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라테스 전단지를 휘날리며

by 김이성


가장 처음 시작한 아르바이트는 전단지 돌리기였다.

사람을 마주하면 늘 긴장했기 때문에 식당 서빙이며, 카페 아르바이트 같은 다른 일은 쉽게 도전할 수 없었다.

백장, 이백장, 그 장수에 따라서 혹은 단기간 시급을 계산해서 돈을 주는 일이었기 때문에 큰 용돈 벌이는 안 됐다. 하지만, 전단지 한 장을 돌리더라도 책임감 있고, 성실하게 임하겠다는 마음으로 일을 시작했다.

역 앞에 있는 어느 필라테스 학원. 지하철역 근처에 있어서 거리를 걷는 사람들이 항상 붐비는 위치였다.

그곳 사장은 체대를 나와서 가족과 함께 창업을 한 무척 젊은 남자였다.

'남자가 필라테스 학원을?'

처음에는 약간 의아한 생각이 들었지만, 회원을 대하는 태도와 근육이 드러나는 몸에 쫙 달라붙는 트레이닝 복을 입은 그의 모습에서 전문성이 느껴졌다.

한편으론 많은 나이가 아닌데도 사업을 시작한 그의 모습에서 괜스레 주눅이 들었다.


"전단지 드릴게요. 오늘은 이거 다 돌려주시면 돼요. 근처 역에서부터 학원까지 자유롭게 다니면서 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네, 열심히 해볼게요. 다녀오겠습니다"


나는 꾸벅 인사를 하고 비장한 각오로 거리로 나섰다.

전단지를 돌리는 일이 무척 쉽고 하찮은 일로 보일 수도 있지만, 한 장을 돌리더라도 프로답게 일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아무리 전단지라고 해도 처음에는 눈치도 보이고, 긴장이 됐다.


"안, 안녕하세요. 필라테스 학원입니다. 배우러 오세요...!"


길을 걸어오는 사람들에게 전단지를 내밀었지만, 의도치 않게 어깨를 툭 스쳐 지나가는 사람도 있었고, 받아주려 했지만 자신도 모르게 스쳐 지나가서 뒤늦게 고개를 돌려보는 아주머니도 있었다.

이렇게 모든 사람을 놓치다가는 정해진 수량을 다 돌릴 수 없을 것만 같았다.

무슨 용기인지 조금 더 적극적으로 그리고 전략적으로 다가가 보기로 했다.


일을 하다 보니 나름의 작은 요령도 생겼다.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시민이나 양손에 장바구니나 무거운 짐을 들고 있는 사람, 무심한 표정으로 헤드폰을 끼고 걸어가는 학생 등 전단지를 내밀어도 받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사람들이 통계에 잡히기 시작한 것이다.


'그래. 안 받을 것 같은 사람들은 처음부터 제외하고 돌리는 거야.'


그렇게 전략을 세우니 전단지를 받는 비율이 월등히 높아졌다.

그런데, 다른 문제가 생겼다.

은근히 다리도 후들거려서 계속 서있기가 힘들다는 점이었다.

발바닥이 지끈거렸고, 종아리를 두드리고 싶을 만큼 아려왔지만, 쉽게 포기할 순 없었다.

"안녕하세요! 필라테스 학원입니다. 꼭 와주세요!"


이상하게 대학교 강의실에서 발표를 할 때나 평소 사람들에게 이야기할 때와는 달리 용기가 생기고, 말이 제법 잘 나왔다.

간혹 받지 않는 사람도 있고, 얼굴을 찡그리며 지나가거나 전단지를 받자마자 땅에 흩날려 버리는 사람도 있었지만, 이상하게 신경이 쓰이지 않았다.



그렇게 하루를 버티고, 이틀을 버텼다.

애초에 2주일 정도를 일하기로 했기 때문에 힘들어도 스스로와의 약속을 지키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만두겠다는 말이 목 끝까지 차올랐지만, 꾹 참아 삼켰다.


그렇게 일주일이 흐른 어느 날이었다.

그날도 사장이 전단지를 주면서 말했다.


"지난주에 일하신 거 입금했어요. 그리고 너무 열심히 해주셔서 저희가 보너스로 몇 만 원 더 드렸으니까 확인해 보세요. 덕분에 등록한 회원이 몇 분 계시거든요."
"정말요?! 감사합니다. 정말 등록하실 줄 몰랐어요..."
"저희가 더 감사하죠. 열심히 해주신 덕분이에요."


통장을 확인해 보니 정말 몇 만 원의 돈이 더 들어와 있었다.

사장은 마치 참 귀한 아르바이트생이라고 생각하는 듯이 흐뭇하고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남들은 하찮게 여기며 눈을 흘겨 쳐다보는 전단지 아르바이트 일도 성실하고 책임감 있게 일한다면 보람을 얻고, 인정받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뿌듯했다.

그리고 그날도 다시, 전단지 묶음을 들고 거리로 나갔다.


"안녕하세요. 필라테스 학원입니다. 꼭 와주세요. 안녕하세요. 필라테스 학원입니다. 역 근처에 있어요."


처음에는 떨리고, 힘들었던 일도 하다보니 점차 익숙해져 갔다.

넘치는 열정, 세상을 향한 용기. 그것이 내 어깨를 간질이며, 새롭게 찾아올 봄날에 나비의 날개를 돋아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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