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인생을 살아가면서 이제야 깨닫게 되는 한마디
어릴 때부터
내가 가진 조건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부모님에 전폭적인 지원을 받지 못하여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 무언가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최선을 다하는 것이었다.
부모님은
여자로서 평범한 삶을 살기 바라는 마음과
돈에 대한 부담감으로
대학교보다는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길 바라셨고
수능 시험 준비를 위해
야간 자율 학습 하는 딸을
데리러 오는 것도 귀찮아하셨다.
남들 다 가는 대학교도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이었고
내가 원하는 진로에 대해서도
부모님과 고민을 나눈 적도 없다.
그냥 싫었다.
그리고 창피했다.
다른 사람들은 대학교 가는 것만으로
설레어하는데,
나는 왜 가는 것만으로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이 너무 속상했다.
그래도,
세상에는 죽으라는 법은 없듯이
할아버지의 도움으로
대학교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부터가 고민이다.
부모님이 원하지 않은 길을 선택했고
심지어 반항심에
과전공도 공무원 직업과는
거리가 먼 과를 선택했다.
이후에 모든 건 내가 해야 되는 상황이라
학비 마련을 위해
신나는 대학 생활은 접어두고
공부에 매진할 수밖에 없었고
이런 나를
다른 사람들은 대학 생활을 즐기지 않은
나를 이상하게 봤다.
내 속사정을 모르고,
성적에 집착하는 사람으로만
취급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 결과로,
과 수석으로 장학금을 받으며 다닐 수 있었고
수석으로 졸업할 수 있었고,
가장 빠르게 좋은 회사에 들어갈 수 있었다.
중학교, 고등학교도 이렇게 열심히 했다면
더 좋은 대학교를 갈 수 있었을 텐데라는
아쉬운 마음이 들긴 했지만
내가 무슨 길을 가든
집에서는 조용히 살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보니
스스로도 동기가 없었던 거 같다.
그래도 목표를 두고
남들보다 배로 노력하고 최선을 다하니
실질적으로 나에게 오는 확실한 보상은 있었다.
이때부터 나는,
노력에 대한 집착을 갖게 되었다.
특히
내가 주도적으로 프로젝트를 이끄는 일이나,
내가 책임이 있는 업무에 대해서는
인정받기 위해
확실한 보상을 받기 위해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나의 일상은 일에 메여있었다.
나의 30대는
건강과 나 자신에 대한 관리는커녕
주변에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걱정할 만큼 일만 했다.
물론 이렇게 하면 할수록
빠르게 얻는 게 있었지만,
나의 삶은 점점 피폐해져 갔다.
스트레스로 살은 찌고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소비는 늘고
일에 대한 생각이 떠나지 않아
잠을 제대로 든 적이 없어
점점 예민하게 바뀌었다.
결국
내가 어렵게 준비한 프로젝트는
새롭게 들어온 영악한 팀장이
프로젝트의 주도권을 뺏기 위해
끊임없이 나를 괴롭게 하면서
예민해있던 나는
그 상황을 영리하게 견디지 못하고
폭발해 회사를 나와버렸다.
그 이후 상황만 무너진 것이 아니라
내 건강까지 같이 무너져
40대가 시작되는 무렵
나는 1년 넘게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공황장애와 대인기피증까지 같이 오면서
모든 게 망가지게 되면서
지난날의 나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내 인생을 길게 보고
내가 할 수 있는 능력과 체력을 조절해 가며
삶을 이끌어 가야 되는데
누구보다 빨리
나를 무시하던 부모님에게
성공한 모습을 보여 주고 싶다는
어리석은 생각으로
내 몸과 정신을 혹사하고 있었다.
내 몸과 정신도 나이를 먹고
버틸 수 있는 한계가 있고
적절하게 쉬고 즐거운 걸 보면서 풀어줘야 하는데
나는 너무 무심했다.
유퀴즈에서
김영하 작가님이 한 말이 기억이 난다.
작가님의 인생의 모토가
"내가 할 수 있는 능력의 100%를 다하지 않고
쓸 수 있는 60-70%만 쓴다.
그리고 절대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라 말한다.
즉, 항상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는 얘기로
인생은 길고
어떤 일이 발생할지 모르는 게 인생이고
무리하게 자원을 다 써버리면
그다음에 쓸 수 있는 에너지가 없고
회복할 수 없기에
자기가 가지고 있는 고유의 에너지를
아끼면서 살아간다는 메시지였다.
나이가 들고,
너무 일찍 체력이 바닥난 나 자신을 보면서
이 메시지는 뼈를 때리는 기분이었다.
지금은 내 삶에서 중반을 살아온 지금,
아직 살아갈 날은 많고
해야 될일, 하고 싶은 일이 많기에
쉬면서 체력을 다시 찾는 노력과
다시 뛸 준비를 하기 위해 숨 고르기를 하고 있다.
건강하게 삶을 이끌어가고
건강하게 인간관계를 형성하고
비록 늦더라도 기회를 얻는 것도
이 모든 것은
체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가진 에너지를 생각하면서
에너지를 적절하게 사용하며
일과 삶을 유연하게 살아가기를
오늘도 마음속으로 다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