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그거 기억나? 너 초등학교 입학할 때 학교 앞에서 엄청 떼쓰고 울었잖아. 어찌나 창피하던지, 그런데 막상 입학하고 나서는 반장 선거에 나간다고 해서 선생님도, 엄마도 엄청 놀랐었지.
너 옛날에 후랑크 소시지 참 좋아했잖아. 그래서 오늘은 장 보러 갔다가 그거 사 왔어.
그거 기억나? 옛날에 놀이공원에서 외국 가수 공연을 보더니, 심장이 쿵쿵 뛴다면서 앞으로 가수가 된다고 그랬던 거 말이야.
엄마는 이렇게 늘 옛날이야기를 했다.
그것이 이제는 어른 입맛으로 바뀌어 더 이상 좋아하지 않는 스모크향 후랑크 소시지든, 못할 것이 없을 것 같았던 어린 시절 꿈이든, 생각만 해도 얼굴이 벌게지는 일까지도 엄마는 세세히 기억했다.
그것을 돗자리에 낡은 물건을 깔아놓은 동묘 앞 어느 상인과 같이 펼쳐놓았다.
때로는 그 이야기가 먼지 쌓인 낡은 상자 속에서 잠들어 있던 추억을 떠올리게도 했지만, 때로는 잊고 싶은 과거로 회귀하게 만들 때도 있었다.
그건 주로 창피한 어린 시절의 이야기나 엄마 아빠의 부부싸움, 그것도 아니면 갈림길에서 잘못 내린 선택 같은 것이었다.
"네 아빠가 엄마한테 거짓말을 한 거 있지? 신용카드 안 만들었다면서 새로 만든 거야, 글쎄."
"신용카드? 언제?"
나는 갑작스러운 엄마의 말에 놀라 물었다.
"아니, 옛날에 말이야!"
그러면 엄마는 항상 '옛날에'라고 말하곤 했다.
엄마는 매 순간 과거로의 태엽을 감는 것 같았다.
언젠가부터는 무슨 이야기를 해도 옛날에 있었던 일이겠거니, 그저 어느 주말 오후에 습관이 되어 틀어놓은 FM라디오처럼 흘러 듣게 되었다.
"예전에 네 아빠랑 같이 길을 가는데 엄마한테 화를 내면서 갑자기 확 밀치려고 하는 거야. 어찌나 기분 나쁘고 놀랐던지."
"옛날에 네가 집값이 오를 거라고 했잖아. 그때 집을 샀어야 됐는데. 이후에 천정부지로 오른 거 있지?"
엄마랑 이야기를 할 때면 늘 잊고 살았던 과거가 떠올랐다.
나는 앞으로 나아가고 싶은데, 엄마는 꼭 내 옷자락을 붙잡고, 가지 말라고, 계속 함께 머물러 있자고 보채는 것만 같았다.
웬만하면 과거에 묶여 잘 떨어지지 않는 엄마의 두 발은 노년이 되어갈수록, 더 움직이지 않았다.
나는 그런 엄마를 보면서, 혼자라도 나아가야 한다고, 조금이라도 바뀌어야 한다고, 그래야 무채색인 내 삶이 앞으로는 점점 밝은 색깔로 채색될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을 느낀다.
그래서 문득 옛날 생각이 나고, 다른 날보다 거세게 후회의 파도가 밀려오는 밤이면, 과거의 고리를 끊어내기 위해 스스로에게 되뇌인다.
'안돼, 이제는 앞으로 나아가야 해. 나아가지 않으면 바뀌는 시간은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