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함에 대하여

너는 나에게 상처를 줄 수 없다.

by 레베카

요즘 읽고 있는 책 [태도에 관하여]를 보다가 '부당함에 저항하기'라는 섹션의 글을 읽고 한동안 멍하니 있었다. 아마도 직장 생활을 하면서 겪었던, 무의식 속에서 다시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일들이 떠오르면서 온몸에 힘이 빠지는 기분을 느꼈다.


부당한 일을 겪을 때 나는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고, 깊게 상처가 박히고, 트라우마가 생길 만큼 충격적으로 다가오는데 정작 가해를 하는 상대방은 문제라 여기지 않고 되레 내가 피해 의식에 사로 잡힌 사람처럼 취급하고 문제가 있는 사람처럼 포장해 버린다. 이상하게 분위기를 몰아갈 때면 "내가 너무 예민했나?"라고 생각하며 문제가 있는 사람을 탓하기보다는 나를 탓하면서 마음이 약해지고 무너지는 나를 발견한다.


부당하다는 뜻은 '이치에 맞지 않다'로 정의되어 있는데 이런 일들이 직장 생활을 포함해서 사람이 여럿이 모여 있고 직급과 계급으로 구분되어 있는 곳에서는 항상 빠지지 않게 발생하는 걸까?


직장 생활을 하는 이유 중에 대다수 사람들이 돈을 벌어야 하는 가장 현실적인 이유로 어쩔 수 없이 다니는 경우가 많다. 계약서에 적용된 시간 안에 주어진 업무를 하고 그에 따른 급여를 받지만 업무 이외에도 조직은 그 밖에 다른 부분을 많이 요구한다. 특히 조직 안에 인정 욕구와 지배 욕구가 강하고 자신의 권한을 남용하는 사람들은 직급을 통해 서열을 나누고 직원과 직원 간에 수평적인 관계가 아닌 갑과 을의 수직적인 관계처럼 지배하고 부당하고 불공정하게 대한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첫 직장으로 들어간 회사에서 있었던 일이다. 본사가 아닌 분원에서 일을 했던 나는 나랑 같이 일하는 상사는 사무실에서 하는 행동과 본사에서 하는 행동이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 사무실에서는 자기 멋대로 자리에 있지 않고 잠을 자기도 하고 거친 모습을 보였지만 본사에서는 항상 웃는 얼굴로 사람 좋기로 유명했다. 이중적인 모습을 바라보는 어린 나는 이해하기 어려웠고 가장 영악했던 건 본사 사람들에게 거짓으로 나의 행동을 얘기하며 이간질을 시켰다.


하루는 본사에 근무하셨던 팀장이 이해가 어려울 정도로 아침부터 나를 찾으며 다그치셨다. 당황스러웠지만

원하는 대로 업무를 해서 보고 드렸지만 계속 수정/보완시키면서 자기 말이 이해가 되지 않냐며 초등학생도 이해가 되겠다 라며 자리에 세워두고 사람들이 다 있는 사무실 안에서 큰 소리로 무안을 주셨다.


했던 말을 또 하고 했던 말을 또 하고,

그런 행동을 시작한 게 아침 시간이었지만 점심시간을 넘고 오후가 넘기게 되면서 나는 그 자리에서 혼자 6시간 넘도록 이해가 되지 않은 팀장 행동을 고스란히 받게 되었다. 그런 행동이 어린 나는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는지 기숙사에 들어와서 바로 잠을 청하게 되었고 새벽에 잠시 잠에서 깼을 때 침대 위에 하혈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할 만큼 한참을 울었던 기억이 있다.


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같이 일하는 사람에 말 때문에 술자리에서 "저 녀석 기를 죽여놔야겠어"라는 말을 했다고 들었다. 그 얘기를 듣고 정확하게 사유도 파악하지 않고 한쪽 얘기만 듣고 사람을 판단해 상식에 벗어난 행동을 사람들이 모인 공간 안에서 했다는 사실이 너무 괴로워 8년 넘게 다니던 회사에 대한 크나큰 실망감으로 그만두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단지 회사라는 공간 안에서만 상사일 뿐이고 그만두게 되면 모르는 사람들일 뿐인데 지역과 학벌을 얘기하며 무시하고 상식에 벗어난 행동을 하는 사람들에 의도는 무엇일까?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 팀장도 저연차 시절에 상사에게 괴롭힘을 심하게 당한 적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렇다고 한들, 이해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어른의 위치에서 해야 할 일이 있고 하지 말아야 하는 일이 있듯이 얕고 미성숙한 행동으로 인해 누군가는 평생 씻을 수 없는 기억을 가슴에 품고 살아갈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일들은 더 이상 발생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시간이 많이 지나서 직장 동료에 결혼식에서 우연히 보게 되었는데, 예전에 기억은 모두 잊으셨는지 웃으면서 나를 반기는 모습을 보고 속으로 소름 돋았던 적이 있다. 너무 억울하고 속상한 일이지만 가해자보다는 피해자만이 그 기억 속에 혼자 외로운 싸움을 하는 게 참 억울한 일인 거 같다.


나이를 먹은 지금도 여전히 상식에 벗어나고 부당한 일들은 주변에서 발생하고 있다. 어릴 때는 방법을 몰라 감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아무런 대응도 못하고 숨죽여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내가 잘못하고 문제 있는 상황이 아니라면 사실 기반으로 아닌 건 정확하게 얘기하고 무례하고 불쾌한 부분은 바로 보며 당사자에게 전달한다. 잘못한 상황이 아닌데, 이런 취급을 받는 게 불편하다는 내용을 전달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이 들고 보통 이렇게 행동하는 사람들은 큰 의도가 없고 상대방의 반응에 의해 움직이고 기싸움을 통해 자신이 유리한 쪽으로 이용하려는 경향성이 많기 때문에 나는 당신의 의도에 따라갈 의향이 없는 걸 확실하게 전달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들과 이런 일들이 다시는 발생해서는 안되지만, 그럴 때마다 피하기보다는 단단하고 유연하게 감정을 추스르고 자신의 의사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용기'가 필요한 것 같다.




'자네가 불행한 것은 과거의 환경 탓이 아니네.

그렇다고 능력이 부족해서도 아니고,

자네에게는 그저 '용기'가 부족한 것뿐이야'


- 미움받을 용기 책 내용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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