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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asontobe Oct 10. 2017

AI는 외국어를 대체할 것인가?

새로운 '영어격차'의 시대의 도래 (New English Divide)

미국 현지 시간으로 2017년 10월 4일, 우리가 추석 연휴로 쉬는 동안 구글은 40개의 외국어를 실시간으로 번역해 주는 기능을 포함한 무선 헤드셋 '픽셀 버즈 (Pixel Buds)'를 발표했다. 픽셀 버즈는 구글의 인공지능 비서 서비스인 '구글 어시스트 (Google Assist)'에 최적화된 스마트 디바이스로, 실시간 번역을 지원하는 기능을 포함하는 것이 큰 특징이다. (자세한 내용은 http://www.zdnet.co.kr/news/news_view.asp?artice_id=20171005100836 참조 )


제품 발표 영상에서 발표자는 스웨덴 출신의 구글 직원과, 실시간 번역 기능을 시연하는데, 시연을 위해 준비를 최적화했을 것이라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매우 부드러운 번역 능력을 보여줬다. (동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eqMDNGANQYI&t=9s ) 추석 연휴기간 동안 이 뉴스를 포스팅한 많은 페이스북 사용자들은 기사와 더불어 "이제 영어공부가 필요 없다.", "외국어 교육 사업은 망했다." 등의 코멘트를 달았다. 


미국에서는 이미 작년 기준으로 356만 명의 사용자가 아마존의 에코나 구글의 구글 홈과 같은 AI 스피커 기기를 사용하고 있다. (아래 차트 참조)

이 같은 AI 스피커의 확산을 교묘하게 이용한 버거킹의 광고가 최근 사회적 이슈가 되기도 할 정도다. 버거킹은 제한된 광고 시간 동안, 자사 제품에 대한 홍보를 극대화하기 위해, 광고에 구글 홈을 호출하는 동기호를 삽입하고, 구글 홈에게 "와퍼에 대해 설명해줘!"라고 요청했다. 그 결과, 거실에 있는 구글 홈은 광고는 이미 끝났지만 위키피디아에 있는 와퍼에 대한 설명을 줄줄 읊어댔고, 이 위키피디아에 있는 와퍼에 대한 설명은 이미 버거킹에서 올려놓은 정보였다. (상세 내용 기사 참조 http://thegear.co.kr/14324 ) 이는 미국에서 AI 스피커가 이미 얼마나 대중화되어 있는지를 보여주는 예라 하겠다.


그럼, 이렇게 무서운 속도로 발전하는 AI와 스마트 디바이스는 과연, 외국어 교육과 관련된 사업을 대체할 것인가?


이 문제에 대한 대답은 "한국어"라는 언어를 구사하고 사용하는 우리나라의 고유한 문맥상에서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외냐 하면, AI와 스마트기기의 발달이라는 어젠다와, 그를 활용할 수 있는 언어 인식 기술에 대한 발달이라는 어젠다는 사실 별도의 어젠다이기 때문이다. 특정 언어의 이해를 위해서는 음성인식 기술뿐 아니라, AI의 최고 수준 기술이라고 하는 "자연어 처리 (Natural Language Process)"가 구현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AI가 언어를 학습하는 것은 마치 인간이 특정 언어를 습득하는 것과 유사해서, AI가 언어를 학습하는 것은 절대적 시간과 노출된 언어의 양에 비례한다. 다시 말해, AI라도 일찍 배우기 시작한, 그리고 시간을 더 많이 쓴 언어를 더 정확하고 빠르게 인식하고 처리할 수 있다는 말이다. 


얼마 전 집안의 어른께서 가벼운 뇌경색 증세로, 병원에 입원하셨다가 퇴원하신 일이 있다. 천만다행으로 어르신께서는 며칠간의 입원 치료 후, 외적으로는 아무 불편 없이 퇴원하셨다. 병원의 모든 의사도 천운이라 했고, 뇌경색 이후에 있을 수 있는 안 좋은 사례들에 대해 구구절절 설명하면서, 그 어르신께서 얼마나 재수가 좋으신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가족들이 보기에도 거동에 불편이 없으신 모양새가 완치처럼 보였다. 하지만, 편안한 거동과 다르게, 그 약한 뇌경색은 어르신의 신경을 건드렸던 모양인지 겉으로는 아무렇지도 않으신 어르신께서 한쪽 팔에 마치 누가 얼음을 올려놓은 듯이 시리다는 말씀을 계속하셨고, 밤이고 낮이고 찌푸린 얼굴로 팔을 연신 문지르셔야만 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불편한 팔 때문에 병원에서 진료를 보고, 치료를 받으려 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딱히 방법이 없다."는 것이었다. 부연 설명을 덧붙이자면 '뇌경색'의 세계를 연구하는 의사들에게는 사망, 전신마비, 반신마비, 언어장애 등등 시급하고 중대한 증상에 대한 치료가 급하기 때문에 팔이 시리다 정도의 증상에 대해서는 연구할 시간도 자원도 없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환자는 불편하겠지만, 그 '경미한' 증상은 "이 정도면 천운이다."로 위로하면서 견뎌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한국어에 대한 자연어 처리 기술은 아마존과 구글 같은 기업이 "중요"하고 "긴급"하게 챙겨야 할 이슈일까?


일단 통계적으로 볼 때 한국어는 전 세계에서 사용 인구 차원에서 10~13위권 수준의 언어이다. 전 세계의 언어가 7,100 여개 정도라는 것을 감안하면 낮지 않아 보이는 수준이지만, 50억 인구 대비, 한국어로 인터넷을 활용하는 인구의 비율은 0.78%에 불과하다. (영어는 전체 인구의 10% 수준)

더불어, 2011년 IBM 왓슨이 퀴즈대회에서 우승하고, 애플이 Siri를 아이폰에 탑재했을 때, 네이버의 대화형 인공지능 서비스 라온(LAON)은 2016년에서나 론칭되었다. 

(출처: http://techm.kr/bbs/board.php?bo_table=article&wr_id=2209)


전 세계 인구의 10%가 인터넷에서 영어를 활용해 AI에 입력 (INPUT)을 주고 있고, 기술의 개발은 한국어에 비해 5~6년이 앞서있는 상황에서, 과연 한국어를 통한 AI의 활용이 영어를 통한 AI의 활용에 비견될 수 있는 수준으로 발달할 수 있을 것인가? 는 매우 회의적인 기대라 할 수 있다.


우리 세대가 영어로 키보드를 활용해 인터넷과 정보의 혜택을 누렸다면, 우리 다음 세대는 영어를 "말해"가면서 AI와 스마트 기기의 혜택을 누려야 하는 세상에 살게 될 것이다. 


정리해 보자면, AI와 음성인식, 자연어 처리 기반 기술의 발달은 영어를 언어로 쓰는 사람들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누릴 수 있는 혜택의 격차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넓힐 것이다. 영어를 자유롭게 활용하는 사람들이 AI와 스마트기기의 최첨단 서비스를 활용하는 동안,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누군가, 언젠가는 내가 사용하는 언어를 기반으로 서비스를 론칭해 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갖고 불편을 감내하며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 


영어를 읽고 쓸 수 있느냐를 넘어, 이제는 영어를 말할 수 있느냐가 사회의 Gap을 만들어내는 'New English Devide'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적어도 한국어의 자연어 처리가 영어의 자연어 처리의 경지에 이르르기 전 까지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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