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 문문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데 맞고 틀린 게 뭐 그리 중요했을까요

by 유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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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해서 알게 되는 것은, 아마 나와는 한 끗도 맞지 않는 사람과 결혼했다는 사실과 왜 이렇게 다른 사람과 나는 결혼을 하게 된 건지 나를 이해할 수 없게 되는 날이 온다는 거다.


내가 좋아하는 모든 것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과, 그 사람이 좋아하는 것을 대부분 좋아하지 않는 나.

먹고 싶은 것부터 맞고 틀린 가치관까지 모두가 다른 그 사람과는 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면서 깔깔 대었던 걸까. 마치 기억 상실에 걸린 것처럼 아무것도 기억할 수 없었다.


플라톤은, '사랑'은 완전한 상태가 아니라 결핍을 자각하는 상태에서 시작한다고 말했다. 본래 하나였던 인간이 둘로 나뉘어서, 내가 잃어버린 나에게 존재하지 않은 나의 반쪽을 평생 찾아 헤맨다는 이야기다. 그러니 내가 갖지 못한 것들로 가득 채워진 그 사람을 사랑하게 되는 것을 우리는, '다름'이 아니라 '운명'이라고 불렀다. 닮은 사람보다 내가 갖지 못한 결핍을 채워줄 것 같은 사람에게 더 강하게 끌리도록 태어났고, 평생을 찾아 헤맬 거라 했으니 말이다. 어쩌면 그래서, 당신 안에서 '내가 되고 싶었던 모습'을 보았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내게 없는 것들을 잔뜩 가진 네가 나의 부족함을 비춰주는 거울이었고, 나의 부족함을 채워주는 열쇠 같았나 보다.


하지만 결혼은 서로 모든 게 완벽하다고 착각한 두 사람이 영원을 맹세하는 일이다. 상상속에 품었던 그 모든 환상으로부터 우리를 현실로 데려다 놓는다. 나와 다른 모든 것들이 일상의 작은 순간에서 부딪히기 시작한다. 나의 부족한 부분이 채워져 완벽한 내가 만들어질 줄 알았는데, 합쳐질 수 없고 이해되지 않는 간극만이 남는다.


서로가 서로에게 맞고 틀린 게 자로 정확하게 재어지지 않는다며 아웅다웅 다투다 보면, 왜 싸웠는지보다 누가 맞았는지가 점점 중요해지고, 결국 그렇게 한 참을 싸우다 우리의 사랑은 논쟁이 되어 지쳐 쓰러지게 된다. 그리곤 왜 싸웠는지조차 기억나진 않지만, 누가 맞고 누가 틀렸는지에 대한 판단만 남아 승복할 수 없는 억울한 사건으로 서로에게 남겨진다. 그게 그 사람과 나의 전쟁의 서막이 되어, 마치 세계 대전의 이념 싸움을 하는 것 마냥 옳고 그름을 따지며, 누구의 가치가 맞는지 알 수 없는 정답지에 서로의 정답을 강요하는 전쟁을 치른다. 그러다 너와 나의 이념을 서로 존중하면서 선을 넘지 않도록 조심하는 휴전 상태를 맞이하며 폐허가 된 일상을 마무리하게 된다. 이마저도 안 되는 경우에는 도저히 대화를 할 수 없다며 각자의 세계로 돌아가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 콩깍지가 쓰여있었던 그 시절을 가만히 생각해 보면, 우리에게도 맞고 틀린 게 중요하지 않던 시절이 있었다. 아니, 네가 한 말이라서 다 맞았던 시절도 분명 있었다. 논리보다 너의 표정이 먼저였고, 옳고 그름보다 위로가 먼저였던 시절 말이다. 다만, 우리가 그 시절을 잊었뿐이다.


당신과 내가 사랑하는데 내가 맞든 당신이 맞든 뭐 그리 중요할까요. 내 맘 한켠쯤 조금 문드러진들 대수겠나요, 그저 내가 사랑하는 당신 맘만 아프지 않으면 되는걸요. 그렇게 감정을 주체할 수 없고 앞뒤가 맞지 않는 말로 우겨대는 당신에게 필요한 건, 그냥 '당신 말이 다 맞다'는 한 마디 위로라는 걸 그때는 머리보다 가슴이 먼저 알았던 거다.


그 한 문장이면 끝날 전쟁이었다. 항상 제 말만 맞다고 우기는 당신 때문에 억울하고 황당하고 어이없을지언정, '미안해. 네 말이 맞아'라는 주문하나면 마법 같은 평화가 너에게 찾아온다는 걸 나는 안다. 그 말은, 내가 틀렸다는 선언이나 인정이 아니라 나는 당신이 소중하다는 말이고 우리를 선택하겠다는 고백이다. 그러면 내가 당신에게 그랬던 것처럼, 언젠가 당신도 철부지 아이 같은 나의 억지를 '그저 너만 괜찮다면 나도 괜찮다'는 마음으로 넘겨주리란 걸 믿는다.


결혼은 끝없는 전쟁이 아니라, 미숙함을 드러내도 안전한 곳이 있다는 걸 알아가는 것이다. 서로의 작은 항복에 이기지 않아도 괜찮고 틀려도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을 얻는 것이다. 끝까지 옳다는 걸 상대에게 이해시키기보다 끝까지 곁을 지키기 위해 한 발 물러서는 용기를 갖는 일 인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맞춰가다 보면, 어느 순간 '철컥'하고 잃어버린 반쪽의 퍼즐이 딱 맞춰지면서 완벽한 인생의 마지막을 맞게 되는 날이 오리라 기대해 본다.



https://youtu.be/x-QVEpEubGY?si=EknDLBLT9H7tsoP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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