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이 어디든 기댈 곳이 있다면, 인생은 살만하다.
바다 건너 머나먼 섬을 떠나
서울에 정착해서 살아간지도
고향에서 지냈던 시절만큼 살았다.
고향에서 가까이 접했던 환경과
주변 사람들, 마인드, 놀거리등이 달라
모든게 낯설어
나는 늘 긴장된 상태로 지냈던거 같다.
내 의지대로 온 곳이기에
부모님께 힘들다고 투정 부릴수도 없었고
낯선곳에서 적응하고
살아 남는 일만이
나에게 주어진 과제였다.
자기에 삶의 터전을 떠나
살아온 사람들은
공감 하는 일이지만
현실적인 생활을 위해
직장을 구할때도
내가 살았던 고향은
그들에게는 언제나 신기한 곳이었고
대한민국 같은 하늘 아래
같은 민족인데
신기하게 보는 것도 재밌는 일이지만
고향을 비하 하는 질문을 받을때
너와 내가 다르다는
이방인 취급을 받을때는
참 씁쓸했고
나이가 들어서
연구원에서 기획자로
직업을 바꾸면서
나와 유사한 사례가 없어서
그들에게는 신기한 일이었고
그들과는 다르게
더 가혹하게
나를 증명해야 하는 숙제가
늘 따라 다녔다.
10년이 훌쩍 넘게 산 지금
내가 경험하고 느낀것은
어떤 곳에 태어나든
어떤 학교를 나오든
어떤 경력을 가졌든
인생을 건강하게 살아가는 건
따뜻한 가정환경
아낌없는 부모님의 지지
배우고 성장하려는 의지
타인을 생각하는 배려심
교만하지 않은 겸손함을 지닌 사람이
건강하게 살아간다고 생각한다.
오랜 시간 살아도
여전히
이 곳에서 정착하지 못하고
겉돌며 살아가는건
그동안 경험한 사람들과 세상이
병들고 힘들게 하여
마음에 문을 닫아버린걸까
왜 고향 사람들이
서울살이에 적응하지 못하고
다시 고향으로 내려가는 이유를
뼈져리게 느꼈을뿐이었다.
회의감이 깊어지고
사람들과 가슴 속 이야기를
터놓는게 점점 부담스러워지고
곁에 아무것도 없다고 느낄때쯤
작년 초 여름으로 기억한다.
나혼자 산다 방송에서
절을 찾아 기도를 하는 것을 보고
종교도 없고
활동도 해본적 없었지만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마음으로
봉은사를 찾아갔다.
그 곳은 나와 같은
이방인인 외국인 관광객도 많았고
남녀노소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처음 방문한 곳이지만,
생각보다 낯설거나 불편함은 없었고
기도하는 사람들을
어설프게 따라하면서
서투르게나마
그동안 쌓여 있던 마음을 털어놓게 되었다.
먼가 가슴 깊이 쌓여있는
울분이 터져 나와
불상 앞에서 나도 모르게
서럽게 울게 되었다.
그동안 삶이 팍팍해
눈물이 메마른줄 알았는데,
하염없이 흐르는걸 보니
그동안 많이 힘들었구나 싶은 생각과
나도 어딘가에는 의지하고 싶은 곳이
필요 했구나 라는 생각에
가슴이 너무 아팠다.
속이 시원하게
눈물을 쏟고 나서
마음 속에 한마디를 새겼다.
"자주 올께요."
그 후로부터 나는
2주에 한번씩 봉은사를 찾아
진심 어린 기도를 하고 있다.
어제도 다녀왔다.
기도를 드리는데,
옆에서 중년 여성분이
서럽게 울고 계셨다.
작년에 내모습이 떠오르면서
어떤 이유인지는 알수 없지만
왠지 모르게 그 마음을
알 수 있을꺼 같았다.
이렇게 나 말고도
누구든 힘겹지만
견디며 살아가는게 인생이기에
다 포기하고
고향으로 내려가고 싶은 적도 많았지만
하고 싶고
보고 싶은것이 많아
꾸역 꾸역 견디고 있다.
견디는 것이 삶이라 할지라도
그 곳이 어디든
기댈 곳이 있다면
인생은 그래도
살아갈 만하지 않을까?
강해진 게 아니라
상처에 무뎌진 것 뿐이고
아프지 않은게 아니라
그저, 견딜만 하다는거다
- 소울트립, 장연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