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화 소설
안내에 따라, 양은 다시 수납 창구에 들렀다가 채혈실로 갔다. 두 곳 모두 대기자가 많아서 번호표를 뽑고도 한참 기다려서야 피를 뽑혔다. 그러고도 1시간 정도 지나서 검사 결과가 나와야 의사를 만날 수 있었다. 암 병원에서는 무엇을 하든 오래 걸렸다. 암에 걸렸거나 암이 의심되는 사람이 이렇게 많은 줄 누가 알았겠는가. 네 사람은 어딜 가나 넘치는 사람에 부대껴 금세 녹초가 되었지만, 병원 카페에 모여 앉아 긍정적인 기대감을 가졌다.
“양이의 몸이 며칠 전보다 좋아졌어야 하는데. 애가 치료만 조금 받으면 나을 정도면.”
대양이 금희의 말에 힘을 실었다.
“어머니의 말씀이 맞아. 검사 결과가 동네 병원과는 다를 수도 있다. 참, 보험은 들었나? 실비 보험 같은 거.”
“아니, 나한테 이런 일이 일어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어.”
“보통은 보험 회사에 들어간 친구들이 들어 달라고 하잖아?”
“그러니까. 어째 나한텐 보험에 들라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지? 보험 회사에 들어간 친구도 없어. 근데 이상하게, 몇 달 전부터 TV를 보다 보면 암 광고가 눈에 띄더라고. 평생 암에 걸릴 확률이 국민 3명 중 1명 꼴이라고. 설마 내가… 하면서도 어쩐지 들고 싶더라니.”
“우리 딸, 축 처져 있지 말고 기운 내! 의사가 가능성이라고 했다. 아닐 가능성도 있다는 말이 아니겠냐?”
수상의 말에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지만, 양은 속으로 채혈실에서의 짧은 대화를 떠올렸다.
“피가 왜 이렇게 느리게 나오지? 이상하네.”
“원래는 더 빠른가요?”
임상 병리사는 속말을 들킨 사람처럼 당황하더니, 대충 얼버무렸다.
“아니요, 네네. 다 비슷해요.”
하루에도 수백 번, 전문적으로 피를 뽑는 사람이 특별히 다르다고 느꼈다면 양의 피가 정상은 아니라는 뜻이었다. 하지만 양은 가족들에게 말하지 않고 의사의 진단을 잠자코 기다렸다. 피가 나오는 속도가 조금 느리다는 사실이 여전히 뭔가를 확실하게 의미하는 건 아니었다.
2시간여 만에 다시 찾은 혈액암센터 대기실에는 사람이 더 많아져서, 이제는 다들 다닥다닥 붙어 앉아 있었다. 끊임없이 밀려드는 아픈 사람의 물결에 지쳐서인지 깔끔하게 빗어 넘겼던 의사의 머리카락이 약간 흐트러져 있었다.
“하, 양 씨? 피 검사는 하고 오셨나요?”
“네.”
“볼까요? 흠. 3일 전에 백혈구의 수가 10만 정도였는데, 오늘은 16만을 넘었습니다. 백혈병일 가능성이, 더 높아졌습니다.”
할 말을 잊은 네 사람은 아랑곳없이, 어깨를 조금 늘어뜨렸을 뿐인 의사는 문득 궁금하다는 듯이 양의 뒤에 서 있는 대양을 가리키며 물었다.
“이 분은 환자와의 관계가 어떻게 되지요?”
심해로서는 이미 앞날을 내다보고 묻는 질문이었지만, 그 자리에 있던 나머지 네 사람은 의사가 지금 이 상황에서, 뜬금없이 그걸 왜 궁금해 하는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서로가 물끄러미 얼굴만 쳐다보는 사이, 금희가 멍하니 대답했다.
“치… 친한, 친구예요!”
그러자 양이 작은 웃음을 터뜨렸고, 대양이 얼른 사실 관계를 바로잡았다.
“어머니, 왜 그러세요? 저는 양이의 친오빱니다, 선생님.”
“아, 그래요? 잘 알겠습니다. 하, 양 씨는 입원 치료가 필요합니다. 입원수속실에서 신청하면 오래 기다려야 해서 너무 늦으니, 지금 당장 응급실로 가십시오.”
간호사가 다가와 또다시 친절하게 말했다.
“나가 계시면, 안내해 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