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은 한강뷰 아파트

by 김이성


새 집으로 이사를 갔다.

베란다에 서면 멀리 한강이 보이고 시원한 강바람이 불어왔다.

어린 시절 우리 집은 누구나 꿈꾸는 한강뷰 아파트였다.


4인용 소파를 놓을 수 있는 적당히 넓은 거실에 방 세 개와 부엌이 달린 서른 평 언저리의 꿈에 그리던 새 아파트.

엄마는 그 아파트를 위해서 양치를 할 때마다 치약을 꾹꾹 눌러 짰고, 생수 대신 수돗물로 보리차를 끓여 마시고, 바나나킥이 먹고 싶다는 내 말에 가까운 슈퍼를 놔두고, 10원이 더 저렴한 먼 거리의 마트를 찾으며 돈을 아꼈다.


새집으로 이사를 가니, 내 방도 생겼다.

이전에는 누나와 항상 같은 방을 써야 했는데, 혼자서 침대도 있고, 책상도 있는 널찍한 방을 갖게 된 것이다.

태어나 처음 보는 양문형 냉장고가 집안으로 들어오기도 했다.

각 방마다 에이스 침대를 놓았고, 엄마, 아빠 방에는 고급 호텔에서 덮을만한 푹신하고 포근한 이불이 깔렸다.


(출처: Pexels)


거실에 있는 가죽 소파에 앉아서 이전에는 본 적 없는 케이블 프로그램을 골라봤다.

그리고 주말이면 텔레비전을 보는 남매 옆에서 엄마는 피아노를 쳤다.


학교를 마치고 집에 가는 길이 즐거웠다.

바람이 쐬고 싶을 땐 베란다 창문을 열었는데, 멀리 한강이 보이니 마음이 탁 트였다.


하루는 지방에 사는 친척이 놀러 와 우리 집 베란다에 서서 입을 쩍 벌렸다.


와, 서울은 집이 다 이렇게 좋아요? 밖에 한강도 보이네?

놀러 오는 손님마다 우리 집을 부러워했다.

그랬던 우리 집.

그 소중한 집에 살게 된 지 단 일 년 만에 그동안 쌓아온 모든 것을 상실한 채, 우리 가족은 그곳을 떠나게 되었다.


우리 가족을 덮친 불행은 부모님의 불화로 시작됐다.

그것은 꽃잎이 지면 다시 피어나듯이 계절이 바뀐다고 쉽게 되찾을 수 있는 평온의 향기가 아니라는 사실을, 어린 시절의 나는 미처 알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