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대면해서 일하는 아르바이트가 쉽지 않다 보니, 최대한 혼자서 묵묵하게 해낼 수 있는 일을 구해야 했다.
그중에 하나가 설거지 아르바이트였다.
내가 지원한 곳은 한 끼에 십만원을 훌쩍 넘는 고급 뷔페였다.
문자 안내를 받은 대로 건물 지하로 찾아가니 유니폼이 잔뜩 걸린 세탁소가 나왔다.
아직 일을 해보진 않았지만, 아마 이곳에서 유니폼을 받아서 갈아입은 후에 식당으로 이동하는 구조인 것 같았다.
"뷔페 알바 하러 왔어? 서빙?"
세탁소 아줌마가 말했다.
"네? 주, 주방 알바예요."
"사이즈는?"
갑작스러운 반말 공세에 당황스러워 몸이 뻣뻣해졌다.
"사이즈 뭐냐니까? 아니다. 됐다, 이정도면 맞겠다."
아줌마는 눈을 위아래로 흘겨보더니 나에게 맞을 것 같은 사이즈의 유니폼을 꺼내서 건네주었다.
"저기 가면 탈의실 있거든? 거기서 갈아입어."
"네, 네... 그럴게요."
다른 알바생에 비해서 많은 나이에 속했지만, 겉모습이 어려보이기라도 하는지 아줌마는 막 고등학교를 졸업한 청년을 대하듯이 하대했다.
그래도 돈을 벌기 위해서 아줌마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예상대로 주방에는 아줌마들뿐이었다.
간혹 외식 조리학과 학생이 한두명 섞여 있는 정도였는데, 그들은 학교 교수님의 소개로 잠시 일일 아르바이트를 하러 온 모양이었다.
그중에도 남자는 보이지 않았다.
얼마나 남자가 귀한지, 주방 팀장은 내 뒷모습을 보고 당연히 여자일 줄 알았다고 말할 만큼 남자 알바생은 상상하기가 쉽지 않은 것 같았다.
텃세부리는 시간을 기네스북에 올릴 수 있다면, 단연 설거지 아르바이트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 시간이 짧았다.
다닥다닥 붙어서 설거지를 하는 비좁은 공간.
손님이 찾아올 시간이 되면 조금씩 잔반이 남은 접시가 밀려들어오기 시작했다.
"저리 옆으로 비켜봐!"
"접시 저쪽으로 치우라니까? 못 들었어?"
"음식물 갖다 놓으라고!"
팀장을 비롯한 아줌마들은 그렇게 괜한 짜증을 내며 텃세를 부렸고, 나는 속으로 참을 인자를 수십번 쓰며 묵묵히 시키는 일을 해냈다.
그렇게 십 여분 정도의 시간이 흘렀을까.
아줌마들은 이 정도 테스트하면 됐다는 듯 갑자기 밝은 표정으로 웃으면서 친절한 태도를 취했다.
그제야 이전의 텃세가 통과의례라고 느껴졌다.
그도 그럴 것이 바로 설거지라는 적군이 우리 주방을 공격해 올 것이기 때문이었다.
뷔페가 피크 시간에 들어가자, 잔반이 남은 접시가 물밀듯이 쏟아져 들어왔다.
먹다 남은 게장, 조개와 전복 껍데기, 접시에 덕지덕지 발라진 생크림, 그밖에도 뜨거운 물이 아니고서는 쉽게 닦이지 않는 온갖 음식물 쓰레기들이 가득이었다.
나는 고무 장갑을 낀 손으로 음식물을 커다란 플라스틱 통에다 집어넣고, 뜨거운 물이 쏟아져 나오는 싱크대에 접시를 집어넣었다.
그리고 세제를 잔뜩 짜서 접시를 닦고 또 닦았다.
뽀드드득.
새하얀 접시는 열댓개가 쌓이면 곧장 옆으로 옮겨졌다.
그 접시를 동료 아줌마들은 천으로 닦고, 선반으로 옮기는 작업을 반복했다.
그렇게 100개를 닦고, 200개를 닦아도 설거지 전쟁은 끝이 없었다.
마치 안시성 성벽을 향해 날아오는 당나라 군대의 끝도 없는 화살을 막아내는 것처럼 이 전쟁을 끝내기 위해서라면 목숨이라도 바쳐야할 것만 같았다.
다리가 욱신거리면서 후들후들 떨리고, 양 어깨와 손발도 아팠다.
앞으로 일주일을 더 하기로 했는데, 이 고통을 계속 견뎌낼 수 있을지 심히 걱정됐다.
'정말 쉬운 일이란 건 없구나'
'하지만 저마다 버틸 수 있는 일들이 있나보다'
난 하루도 버티기가 힘든데,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재빠른 손놀림과 주방 안을 바쁘게 움직이는 팀장의 모습이 존경스러웠다.
지치지 않는 그를 보면서, 나에게도 분명히 남들보다 더 쉽게 버틸 수 있는 일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