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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asontobe Mar 20. 2019

How to 아빠.

교육기업 다니는 아빠의 분투기

알고 계시는 것 처럼, 저는 에듀테크기업에 다니는 직장인이자, 동시에 두 아이의 아빠입니다.


저희 아들 건하는 제 다른 글들에도 등장한 바 있는데, 7살이고, 이제 유치원 형님반이라고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가 있는 중이고, 그 동생 유하는 세상 물정 전혀 모르는 20개월 아가입니다. 요즘 한창 어린이집 적응에 힘들어 하고 있는 중이죠. 세상의 모든 7살 이하 아이들이 그러하겠지만, 저희 아이들은 워낙 에너지가 넘쳐서 (와이프와 서로 당신 닮아 그런거라고 ^^) 만만치 않은 육아가 연속 중입니다.

에너지가 느껴지시나요? 이 친구가 20개월 유하입니다. ^^

이 분야에 경력이 쌓이다 보니, 주변에 같은 분야에 계시는 인맥이 많아지고, 가끔은 경력이 이 쪽이라는 이유로 과분한 자리에서 강연이라는 것을 여러 주제로 하게 됩니다. 그럴 때면, 뭐라도 도움이 되시라고 끙끙거리면서 준비해가고, 가끔은 제가 준비한 내용을 보면서 "맞아. 이런게 교육이지."하며 자뻑(?) 현상을 경험하기도 합니다.  미래 인재, 미래 교육, 유아 영어교육 등 다양한 주제를 나름 전문가(?)인 척하면서 다루는 저이지만, 집에서 이 두 녀석의 아빠로 돌아가면, 오히려 제가 하고 있는 일이 엄청난 부담으로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


"난 과연 똑바로 하고 있나?"

"이 녀석들은 잘 크고 있는 건가?"

"다른 사람들한테 이래라 저래라 해도 되는 건가?"


그런 와중에, 우리 건하군의 엉뚱함을 듣게 될데면, 정말이지, 그 고민들이 극을 찍게 됩니다.


#1
(전화중인 아빠) "네, 그렇게 기명법인카드 한장하고 공용카드 한장 만들어 주시면 됩니다."  

(듣고있던 건하) "공룡카드라고? 무슨 공룡카드야? 티라노?


#2
(아빠전화를들은건하) "이모가 어디가 아프데?"

아빠: "검사 결과가 나와야 알수있데, 의사가 아직 모른데."

건하군: "의사가 그것도 모른데? 그럼 우리 엄마한테 오라고 해."

아빠: "응? 왜 엄마한테 오라고 해?"


건하군: "우리엄마는 내가 어디가 아픈지 한번 보면 딱 알거든."


이 친구가 일곱살이 된 건하군입니다.

제 복잡한 심정에도 불구하고, 일상은 저에게 좋은 아빠가 되어 주던지, 아니면 좋은 아빠인 척이라도 하라고 몰아붙입니다. 오늘은 제가 좋은 아빠인 척을 하려고 시도했던 많은 일들 중에, 그래도 나름 효과적이 었던 몇가지 Tip을 공유해볼까 합니다. 


1. 마트에서 경제 관념 알게 해주기 (Featured by 바둑알)


아이들은 당연히 경제 관념이 없습니다. (저도 뭐 그닥 ^^) 그래서, 어떤 부모님들은 이이와 마트에 가는 것 자체를 두려워 합니다. 아이들이 "아빠 이거 사줘."를 구사할 수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날의 공포는 지금도 제게 생생합니다. 마트에 갈 때 마다, "아빠 사줘." 와 "안돼. 저번에 샀잖아." 혹은 "집에 있잖아."의 무한 반복. 그런데 생각 보다 간단한 방법으로, 또 제법 효과적으로 이 경험을 교육스럽게 바꿀 수있습니다. 방법은 아주 간단한데, 아이에게 마트에 갈 때, 바둑알을 두 개 (집집 마다 개수는 다르게) 주는 거죠. 그러고, 이렇게 얘기해 줍니다. "건하야. 바둑알이 두개지?, 오늘 건하가 가지고 싶은 것을 살 때 마다, 바둑알이 하나 씩 없어지는 거야." 이 간단한 대화가 저희 집에 일으켰던 변화는 첫째로, 아이가 바둑알을 매우 소중하게 꼬옥 쥐고 있습니다. ^^ 둘째로 화폐의 교환 가치에 대해 자연스럽게 익히게 됩니다. 셋째로, 나중에는 안쓰고 모으는 신기한 일도 벌어집니다. 물론, 이때는 물건 마다 소비되는 바둑알의 수가 다르다는 개념을 이해할 수있어야 겠지만요. 


