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있는 마음
이전에 사람마다 외로움의 의미가 다르다는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오늘은 ‘이것도 외로움인가?’하는 외로움들을 다뤄보려고 합니다.
이야기를 들으면서 여러분이 생각하는 외로움은 어떤 외로움인지 생각해 보시면 좋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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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있다 없으면 외로워!
사람들은 혼자일 때 외롭습니다. 대화할 사람도, 교감할 사람도 없다면 상상만으로도 참 외로울 것 같습니다. 우리는 이 외로움을 ‘빈자리’의 외로움이라고 할 수 있죠.
그런데 여기, 빈자리의 외로움과는 사뭇 다른 외로움이 있습니다.
바로 ‘든자리’ 후 ‘난자리’의 외로움입니다. ‘든자리’는 사람이 곁에 있을 때, ‘난자리’는 그 사람이 곁에서 떠날 때입니다.
여러분, 그런 적이 있나요? 한창 친구들과 웃고 떠들고 집에 가는 길에 공허함을 느낄 때요.
자녀를 독립시키고 시끌벅적한 빈 집에서 홀로 적막함을 느낄 때. 한때는 사랑했던 이와 이별하게 됐을 때도요.
나의 마음의 공간에 타인이 자리를 잡습니다. 그러곤 타인이 떠납니다. 평소에는 신경도 쓰지 않던 그 공간이 오늘따라 왜 이리 텅 비어 보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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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때문에 외로워!
우리는 함께할 때도 외롭습니다. 전업 주부들이 가장 쉽게 경험하는 외로움이죠.
“남편이 좀 도와주고 의지가 되어주었으면 했어요. 그런데 남편은 자기 일이 힘드니까 집에 오면 쉬고만 싶어 하는 거죠. (중략) 결국 각자 사는 거구나 외롭다...”
우리는 사랑하는 이에게 의지할 수 없거나, 애정, 공감, 존중을 받지 못할 때도 외로움을 느낍니다. 서운하고도 쓸쓸한 거죠.
나는 이 사람과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기대도 하고 의지도 하고 싶습니다. 그런데 이 사람은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지 않습니다. 내 옆에는 있지만, 내 마음 안에 없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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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의 고독
사람이 있든 없든 우리는 고독한 존재입니다. 그 누구도 나의 마음을 온전히 알 수 없고, 그 누구도 나와 평생을 함께 할 수 없기 때문이죠. 이를 ‘실존적 외로움’이라고 말합니다.
결국 인생은 혼자 살아가야 함을 깨달았을 때. 결국 죽음의 앞에서 나는 혼자라는 것을 받아들여야 할 때. 우리는 이 실존적 외로움을 경험합니다.
“결국 내 인생을 아무도 대신해 줄 수 없고, 내가 알아서 견뎌내야 한다는 진리를 절절히 느끼는데, 그때 느끼는 외로움조차도 누가 도와주지 못하는 거니까요.”
“저희 집 강아지가 무지개다리 건널 때 저는 꼭 끌어안아 주는 것 밖에 못했어요. 아, 나도 이렇게 죽겠구나. 아무리 무서워도 이렇게 혼자서 훌쩍 가게 되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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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외로움이라는 단어 대신에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표현이 있습니다. 쓸쓸함, 거리감, 분리감, 단절감, 무력감, 허망함, 헛헛함, 공허함 등 정말 다양하죠.
그만큼 외로움의 모습은 다양합니다. 내 앞에 있는 사람이 외롭다고 할 때, 그 외로움은 나의 외로움과 다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확실히 말할 수 있습니다.
외로움은 누구나 겪는 것이며, 약함의 증거가 아닙니다. 우리가 마주해야 하고 우리가 받아들여야 하는 감정이죠.
안수정, 고세인, 김수림, 서영석 (2023), 한국인들이 경험하는 외로움(loneliness)에 대한 질적 연구, 한국심리학회지 : 상담 및 심리치료, Vol. 35, No.1, 131-1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