아닌지를 말이다.
인생에는 눈에 보이는 길은 없다. 하지만 언제나 비슷한 갈림길에서 같은 선택을 하는 '나'가 있다. 나에게 안전하고 익숙하고 나답다고 믿어온 신념 혹은 오해들이 모여, 나의 이정표를 만들었다. 그렇게 선택의 갈림길마다 같은 방향을 가리키는 이정표 때문에 나는 또다시 같은 풍경 속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다.
만약 지금 서있는 이 길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방법은 하나뿐이다. 다음 갈림길에서는 '믿어왔던 나'가 가르키는 이정표대신, 전혀 다른 선택을 하는 것뿐이다. '내'가 '나답지 않은 선택'을 함으로써, 비로소 내가 몰랐던 세상으로 들어가는 문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 두렵고 불안하고 어색한 선택을 해야 나의 마음에 가려져 있던, 또 하나의 다른 문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리곤 그 문을 과감하게 열어야 한다. 그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 나였으면 절대로 하지 않을 선택들을 하나씩 해보자.
매운걸 못 먹는 내가 떡볶이를 제일 좋아는 것처럼,
막연히 뛰는 건 싫다고 생각했던 내가 10km쯤 아무렇지도 않게 달려냈던 것처럼,
아이러니하게도 우리의 인생에는 '내가 알지 못하는 나'가 숨겨져 있다.
내가 아는 얄팍한 지식으로, 때론 편견으로, 나조차 나를 오해를 하고 마는 그런 일들이 우리에겐 일어난다.
그럼 어떻게 선택의 방향을 바꿔 볼 수 있을까?
그럴 땐 내가 해보지 않았던 나와 가장 거리가 먼 것 같은 일들을 떠올려본다.
나는 왜 그것들을 지금껏 해보지 않았을까?
싫어하는 마음과 두려운 마음, 멋지지 않았거나 나와 맞지 않는다는 편견 때문이었다.
그중에서 나는 내가 싫어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을 시도해 본다.
그냥 좋은 건 있어도 그냥 싫은 건 없어야 한다고 믿는다. 따뜻한 건 이유 없이 따뜻해도 되지만, 차가우려면 반드시 이유가 있어야 한다. 그 이유를 찾다 보면, 상상 속의 부정적인 사건들은 거의 다 일어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된다. 어떤 때는 오히려 내가 왜 싫어했는지조차 모르게, 하기 싫은 이유가 없어지기도 한다. 그때마다 나는, 나에 대한 오해 하나를 풀어내고 나의 세상은 새로운 이정표를 얻어 좀 더 넓어지게 된다. 마치 게임에서 미션을 수행하고 다음 단계로 가는 열쇠를 얻는 것처럼 말이다.
때로는 나를 익숙하지 않은 공간과 사람들 속으로 밀어 넣어본다. 낯선 얼굴들 사이에서, 평소라면 결코 듣지 못했을 이야기들이 흐르고, 나와 다른 선택들을 해온 그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나는 어느새 내가 알지 못하던 생각의 결을 만나게 된다. 그리곤 그제야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내가 하지 않았던 것들은 정말 ‘나와 맞지 않아서’였을까.
어쩌면 실패가 두려워 미리 그어둔 선은 아니었을까.
다칠까 봐 스스로를 뒤로 물린 불안은 아니었을까.
해보지도 않았으면서 왜 나는 그렇게 단호하게 ‘나는 이런 사람’이라고 말해왔을까.
언제부터 나는 나를 규정하는 일에 이렇게 익숙해졌을까.
멈춰 선 길 위에서 수많은 질문을 마주한 뒤엔, 다시 '제멋대로 선택'할 용기가 생긴다.
우리는 낯섦에 조금 더 관대해져도 좋지 않을까.
나는 특별한 사람도 완벽한 사람도 아니다. 그저 실수가 많고 부족하니까 계속 배우는 사람일 뿐이다.
그러니 부족한 나는 당연한 거다.
부족한 나를 인정하고 나면, 다른 선택을 하는 나를 불안해하지 않게 된다. 반드시 결과가 좋지 않아도 되니 말이다. 다른 선택은 언제나 두렵지만, 그냥 내가 하는 '선택'에 어떤 기대보다는 결과를 책임질 용기만 있으면 그뿐이다. 그러니 마음의 정류장에 잠시 멈춰 숨을 고른 뒤에는, 낯선 버스에 올라타보자. 그래야 새로운 풍경을 볼 수 있을 테니 말이다.
https://youtu.be/4SrrieLwsOI?si=rYdMHf-JRe70-3o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