2. 책 읽어 주면서 퀴즈 내기


어느 부모님들 처럼, 저도 시간이 나면, 책을 읽어 줍니다. 건하는 요즘 자연도감에 심취되어 있어, 재밌게 읽어 주기가 좀 힘들긴 합니다. 책을 읽어줄 때 고민은, 아이의 집중이 쉽게 흩어 진다는 거지요. 재밌게 듣는 것 같다가, 어느새 딴짓을 하기 일수죠. 이럴 때 제가 쓰는 방법은 중간 중간에 "여기서 문제!" 를 크게 외치면서, 바로 전 페이지에 있는 내용을 물어 보는 겁니다. 아래 있는 동화책은 제가 건하가 어렸을 때, 아마도 제일 많이 읽어준 책일 텐데요. (물론 지금은 훨씬 글밥이 많은 책을 보기는 합니다.) 이런 책을 읽다가 "여기서 문제!"를 외치고, "아빠는 방금 누구를 사랑한다고 했을까요?" 혹은 "아빠가 언제 건하를 사랑한다고 했을까요?" 이런 문제를 내는 거죠. 아이가 집중 할 뿐 아니라, 문제를 맞추면서 성취감을 느끼는 것도 동시에 보실 수있습니다.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by 버나뎃 로제티 슈스탁야


3. 유튜브에서 좋은 콘텐츠 고르기


Digital native인 요즘 아이들은 디지털 기기와 때어 놓기가, 제 생각에는 거의 불가능해 보입니다. 그래서 저는 요즘 "어떻게 하면 안쓰게 할까?" 보다는 "어떻게 하면 잘 쓰게 할까?"의 고민을 많이 하는데요. 그 중에 아주 쉬운 시도가 바로, 유튜브에서 오디오 동화를 찾아 들려주는 겁니다. 동영상과 동화구연에는 아주 결정적인 차이가 있는데, 바로 동화는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해 준다는 것입니다. 반면 꽉 찬 동영상은 아이들에게 내용은 전달하지만,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해 주지는 않죠. 구연 동화를 찾으실 때는 유튜브에서 "오디오 동화"를 키워드로 검색하시는 편이 훨씬 좋습니다. 구연 동화를 찾으면, 제목만 구연 동화이고, 에니매이션이 경우도 상당히 있거든요. "오디오 동화"를 고르실 때는 그림은 안 움직이거나, 혹은 안 나오고 읽어 주는 선생님만 보이는 동화를 고르시는 편을 추천드립니다. 아이들과 차로 이동할 때도 틀어 주시면, 효과적입니다. 단, 부모가 꼭 같이 듣기를 권장드립니다. 위에 추천 드린 문제내기와 함께 활용하시면 더 좋습니다. 


에듀테크라는 분야에서 나름 전문가라고 일하고 있는 저에게도, 자기 자식의 교육은 아주 어렵고, 서툰 숙제입니다. 오늘 이 공유도, 어쩌면 저 자신에 대한 다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떤 분께서 "무분별한 사교육은 부모의 게으름을 돈으로 때우려는 시도이다." 라고 말씀하셨는데, 저는 이 말이 상당 부분 공감합니다. 


위대한 교육은 부모가 무언가 대단한 것을 해주는 것이 아니라, 귀찮음을 극복할 때 일어나는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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