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가 옳았다 10화

실화 소설

by 홍유진

이제 고향에 전화를 해야 했다. 잠시 고민 끝에 양은 수상의 전화번호를 눌렀다. 잃어버린 것들을 그리워하는 최백호의 노래가 귓가를 채우자, 양은 천천히 심호흡을 했다. 마침 이때 수상은 혼자였다.



“잘 있냐? 우리 딸.”


“아빠, 통화 괜찮으세요?”


“오냐.”


“지금 어디세요?”


“차에 다 왔다. 등산 다녀오는 길이야.”


“아, 그럼 차에 들어가셔서 자리에 앉으세요. 드릴 말씀이 있어요.”


“무슨 일이냐?”


“앉으셨어요?”


“그래.”


“그럼, 놀라지 말고 들으세요. 저, 병원에 다녀왔는데, 만성골수백혈병이래요.”


“…백혈병?”


“네, 백혈병이긴 한데, 만성이라서 요즘은 고혈압처럼 약만 잘 먹으면 괜찮대요.”


“…….”


“그래서 말인데요, 일단 종합 병원에 가서 정밀 검사를 해 보라면서 내일 아침 10시에 대한대학교병원의 혈액종양내과로 예약을 잡아 줬어요. 혹시 내일 저랑 같이 가 주실 수 있을까 해서요. 보호자가 필요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알았다. 의사가 그렇게 말했으면 너도 너무 걱정하지 마라. 괜찮을 거야. 혹시… 조금 안 좋다고 해도 치료하면 된다. 양아, 용기를 내. 아빠, 엄마가 있잖아.”


“…네.”


“엄마한테는 말했냐?”


“아니요, 너무 놀라실 것 같아서… 아빠가 말씀해 주세요. 부탁드려요.”


“알았다. 내일 새벽 첫차로 올라갈 테니 바로 병원에서 보자. 몸도 힘든데 버스 터미널까지 마중 나올 필요 없다. 알았지?”


“네. 감사해요, 아빠.”


“그래, 아무 생각하지 말고 빨리 푹 자. 내일 보자.”


아버지로서 수상은 양의 기대보다 훨씬 강했다. 양은 조금 편안해진 마음으로 집을 대충 정리한 뒤, 이른 잠을 자려고 누웠다.


하지만 이때부터 휴대폰이 미친 듯이 울리기 시작했다. 마구 흐느끼는 금희의 목소리 너머로, 우리한테 이런 일이 생길 수는 없다며 수상이 울부짖는 소리도 들렸다. 양이 다독이면 두 사람의 슬픔이 잠시 잦아들어 희망적으로 서로를 위로하고 전화를 끊었다가 몇 분도 안 돼 다시금 감정이 폭발해서 전화가 걸려오기를 반복하자, 양은 어느 순간 휴대폰을 무음으로 바꿔 버렸다.


다음날부터 어떤 일이 밀어닥칠지 전혀 모르기에 어쩌면 마지막일지도 모를 혼자만의 단잠을, 양은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게다가, 운다고 해서 현실이 바뀌거나 해결되는 건 아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