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맞이

by 김이성


숙소가 있는 강문 해변에서 일출을 맞기로 했다.

해가 떠오르는 시간은 오전 7시 40분.

한 시간 전 일찍이 알람을 맞춰 눈을 떴는데, 이불 위에서 한참 빈둥거리다 보니 금세 7시가 넘었다.

그때부터 서둘러 옷을 갈아입었다.

행여나 일출의 감동을 놓칠까 봐 세수도 하지 못한 채 모자를 눌러쓰고, 밖으로 나섰다.

어젯밤보다 더욱 매서운 칼날 같은 추위가 뼛속을 파고들어 왔다.

근처 카페에는 사람들이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마시면서 미리 몸을 녹이고 있었고, 파도가 출렁이는 해변가 가까이에는 일찍이 나온 사람들이 허들링을 하는 펭귄과 같이 까만 롱패딩을 껴입고 무리 지어 서 있었다.


아직 어두운 이른 아침.

높은 파도는 하얀 물거품을 일으키며, 지난 한 해 동안의 아픔과 슬픔, 상처 그리고 눈물을 씻어가려는 듯 마지막으로 발버둥 치고 있었다.

그 파도에 지난날의 후회되는 기억과 이제는 잊어야 할 관계에서의 상처를 떠나보내겠다고 다짐하고, 다짐했다.


해는 쉽게 떠오르지 않았다.

수평선 위로 어느 훌륭한 솜씨의 바리스타가 만들었는지 카푸치노 거품 같은 구름이 깔려 있었다.

하늘이 조금씩 환해졌지만, 떠오르는 빛을 두 눈으로 아직 확인할 수는 없었다.


첫 태양은 쉽게 얼굴을 드러내지 않았다


7시 40분.

예정된 시간이 지났는데도 기대했던 새해 일출이 펼쳐지지 않았고, 매서운 추위에 발을 동동 구르면서 조바심에 두 손 모아 간절히 해가 떠오르기를 기도했다.

그 사이 인파가 더욱 몰려들었다.

군부대 소속 아니면 체육대학 학생들로 보이는 남자들 수십명이 쩌렁쩌렁 구호를 외치며, 말띠 해에 어울리는 패기를 내비쳤다.

나는 더욱 간절해졌다.

그동안 미리 소원을 생각해 두었는데, 건강과 평안, 그리고 맡겨진 일을 꿋꿋이 해내며, 소소한 매일의 행복을 경험하는 것이 유일한 소망이었다.

늘 폭풍과 비바람을 마주해야 했고, 불안한 삶을 살아가는 나에게는 그것이 무척이나 어렵고, 힘겨운 일이기 때문이었다.


와! 해 뜬다!!


그때 군중 사이에서 누군가가 기쁨에 겨워 소리쳤다.

그렇다. 노랗게 빛나는 무언가가 수평선 밑을 덮은 구름을 살며시 어루만지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아직 첫인사가 부끄러운지 눈치를 살피던 태양은 어느 한순간, 탁구공이 튀듯 솟아올랐다.


사람들은 환호하며 박수 치거나 누군가는 소원을 빌고, 또 함께 사진을 찍고, 영상 통화를 연결해 기쁨의 순간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나누고 있었다.


인생에서 처음으로 맞는 새해 일출 앞에서 그 누구의 것도 아닌 나의 행복을 지켜내겠다는 굳은 결심을 스스로에게 되뇌었다.


오랜 기다림 끝에 마주한 새해 일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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