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잃은 적은 없다.

그저 찾아내는 과정이 있었을 뿐

by 리블럼

삼락공원에 벚꽃을 보러 갔다. 봄의 삼락공원은 꽃만큼 사람도 많다. 주차할 곳이 없었다. 한 바퀴, 두 바퀴, 조금 더 돌면 나오겠지 싶었던 자리 찾기가 힘들었다. 이런 곳에 주차장이 있었나 싶을 때 겨우 자리를 찾을 수 있었다. 구석 자리를 발견했을 때의 기쁨이란!


나와 엄마, 딸 3대 모녀는 발길 닿는 대로 걸었다. 꽃 보고 쉬고 사진 찍고 물멍하고 그저 발 닿는 대로 걸었다. 그렇게 2시간을 걸었더니 해가 서서히 내려앉고 있었다. 이제 돌아가야지 하고 주차장을 찾으려는데 아차... 길이 낯설다. 너무 발길 닿는 대로 걸었나 보다.


아까 분명히 이 길로 왔었는데 아닌 것 같고 주변이 어둑해지니 또 다른 길처럼 보였다.


점심 이후 몸이 안 좋다던 엄마는 평소와 다르게 예민해지셨다. 주차한 자리를 찍어놓던지 표시를 해놓지 무작정 이 넓은 공원에서 주차장을 어떻게 찾느냐고 타박하셨다(엄마... 말대로 공원이라서 어딜 찍어놨어도 똑같았을 거야...). 반면에 우리 큰 딸은 전혀 다른 세계에 살고 있었다. "엄마! 우리 저 텐트 친 사람한테 오늘 같이 자도 되냐고 물어볼까?" 이 아이는 공원 노숙 파티까지 가 있었다.


나는 그 사이 어딘가에 있었다.


엄마처럼 불안하지도 않았고, 딸처럼 마냥 가볍지도 않았다. 하지만 한 가지 생각만은 분명했다.


"차를 못 찾을 일은 없다."


근거는 없었다. 지도도 없었고, 기억도 정확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확신이 있었다. 단지 시간이 좀 걸릴 뿐이라는 것.


해는 점점 더 내려가고 있었다. 공원의 공기는 낮과는 달리 서늘해지기 시작했다. 조금 더 어두워지면 이 길이 무섭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휴대폰 후레시라도 켜야 하나 싶었다.


하지만 동시에, 이 순간이 좋았다. (지금은 까칠해졌지만) 엄마가 있고, 딸이 있고, 우리는 함께 길을 찾고 있었다. 이건 '문제 상황'이 아니라 하나의 장면 같아 보였다. 조금은 서툴고, 조금은 엉성하지만 그래서 더 살아 있는 장면.


얼마나 돌았을까. 문득 익숙한 길이 눈에 들어왔다. 확신은 없었지만 그 방향으로 걸었다. 그리고 정말로, 주차장이 나타났다. 그 순간 큰 딸이 소리를 질렀다. "엄마~ 찾았어!!! 여기 있어!!!" 딸의 세상에서는 우리는 길을 잃은 적이 없었다. 그저 '찾아내는 과정'이 있었을 뿐이다.


시동을 걸며 다음에는 조금 더 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 말대로 사진을 찍어둘 수도 있고 지도 앱에 기록할 수도 있다. 혹은 그냥 더 빨리 찾게 될 수도 있다. 중요한 건 이번 경험이 길을 '잃은' 것이 아니라 '헤맨' 것이라는 점이다. 그저 '다음에 더 잘하기 위한 데이터'일뿐.


요즘 내 삶이 비슷하다. 처음 하는 일 투성이다. 브랜드 만들고, 제품 만들고, 사람을 만나고, 자금을 구하고... 해왔던 것인데도 낯설다.


오늘 아침에는 기술보증기금에서 보증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순간에도 이상하게 같은 생각이 들었다. '못 하는 건 아니다' 단지 다른 길로 가야 할 뿐이다.


종종 길을 잃었다고 생각한다. 계획이 틀어지고 예상했던 방향이 막히면 그걸 실패라고 부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어제 공원에서 나는 알았다. 길을 잃은 게 아니라 아직 도착하지 않았을 뿐이라는 것.


중요한 건 방향이 아니라 태도다. '큰일 났다'라고 생각하는 순간 무너지고 '시간이 걸릴 뿐이다'라고 생각하면 모든 것이 이어진다.


나는 앞으로도, 수 없이 많은 길을 헤맬 것이다. 사업에서도, 인생에서도. 하지만 나는 길을 잃는 사람이 아니라 길을 찾아가는 사람이라는 것. 그리고 그 길 위에는 엄마가 있고, 딸의 웃음이 있고 이야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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