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화 소설
나는 지금 비행을 하고 있다.
DH 111 편.
내릴 수 없는 문이 닫히고, 내 몸을 실은 비행기가 무겁게 날아오른다.
나는 그저 시간이 흐르기를 기다리며 가만히 눈을 감는다.
쉴 새 없이 돌아가는 커다란 엔진 소리 사이로,
흰 가운을 입은 기장의 안내 방송이 가볍게 울려 퍼지고,
분홍빛으로 차려입은 승무원이 틀에 박힌 미소를 띠고 다가와 주의 사항을 설명한다. 복도를 잠시 걷거나 화장실에 가는 일 말고는 제자리에만 머무르겠다는, 나의 다짐을 받고 또 받으면서.
하지만 이 비행기에서는 누구도 알지 못한다.
앞으로 얼마나 날아가야 하는지, 우리가 닿을 곳은 어디인지.
할머니는 입버릇처럼 말했다.
“사랑은 거짓부렁이요, 인생은 덧없어라.”
그러면서, 세상을 다 살아 버린 눈으로 언제나 같은 말을 잇곤 했다.
“사람은 사는 게 아니요, 하루하루 죽어 가네. 오늘도 죽음에 한 발짝 다가가는고나.”
어린 나는 그때마다 세차게 도리질하며 대꾸하곤 했다.
“그런 소리 마, 할머니! 1초 뒤에 죽을지도 모르니까 지금이 더 소중하잖아!”
아직 살아갈 날이 끝없다 여겼기 때문일까, 그 말을 들을 때마다 할머니에게 언뜻 드리우는 죽음의 그림자를 지우기 위해서였을까. 어쩌면 다만… 내가 할머니를, 인생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는지도 모른다. 할머니는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두 눈이 멀었다.
이제야 알겠다. 결국은, 할머니가 옳았다. 인생은 한 줌의 기억일 뿐, 그 이상 아무것도 아니다.
대한대학교병원 111병동.
우윳빛 보호막을 휘감은 침대가 들어찬 이곳에서, 나는 지금, 죽어 가고 있다.
2013년 가을
하양의 일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