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가 옳았다 3화

실화 소설

by 홍유진

첫 번째 사건은 5월의 피부과에서 일어났다.


지난번에 10명도 넘는 사람들이 침대에 줄줄이 누워 있던 치료실을 보고 자극을 받았던 양은 다시 그곳을 찾았다. 멍이 드는 증상은 그대로였지만 치료를 위해서는 아니었다. 멍 빼는 연고는 꽤 효과가 좋았다. 이번에는 나이 서른이 넘으면서부터 하루가 다르게 시들어 가는 얼굴을 조금이나마 되살려 보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젊은 남자와 할머니 사이에 누워 차례를 기다리는 양에게 친절하게 생긴 간호사가 다가오더니 귀엣말로 물었다.


“혹시 지금 임신 중이세요? 의사 선생님이 레이저 시술에 참고해야 하거든요.”


“네? 아니요!”


“어머, 죄송해요. 배를 너무 소중하게 감싸고 누워 계셔서요.”


“아… 괜찮아요.”


그러고 보니, 양의 두 손은 자신도 모르게 아랫배를 살포시 감싸고 있었다. 기분이 좋을 오해는 아니지만, 그럴 수도 있겠다 싶어서 양은 마음에 안 담았다. 하지만 몇 달 뒤에, 다른 곳에서 같은 이야기를 또 들었을 때, 머릿속 변두리로 사라졌던 이 일이 문득 떠오르면서 양은 왠지 나쁜 예감이 들었다.


두 번째 사건은 양이 일하던 장학재단에서 그해에 추진하던 마지막 사업을 위해 터키와 그리스로 출장을 떠나던 8월의 비행기에서 일어났다. 복도를 지나며 승객들을 살피던 승무원이 양 앞에 멈추더니 부드럽게 말을 건넸다.


“고객님, 임신하셨는데, 좌석이 좁아서 불편하진 않으세요?”


“네? 저 임신, 안 했는데요?”


처음에 양은 옆자리에 앉은 남자와 자신이 비슷한 또래로 보여서, 부부라고 착각했나 보다며 단순하게 생각했다.


“아앗, 죄송합니다, 고객님. 제가 잘못 봤습니다. 죄송합니다.”


진땀을 빼며 계속 고개를 숙이는 깍듯한 승무원에게, 크게 화낼 수는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양도 그냥 넘길 수 없었다.


“제 배가… 임산부처럼 보이나요?”


“그게 아니라, 온몸이 마르셨는데 배만 유독 나와서요. 아니, 배가 많이 나왔다는 말씀을 드리는 게 아니라, 다른 곳이 워낙 날씬하셔서 배가 조금, 아주 조금 나와 보였던 것 같습니다. 어쨌든 정말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고객님.”


지나치게 솔직한 승무원이었다. 아마 별일은 아니겠지만, 이번 출장이 끝나면 병원에 가 봐야겠어. 벌써 2번째로 받는 오해다 보니 어쩐지 꺼림칙했다. 하지만 이스탄불에 내리자마자 시작된 바쁜 일정을 소화하느라 양은 이 일 역시 잠시 잊어버리고 말았다.