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화 소설
저녁 식사를 앞둔 무렵, 금희가 수상과 커피를 마시러 간 사이, 누군가 노크를 하더니 들어와 양을 찾았다.
살짝 흥분한 표정의 30대 의사였다.
“하양 씨죠? 저는 이 병동의 펠로우(Fellow)예요.”
“펠로우요?”
“네. 주치의들을 돕는 선배라고 보시면 됩니다.”
“아, 네. 그런데 무슨 일로 저를…?”
“하양 씨의 골수 검사 결과, 가결과가 나와서 전해드리려구요!”
“결과가 나왔어요? 근데, 가…결과라고요?”
“네! 완전히 확정되려면 조금 더 시간이 걸리지만 실제 결과와 다른 경우는 많지 않아요.”
“…네. 어떻게, 나왔나요?”
“좋은 소식이에요! 가결과, 하양 씨의 암세포 비율은 0퍼센트로! 리미션이 온 걸로, 저희는 보고 있습니다!”
“0퍼센트요?”
“네! 0퍼센트요!”
“아, 네. 감사합니다.”
의사는 생각지 못한 양의 반응에 당황했다.
22%였던 급성기 환자의 암세포 비율이 첫 번째 항암 치료 뒤 0%로 관해가 됐는데, 자기가 이렇게 놀라서 달려왔는데 어째서 이 환자는 이렇게 무덤덤한가.
“축하드려요! 안 기쁘세요? 골수 이식의 실패율도 20퍼센트로 낮아졌어요!”
“아, 기쁘죠, 엄청 기뻐요. 근데….”
“네! 말씀하세요!”
“0퍼센트면, 골수 이식을 안 해도 되나요?”
“아니오. 이건 일시적인 상태라서 골수 이식은 해야 돼요. 이식을 안 하면 재발률이 50퍼센트예요.”
“50퍼센트… 알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의사는 눈치를 못 챘지만, 양은 진심으로 기뻤다. 손이 떨려서 읽던 책을 놓칠 만큼 놀라운 소식이었다.
0%! 내가 바라던 숫자가 정확하게 이루어지다니!
하지만 한편으로는 골수 이식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이 그대로라서 실망스러웠다.
골수 이식을 하면 성공률이 80%, 이식을 안 받으면 재발률이 50%, 항암 치료 한 달 만에 죽을 확률은 10%, 처음 병원에 왔을 땐 급성 백혈병 생존율의 5분의 1인 10%… 모든 게 확률에 따른 숫자놀음이 아닌가. 그런데 그 확률은 양의 상태에 따라 고무줄처럼 바뀌었다.
지난번처럼 뒤통수를 맞을지도 몰라. 만성골수백혈병이라 퇴원하라더니 급성기라서 시한부 판정을 내렸지. 완전한 결과를 기다려 보자.
양은 자신을 달래며 금희에게 전화를 걸었다.
금희는 전화를 받자마자 한달음에 달려왔다.
“정말이래? 정말 0퍼센트래?”
“응, 엄마. 방금 펠로우라는 사람이 다녀갔어. 주치의의 위에 있다는데, 굉장히 기뻐하더라.”
“이럴 줄 알았어! 나는 내 딸이 잘못될 거란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어!”
“아직, 실감이 안 나. 확정된 결과가 나오고 안심해 교수님께 직접 들어야 믿길 거 같아.”
“그래도 너무 좋다! 아버지도 정말 기뻐하셨어. 안 믿기는지 0퍼센트라고 몇 번을 다시 말해 줬다니까!”
“그랬어? 근데 이랬다가 결과가 바뀌면 어떡하지?”
“그럴 리 없어! 대양이한테도 당장 전화하자.”
밤에 찾아온 주치의의 말을 다시 듣고서도, 양은 여전히 떨떠름했다.
“고생 많으셨어요.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완전한 결과는 언제 나오나요?”
“아마 내일 아침까진 나와서, 안심해 교수님께서 회진을 도실 때 말씀하실 거예요. 하지만 이 결과가 바뀔 가능성은 거의 없으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네, 감사합니다.”
“저는 한 일이 없는 걸요. 이전 주치의 선생님이 아시면 정말 기뻐하실 텐데요.”
“그럴까요?”
“그럼요! 제가 전해드릴까요?”
“내일 결과가 나오면, 전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그럼 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